-
-
너의 하루가 궁금해 ㅣ 웅진 세계그림책 230
리처드 존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11월
평점 :
[너의 하루가 궁금해](리처드 존스/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1월 도서2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소녀가, 고양이의 하루가 어땠는지 묻는 물음이 주를 이루는 그림책이다. 고양이가 밖을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오는 것 같은데(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기르지 않을 것 같지만), 소녀는 그 고양이의 하루가 어떤지 궁금한 거다.
🏷˝오늘은 어디에 갔었니?˝
˝누구를 만났어?˝
˝무얼 보았니?˝
˝어떤 이야기를 들었어?˝
˝즐거웠니?˝
˝혹시 무섭진 않았어?˝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있었니?˝
˝친구들과는 사이좋게 지냈어?˝
마치 엄마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묻는 질문 같기도 하다. 이런 질문들도 서로간에 라포가 형성되었을 때 가능한 질문인 것 같기는 하다. 내가 관심을 표현할 때는 상대방에게 주로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데, 상대방이 그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경계를 침범한다고 느끼는 것 같아서다. 관심의 표현을 궁금증 해결 정도로만 치부하는 게 마음 아프긴 했지만 어쩌겠나, 그게 그 사람과 나의 거리인 모양인데. 이런 사소한 질문들도, 혹은 이 이상의 깊은 질문들이, 경계를 침범한다고 느낄까봐, 그래서 관계가 멀어질까봐 겁이 난다. 내가 이 질문들에 따뜻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두려움을 느낀 까닭이다.
고양이는 길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했다. 고양이 무리를 만나 고양이 황제 대관식(?)을 보고, 개를 만나 두려워하기도 했다. 오해인 것을 알고 풀기도 했다. 황제 고양이가 풀지 않고 집 고양이가 푸는 설정도 신선했다. 고양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고양이와 소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바깥에서 창문으로 들여다보는 고양이 무리가 있었고, 그 무리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개도 보인다.
앞 면지에서는 집 고양이 한 마리가 밖을 나가는 것처럼 보이고, 뒷 면지에서는 집 고양이 한 마리를 따라 황제 고양이를 선두로 다른 고양이들이 따라오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집 고양이는, 집에서 받은 사랑으로 바깥에서 사랑을 많이 베풀고 돌아온 것 같다.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아이를 내보내는 마음이 소녀가 고양이를 집 밖으로 보내는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녀처럼 아이에게 궁금한 게 많이 생길 것 같다. 그리고 그 궁금함은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 경계선이 두터운 사람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질문은 상대방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지 않을까.
🔎2024년 하반기 웅진주니어 티테이블 멤버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