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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훔친 소년 ㅣ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7
이꽃님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8월
평점 :
[이름을 훔친 소년](이꽃님, 주니어김영사)
이꽃님 작가님 쓰신 책은 이 책을 마지막으로 다 읽었다. 이 책도 흡입력 있는 책이었다. 배경은 일제 강점기, 창씨개명을 소재로 하고 있다.
나는 겁쟁이다. 어려운 일을 보면 도망가기 급급하다. 그게 먹고 사는 일과 연관 있다면 더욱 어쩔 수 없다는 변명과 함께 합리화했을 것이다. 나는 주인공 용이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갔다.
🏷이름은 내게 먹을 것을 주지도, 괴롭힘에서 벗어나게 해 주지도, 따뜻한 말 한마디도, 위로도, 손짓도,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다. 오히려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부추기기만 했을 뿐이었다. 나는 점점 더 말라 갔다. 더 이상 자라지 못했다. 이름을 찾은 대가는 혹독했다.
그래서 나는 창씨개명에 몸을 떨던 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어떤 것도 살아남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다. 사람은 살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하니까.(56쪽)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면 일도 못 구할 판이다. 이 상황에서, 독립이라는 가치를 위해 움직일 사람은 얼마나 될까. 먹고 사는 것도 우상으로 볼 수 있을까. 우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다 이해하신다고 하더라도, 믿음의 크기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겠다 싶다.
그런데 기영이 형은 다르게 말한다.
🏷시키는 대로 해서 나쁠 건 없다. 잘 되면 덕분이라 말하면 되고 못 되어도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으니 언제든 원망할 수 있다. 시키는 대로 사는 삶에는 ‘죄가 없다.‘ 시키는 대로 하는 일은 언제나 보장되어 있는 삶이다. 그것만큼 안전한 삶도 없다.
하지만 그걸 따르지 않았을 때 삶은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변해 버린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그건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 문제는 굶주린 배에 밥을 넣어 주지 않는다. 이름은 빼앗겨도 살지만 먹을 것을 빼앗기면 살아갈 수가 없다.
그렇지 않은가?
˝아니.˝
형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름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거야.˝(101쪽)
이 글을 읽고 보니, 용이의 생각이 아이히만과 무엇이 다른가 싶다.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생각이다. 씁, 이건 아닌데. 내가 용이처럼 사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사는 대로 생각했던 걸까. 시키는 대로 하면, 이름도 뺏길 수밖에 없다. 교직 사회가 그렇지 않나. 특히 초등교사, 시키는 대로 잘하는 사람들. 뒷말은 생략한다.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뜻한다.
🏷˝무서운 건 길들여지는 게지. 가만히 있도록 길들여지고, 폭력에 길들여지고, 삶을 잃는 것에 길들여지는 거지.˝
(중략)
길들여진다는 것. 그것은 두려움을 빌미로 모든 것을 잃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 역시 길들여졌던 것일까.
˝네가 네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면 누가 감히 그것을 빼앗을 수 있겠느냐.˝(156~157쪽)
하나씩 둘씩 야금야금 타협하고 합리화하면, 길들여지게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이 될까. 내가 20대와 다른 건, 결혼과 출산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겪었던 타협과 합리화로 세상에 길들여지게 된 건 아닐까. 사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뿌리까지 흔들리면 안 되는 거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뿌리까지 뽑혀서 죽고 다시 태어나야 하나. 다시 태어나면 이후는? 계속 이 과정을 반복하나?
그러나 사람의 문제만은 아니다. 환경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 나는 작가의 표현을 이렇게 해석했다.
🏷두려운 것은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었다. 두려운 것은 이미 길들여진 세상이었다.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많은 사람들의 한숨이 그랬던 것처럼 내 작은 한숨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내가 잃든, 잃지 않든 세상은 언제나 내게서 빼앗기만 할 것이다. 이미 길들여진 세상이므로.(173쪽)
점차 악한 쪽으로 길들여지는 세상에서, 심지를 곧게 세우고 살면 부러지기 쉽다. 그러나 그 부러짐이 있어야 세상이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언제까지 흔들리고만 있어야 할까. 혹은, 어떤 것은 흔들려도 되고, 어떤 것은 흔들리면 안 되는 걸까.
🏷삶.
바로 이 한 글자가 내 가슴을 짓눌렀다. 살아가고 있으되, 한 번도 내 것인 적이 없었던 이 한 글자가.
˝내 삶이란 게 대체 뭔데요?˝(175쪽)
용이는 삶이라는 글자에서 이름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성경에서 이름이 중요한 건, 이름이 삶을 나타내기 때문 아닐까. 나는 어떤 이름으로 살고 있을까, 어떤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은 걸까.
🏷그렇다. 누구나 잊히는 것을 두려워한다. 짧든 길든 한 생을 살았으니 누군가는 기억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해 이름을 기억한다. 이름은 저마다의 생이자, 그 사람의 전부를 표현하는 일이니까.(199쪽)
먹고 사는 데 급급해서 이름을 잊으면 삶도 잊어버리게 된다. 나는 크리스천이라는 이름을 늘 기억하며 살고 있나. 그 이름이 내 삶이 되게 하고 있나. 먹고 살기에 급급해서 이름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그날 어무이도, 아부지도 다 돌아가셨다. 그날 내가 안 죽고 살아남은 그 이유는 딱 하나 뿐인기라. 독립된 조선에 살아야 하니까.
경성에 와가 억수로 힘들었데이. 내사 밥 굶는 게 제일 서럽드라. 그래도 살아야지. 살라꼬 이를 악물고 살았데이. 그래야 안 잊을 거 아니가.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그건 기라. 내가 살아 있는 이유를 잊지 않는 거. 잊아뿌면 그 순간에 죽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근데 내가 그걸 잊고 살았던 기라. 잊지 않으려고 살았는데, 사는 데 급급해서 다 잊았단 말인기라.˝(200쪽)
🏷그래, 나는 이름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이름을 잊는 순간 내 삶을 잃었던 것이다.
˝이름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거야.˝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형이 지키고자 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삶이었다는 것을.(213쪽)
📌내가 읽은 이꽃님 작가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악당이 사는 집
✔️귀신 고민 해결사
✔️죽이고 싶은 아이2
✔️이름을 훔친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