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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평점 :
[100만 번 산 고양이](사노 요코/김난주 옮김, 비룡소)
-스포일러 주의
백만 번 산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살 동안 한 번도 자신을 소유한, 자신을 사랑한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울 필요도 없었다.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겪어보지 않아서인지, 혹은 계속 깨어날 것을 알아서인지,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기 사랑에 심취해 있던 고양이는, 그 누구도 주인이 되지 않았을 때에야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새하얀 고양이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이 고양이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백만 번이나 살아봤다는, 별 걸 다 해봤다는 자기 자랑도 사라지고, 새끼를 낳아 오손도손 산다. 그리고 평생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나서야, 고양이는 다시 깨어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 같다. 계속 자신이 살아 있으면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 고양이는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다.
🏷어느 날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었습니다.
아침이 되고 또 밤이 되고, 어느 날 낮에 고양이는 울음을 그쳤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절대 울지 않고, 절대 죽지 않던 고양이는, 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참 많이도 돌고 돌았다.
신랑이 먼저 죽거나, 내가 먼저 죽으면 남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2년 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지금도 슬프고 생생하게 기억난다. 할아버지가 할머니 죽음을 못 견뎌 하시고 같은 말을 반복하시던 그 모습이 슬펐다.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보다도, 남아 있는 사람-할아버지의 슬픔이 슬퍼서 울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