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 33가지 죽음 수업
데이비드 재럿 지음, 김율희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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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죽음](데이비드 재럿/김율희 옮김, 윌북)
-부제: 33가지 죽음 수업

진도가 안 나가서 진짜 오래 읽은 책이다. 사례 중심으로 기술되어서 더 안 읽혔나 싶다. 33가지 죽음 수업이라고 되어 있지만, 나는 그 에피소드가 그 에피소드 같았다.

작가는 요양병원(?)에서 오래 근무했다. 따라서 죽어가는 환자들과 보호자를 많이 보았다. 그들의 죽음을 보고 깨달은 바를 이 책에 담았다.

우리 엄마는 외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쿨하게 보냈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 정리 중이라, 정리가 끝나야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병에 걸린 환자들의 생명을 보호자들이 놓지 못하고 있는 장면을 서술한 부분이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환자들이 고통스럽더라도 생을 유지하고 있는 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환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까, 환자는 아파서 판단력이 흐려지니까 보호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할까. 환자는 고통을 겪는 것보다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글쓴이는 이런 고통스러운 죽음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죽음이 낫다고 보고 있다.

‘현대 의학은 생명 보전과 생명 연장에만 초점을 맞춘 채로 환자의 고통이 연장된다는 사실은 뒷전으로 미룬다.‘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오는 수명 연장, 그런데 아프면서까지 생을 유지하고 싶을지 모르겠다.-뜬금없지만, ‘생‘과 ‘삶‘을 이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픈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남은 삶이 ‘생‘으로 여겨질 것 같다.

한편으로, 어떻게 죽고 싶은지, 내 죽음의 순간이 어떠하고 싶은지는 꾸준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모두 옛 모습이 드리워진 쭈글쭈글한 그림자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결혼할 때도 다른 사람들처럼 했다. 스드메를 예약하고, 축의금을 받고, 결혼식장을 빌려서 했다. 선택지가 너무 넓어서 못 정하고 있을 때, 시어머니가 알아봐주신 스튜디오에서 스드메를 계약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그런데 다들 그렇게 한다고 그렇게 할 필요는 없는 거였다. 결혼식에 대해 오래 생각해보지 않았고(관심이 없었고,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결혼한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하지 않고 정해놓지 않으면, 죽음의 순간도 장례식도 다른 사람처럼 진행될 거다. 그런데... 모르겠다. 어떻게 되고 싶은지.

‘요즘은 흔히 간과되는 의료 윤리 개념이 하나 있는데, 의학적 조사와 치료는 환자가 살아온 삶을 반영하고 거기에 적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삶은 무엇을 반영하게 될까. 주관이 왜 이리 없을까.

‘죽음은 나름의 속도로 천천히 오며 다른 사람들의 시간표에 맞춰 서두르지 않는다. 죽음은 공로상을 받으러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해야 하는 딸의 사정이나 주말에 있을 손자의 결혼식에 관심을 보이거나 이해해주지 않는다. 죽음은 그렇게 이기적이다.‘

갑작스런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여기에 대해서도 면역이 되어 있지 않다.

흥미로운 문장도 있었다. ‘나는 종교적 믿음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려 애쓰고 그대로 인정하는 데 있어 누구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낸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째서일까. 왜 그럴까.

‘그러니 “왜 하필 나야?”라고 묻지 말라. “왜 내가 아니지?”라고 물으라. 아직 화살에 맞지 않았다면, 당신이 따르는 신이나 철학자가 누구이건 그 존재에 감사하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멋진 삶을 계속 꾸려 나가라.‘

“왜 하필 나야?”가 아니라 “왜 내가 아니지?”라고 물으라는 말이 새로웠다. 그럼에도, 인간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며 감사함을 느끼는 존재일 수밖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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