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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수프 - 미하엘 엔데 동화전집 2 ㅣ 동화 보물창고 2
미하엘 엔데 지음, 베른하르트 오버딕 그림, 유혜자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8월
평점 :
[마법의 수프](미하엘 엔데/유혜자 옮김, 보물창고)
미하엘 엔데의 단편 동화 몇 편을 선정해서 실어놓은 책이다. 공교롭게도, 직전에 읽은 [냄비와 국자 전쟁] 이야기가 다른 제목으로 존재했다. 책 제목인 [마법의 수프]다. 번역가마다 다르게 번역하는 걸 보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직전에 읽은 [냄비와 국자 전쟁] 번역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동화는 ‘마법의 수프‘, ‘내 곰인형이 되어 줄래?‘, ‘헤르만의 비밀 여행‘, ‘나비가 되는 긴 여정 혹은 이상한 교환‘, ‘주름투성이 필레몬‘, ‘어느 무서운 밤‘, ‘꿈을 먹는 요정‘, ‘오필리아의 그림자 인형‘이다. ‘헤르만의 비밀 여행‘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월요병을 견디다 못한 헤르만이 자신의 상상의 나래에 빠져 학교를 땡땡이 치고 먼 곳까지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그래, 나도 산타 크루즈로 간 적이 있었거든.˝
헤르만이 일어나 앉으려고 하자 아버지가 다시 부드럽게 눕혀 주었다.
˝그냥 누워 있거라. 누구나 산타 크루즈에 한 번쯤은 가게 된단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어떤 사람들은 더 많이 가기도 하지.˝(110쪽)
최근에 [탕자, 돌아오다]를 읽어서 그런지 탕자가 생각난다. 괜찮은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필레몬은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원대하고 멋진 생각을 품고 있었다. 예를 들면 작고 보잘것없을 것 같은 꽃 한 송이를 보더라도 이렇게 생각한다. 꽃이다! 그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런 생각을 한다. 주름투성이 필레몬은 겉모습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용하고 겸손한 것이다.(123쪽)
‘주름투성이 필레몬‘에 나온 글이다. 겉모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조용하고 겸손할 수 있는 거구나. 나는 겉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보다. 조용하지도, 겸손하지도 않은 걸 보면.
읽고 있을 때는 특이한 이야기(소재나 주제면에서?)라고 생각했는데, 정리하고 보니 곱씹게 된다. 그래서 미하엘 엔데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