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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아이 내니 영원한 내 친구 - 2020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동화 부문 수상작 ㅣ 상상 고래 16
박미정 지음, 이주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1년 10월
평점 :
[에이아이 내니 영원한 내 친구](박미정, 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20 제8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동화 부문 수상작
-권일한선생님 질문있어요 펀딩 책11
별이의 건강 때문에 부모님은 별이를 버렸다. 그리고 에이아이 내니가 별이를 돌본다. 이 책은 별이의 학교 생활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한때 별이와 각별하게 지냈던 찬우는, 찬우 동생이 저수지에 빠져 죽으면서 별이를 허구헌날 괴롭히는 존재로 변했다.
🏷하지만 찬우가 나를 ‘에이아이‘로 부르자, 아이들도 따라했다. ‘에이아이‘한테서 자랐으니 나도 ‘에이아이‘라면서.
˝야! 에이아이! 내 학원 숙제 좀 해!˝
˝가방이 무겁네. 에이아이! 네가 좀 들어.˝
내가 진짜 인공 지능 로봇인 것처럼 대했다. 이것저것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어려운 질문에 대답을 못 하면 멍청한 로봇이라며 비웃었다.
만약 누군가가 내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냥 못 들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면 되는 걸까? 아니면 싫다고 분명하게 말해야 하는 걸까? 그래도 아이들이 계속 나를 괴롭힌다면? 주먹이라도 날리고 싸워야 할까?(15~16쪽)
마지막 별이의 고민이 마음 아프다. 나는 싸우라고 하고 싶다. 교사가 아닌 입장에서. 교사로서는 절대 그렇게 말하지 못할 거다. 못났다, 찬우야. 찬우는 해서는 안 될 말도 서슴없이 하면서 별이의 마음을 헤집는다.
🏷˝거짓말하지 마. 그런다고 아이들이 너를 좋아할 줄 알아? 여기에 널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오죽하면 너희 엄마, 아빠도 널 버렸겠냐? 아무도 입양하려고 안 했다던데.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착한 척, 괜찮은 척 하지 말고 네 에이아이 로봇이랑만 놀아.˝(23쪽)
찬우의 이 말에는 별이랑 한 판 붙자는 말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저수지 사건 이후에 둘은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별이는 자신의 마음을 내니한테만 털어놓는다.
🏷˝변명하기 싫어서 그랬어.˝
내 말에 내니가 눈을 두 번 끔뻑였다.
˝이해하기가 힘들구나. 사실을 말하는 건 변명이 아닌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변명은 잘못한 사람이 하는 거야.˝
˝내 잘못도 있으니까. 내가 찬우를 더 말렸어야 했어. 찬희가 비탈길을 내려갈 때, 멍하게 있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그리고 내니가 나를 구하느라 찬희를 살리지 못한 거잖아. 그러니까-..˝
내니가 눈동자를 굴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네 잘못이라는 거니? 네가 원인을 제공한 것도 아니고,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논리적이지 않아.˝
˝내니! 사람들은 원래 그래. 세상은 논리적으로만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고!˝(40-41쪽)
에이아이는 감정을 이해하게 될까. 혹은, 감정을 가질 수 있게 될까. 감정을 가진 존재를 인간과 다르게 대할 수 있을까.
찬희의 죽음을 읽어가며, [죽이고 싶은 아이2]가 생각났다. 서은이가 죽는 자리에 있었던 주연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서은이를 죽인 용의자로 지목되어야 했다. 별이는, 찬우를 말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찬희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어야 했다.
별이는 자신이 지은 죄(?) 때문에 찬우의 괴롭힘을 받아주었던 것 같다. 하필 찬우가 반에서 힘이 센 바람에, 동조하는 아이들과 방관하는 아이들로 나뉘었다. 🏷사실 나는 지훈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놀리는 아이들도 싫지만, 지훈이처럼 구경하는 아이들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하니까. 청소 봉사 활동 하는 날도 그랬다. 내가 혼자 청소를 하면 힘들 거라고 하고선 결국에는 아이들을 따라 나가 버렸다. 어차피 도와줄 생각도 없었으면서. 가짜 동정심은 넘어진 사람을 발로 밟고 지나가는 것과 같다.(70쪽)
가짜든 진짜든 동정심은 받는 사람에겐 모두 불쾌한 것 같던데. 진짜 동정심은 덜 비참했을까.
찬우 어머니는 찬희의 죽음으로 별이에게 다시 보지 말자고 했다. 그러나 별이가 찬우 아버지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이 되었고, 별이는 엄청난 고민 끝에 찬우 집에 간다. 내니의 말이 도움이 되었다.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 잘 모르겠으면 에이아이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봐. 네가 만약 에이아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 말이야.‘
눈을 감고 에이아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내니만 생각했다. 불쑥 튀어나오는 내 마음은 고개를 흔들며 계속 지웠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에이아이처럼 하기로 했다.(125쪽)
이 독서기록으로는 책에서 생각해야 할 부분을 다 다룰 수 없었다. 생각해야 할 부분이 정말 많은 책이다. 다른 선생님들과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