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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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이꽃님, 문학동네)

2월에 책뜰안애 갔다가 권일한선생님이 나에게 딱 한 권 추천하신다며 추천해주신 책이다. 제목은 많이 봤는데 추천해주신 책이어서 반가웠고, [죽이고 싶은 아이]의 이꽃님 작가님 책이라 반가웠다. 책 제목이 왠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안 읽었다..;;)가 생각나는 제목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을 보일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다가, ‘앗, 낚였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이런 책을 추천해주신 게 아닐까 하고.
책에 나오는 가상 지명 ‘정주시‘는 실제 지명인지 찾아보려 했더니, 뒤에 작가의 글에서 청도를 모티브로 한 곳이라고 밝혀서 김이 살짝 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인생을 살면서 항상 옳은 선택을 할 수는 없다. 최선의 선택을 할 수는 있어도.

˝네 선택이 옳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선택을 해야만 하면? 널 고통스럽게 만든 사람이 좋은 사람이면? 그 사람한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데 그 사정을 네가 모두 알게 된다면, 그러면 어떨 것 같아?˝(139쪽)
˝어쩌면 이 마을 사람들도 그날 최선의 선택을 한 걸지도 몰라. 그게 꼭 옳은 선택이 아니었을지라도.˝(177쪽)

삶을 살면서 계속 겪어왔다. 그러나 선택의 문제를 생각하기에 앞서서, 선택의 밑바탕에 있는 가치관을 생각하게 된다. 옳고 그른 선택 중 항상 옳은 것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도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좌절감이 느껴진다. 삶의 가치가 갈대마냥 왔다갔다 하면, 어느 순간에는 옳은 선택을, 어느 순간에는 옳지 않은 선택을 하는, 이 선택이 이리저리 흔들리면, 아무리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최선이 아닌 것 같다. 인생의 가치관이란 그저 흔들리는 것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심지가 곧은 사람이고 싶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안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에서건 나에게 용서할 기회마저 빼앗지는 말았어야 했다.(141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용서할 기회를 빼앗는다는 것. 나는 용서할 준비가 안 되었는데, 주변에서는 용서하라고 한다. 나도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묻게 된다. 나 혼자 마음 편하자고, 그저 용서하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찬이는 지한테 소중한 뭔가가 생기면
또 잃어버릴까봐 무서운 기다. 근데 나는, 잃어버리든 빼앗기든 소중한 게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 잃어버리면 슬프겠지만 소중한 건 또 생기기 마련이다이가. 소중한 게 평생 딱 하나뿐이겠나.˝(148쪽)

마지막 문장 때문에 발췌했다. 소중한 건 평생 딱 하나만 있는 건 아니라는 여유. 그게 사람(가족)이면 힘들 것 같긴 한데, 다른 가치라면 생각해볼 만하다 싶다. 그러면 미리 소중한 걸 여러 개 만들어 놓아야 하나 싶다가, 그렇게 하면 소중한 게 더 이상 소중한 게 아닌 거 같아서 소중한 걸 미리 여러 개 만드는 건 의미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난 소중한 걸 잃어버리면 소중한 걸 또 찾으면(만들면) 되지, 라는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다 잡고 싶은 욕심, 이 욕심은 어디에서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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