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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어 서점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평점 :
[행성어 서점](김초엽, 마음산책)
생각보다 짧은 단편이 모여서 굉장히 놀랐다. 아마도 여기 있는 단편을 이어서 하나의 장편 소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엮어내실지는 모르겠지만.
이 단편들 중에도 이어지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두 편씩 있는데, 단편끼리 바로 이어져 있지는 않다.
📌생각해볼 지점
1️⃣AI가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AI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엄마 사용 설명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AI도 사람처럼 대해야 할까?
🏷˝이봐. 네 주인을 그렇게 피해도 되는 거야?˝
˝당신이 저를 파괴하려고 하시니까요.˝
˝넌 닿아도 아프지 않잖아. 부서져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잖아.˝
˝아프지는 않죠. 하지만 부서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느껴요.˝
˝왜?˝
˝그렇게 만들어졌거든요.˝
파히라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것도 일종의 고통인가? 내가 겪는 것과 비슷해?˝
나는 파히라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전 로봇들은 비슷하지 않다고 말했을 것이다. 파히라가 느끼는 고통, 그리고 로봇들에게 입력된 두려움. 그것들은 구분되는 감각이다. 그리고 이전 로봇들은 바로 그 대답 때문에 파손되었을 것이다. 나는 생각 끝에 대답했다.
˝제 판단으로는 그렇습니다. 당신은 최대한 접촉을 피하려고 하고, 저는 부서지는 것을 피하려고 하니까요. 엄밀한 의미에서는 다르지만, 기피의 대상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죠.˝
˝그래? 기껏 로봇으로 태어나서 그렇게 벌벌 떨며 살다니. 정말 안타까운 삶이군.˝
파히라는 멸시 어린 어조로 말하더니, 그날 이후 나를 향한 폭력적인 행동을 그만두었다.(20-21쪽)
2️⃣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고통이 곧 사랑이라는 파히라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통이 곧 사랑인가...는 생각을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다.
🏷˝죽음을 앞두고 그 애는 말했어. ‘파히라, 내가 당신을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딱 한 번만요.‘ 나는 팔을 벌려 그 애를 안았어. 끝까지 안고 있었지. 비명을 참고 눈물을 참으며, 피부 표면을 칼로 베어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생각하면서. 의사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나를 그 애에게서 떼어냈을 때 나의 얼굴은 괴로움으로 마비되어 있었고 시트는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어. 그리고 그 애는 이미 십 분 전 숨을 거둔 상태였지. 그때 나는 불행히도 나에게 고통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어.˝(30-31쪽)
3️⃣ 1) 다른 사람의 얼굴(표정)을 볼 수 없다면?
2) 가면을 쓰는 것과 벗는 것,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처음에는 매우 불편할 것 같고, 시간이 지나면 점차 익숙해지지 않을까? 이 행성 사람들처럼. 친밀한 사람들의 진짜 표정을 볼 수 없다는 건 좀 슬플 것 같다.
그래도 벗는 게 나으려나. 진짜 표정을 숨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내 표정을 그 사람들에게 숨길 이유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가면은 증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미소를 잃었어요. 다음으로 눈물이 없는 슬픔을 잃었고, 비명이 없는 분노를 잃었습니다. 가면은 우리에게서 온갖 종류의 미묘한 감정들을 가져갔답니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크게 소리치거나, 올부짖어야 했습니다. 웃을 수는 없었죠. 웃기에는 너무 절망적이었으니까요. 서로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었고,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을 다시 볼 수도 없었습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기하학적 문양의 외계 기생물이 시몬에 사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대신해버렸어요.˝(135쪽)
🏷˝어차피 가면을 쓰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르지요. 생각해보세요. 저는 지금 당신을 향해 웃고 있을까요? 아니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어느 쪽이든, 그게 제 진심일까요?˝
소은은 말문이 막혔다.
˝가면이 우리에게 온 이후로 우리는 억지웃음을 지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가면은 거짓 표정을 만들어내는 대신 서로에게 진짜 다정함을 베풀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게 시몬 사람들이 여전히 가면을 쓰는 이유랍니다.˝(136쪽)
4️⃣우리는 환경오염과 공생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어쩌면 앞으로 지구상에 두 종류의 생태계가 공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추정하지. 우리는 이미 외계세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이제는 어느 토양에서든 외계 생물들이 남긴 독특한 부산물들을, 혹은 외계 미생물 그 자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전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지질시대가 도래했다는 거야. 그래서 어떤 이들은 아직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지구의 영역을 늦기 전에 지켜야 한다고, 지구 보존 구역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코코를 사랑하는 이들조차 때로는 코코의 목적을 의심하지. 그것들의 최종 목적은 무엇일까? 이미 늦은 걸까? 지구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걸까? 아니면, 그게 정말로 ‘오염‘이긴 한 걸까?
그래, 나는 상관없어. 그것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으니까. 그 오염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니까.(150-151쪽)
📌내가 읽은 김초엽 작가님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
✔️방금 떠나온 세계
✔️행성어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