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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ㅣ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평점 :
[소희의 방](이금이, 밤티)
-스포일러 주의
[소희의 방]과 뒤에 읽은 [숨은 길 찾기]는 [너도 하늘말나리야]와 연결되는 책이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꽤 예전에 읽었고, 기록도 남기지 않아서 이야기의 흐름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이 책은 세 명 아이들 중 소희에게 집중되어 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읽지 않아도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소희는 조부모 가정이었다가 재혼 가정으로 변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에서 할머니와 함께 지내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재혼한 엄마 집에 가서 같이 살게 된 것이다. 재혼한 엄마 집은 부유하다. 동생도 둘이나 있다. 동생들도 소희와 친해지는 게 힘들었다. 한 명은 소희에게 착 달라붙었지만, 한 명은 소희에게 못되게 대한다. 그리고 엄마는 소희를 돌보지 못한 시간을 돈으로 보상하려는 듯, 모든 것을 명품으로 준비해준다.
하지만 할머니가 그랬다. 빚에는 돈으로 갚을 것과 마음으로 갖아야 할 게 따로 있다고. 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을 마음으로 눙쳐도 안 되고 마음으로 갚아야 하는 빚을 돈으로 해결해서도 안 되는 법이라고. 소희는 엄마가 자기에게 진 빚이야말로 돈으로 갚을 수도 없고, 갚아서도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68쪽)
소희는 처음에 그 사실이 불편했으나,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자신을 거짓으로 포장한다.
영화 동아리에 들어가서 남자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영화 사이트에 가입해서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결국은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나고, 엄마가 아빠에게 맞으며 산다는 걸 알게 된다.
똑같은 공간인데 조명만으로 이렇게 바뀌는 걸 보니 사람 마음도, 마음 자체가 바뀌는 게 아니라 어떤 빛을 어느 부분에 비추는가에 따라 다르게 여겨지는 것 같다. 소희를 향한 조명이 이제 파티는 끝났다는 듯 마음의 가장 어둡고 씁쓸한 부분을 비추고 있었다. 소희는 곤두박질칠 일만 남은 롤러코스터 위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그 롤러코스터의 종착지는 집이다.(209쪽)
작은아버지 집으로 도망친 소희는 작은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다. 소희는 겉으로는 철든 것 같았지만, 엄마의 재혼 가정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 엄마한테 못 할 말이 뭐가 있어. 그동안은 일찍 철든 게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했는데 이제 보니 아니었어. 애들이 부모 속이고, 반항하고 형제들하고 싸우는 시간도 다 약정 시간에 있는 거야. 너희 때는 그게 당연한 거야.˝
약정 시간이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나는 잘못하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일찍 철들어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시간들을 되찾으려는 거다. 그런 말을 어른이 해 주니까 응달진 마음에 볕이 드는 것 같았다.(238쪽)
학교에서 소희가 거짓말한 것을 사실대로 말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다. 소희는 좋은 친구를 뒀다.
새아빠의 딸과 소희가 만나면서 치유에 종지부를 찍는다. 새아빠의 손찌검도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인다.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기억이 흐릿해서, 그때의 소희가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생각했지만 기억나는 건 없었다.
사춘기는 또하나의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것과 같다. 조부모 가정에서 재혼 가정이라는 급격한 변화와 사춘기라는 콜라보레이션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여기서는 이 시너지가 빨리 정리되었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도 할 것이다.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것은 환경이나 내재된 역량, 주변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거다. 그러나 자신의 시간이 있고, 그 시간을 기다려줘야 한다.
📌내가 읽은 이금이 작가님 책
✔️망나니 공주처럼
✔️알로하 나의 엄마들
✔️너도 하늘말나리야
✔️페르마타, 이탈리아
✔️소희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