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깊은 그리스도인 - 마이클 몰리노스의
마이클 몰리노스 지음, 김미혜 옮김 / 요단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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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깊은 그리스도인](마이클 몰리노스/김미혜 옮김, 요단출판사)
-다북다복 7th.

단톡방에서 [어둔 밤]과 이어진다는 글을 보고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어둔 밤]이 너무 힘들었던 까닭이다. 그래도 읽어보니 [어둔 밤]보다는 나았다.

상상과 이성(감각)으로 도달할 수 없는 믿음의 영역을 이야기해서 좋았다. 이성의 부분이라면 [팡세]가 더 자세하게 얘기해주는 것 같고, 상상의 부분이라면 비크너의 [기이하고도 거룩한 은혜]가 생각난다.
내게 이 책이 다가왔던 이유는, 내가 영적 메마름의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회에서는 영적 메마름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라도 이 상태로 있을 수 있는 게 당연한 것임을 말해주니 안심이 된달까.
내 기도의 여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학생 때는(대학생 때까지) 구하면 주시는 하나님이었다. 그게 깨진 게 아마 로마서로 일대일 공부를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때 아, 내가 하나님을 자판기로 생각했구나, 하는 인식을 했다. 뒤이어, 기도 응답에 no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기도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시간이 있었다.-응답 받는다는 인간적인 관점이 아니라(성경에 딱 한 번 나온다.), 응답의 주체는 하나님이시라는 생각이 있었다.
대학원 다닐 때 감정을 토로하는 기도를 했다. 그뒤로는 감정을 쏟아내는 데 현타가 와서 곧 멈췄다. 그저 내 감정만 알아달라고 징징대는 기도(물론 이런 기도도 필요하지만)를 언제까지나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기도를 놓고 있다가, 기도문을 필사하는 방식으로 겨우 기도의 끈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메마른 기도를 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10년 동안 하나님이 만나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하나님의 임재연습]의 로렌스 수사가 떠올랐다. 다윗이 10년 동안 사울을 피해 도망다닐 때도 이런 상황이었을까, 요셉이 10년 넘게 옥살이할 때도 이런 상황이었을까.

독서모임 때는 신앙 단계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수동성‘이라는 부분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전에 내게 아이의 발달은 단계적이면서도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양육하면서 알게 될 거라고 말해주신 분이 있었는데, 신앙의 단계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높은 단계인 것 같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아닐 수 있는 것. 그리고 계단식 성장이 아니라 내려갈 때도 있고 슬럼프가 올 때도 있으니 신앙의 단계도 그렇지 않을까. 교회에서도 이렇게 메마른 상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해주면 좋을 텐데.
‘수동성‘ 부분에서는 박신양이 나왔던 [배우학교]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박신양이 일곱 명의 남자 배우들에게(아이돌이면서 연기에 도전한 사람도 있었다.) 연기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박신양이 어떤 배우에게 떡을 연기해 보라고 지시했는데, 그 사람이 방향을 못 잡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배우가 방향을 못 잡고 있던 사람이 떡이 되도록(?) 도와주었다. 그게 나에게는 꽤 충격이었는데, 떡이 된다는 게 저런 의미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고, 외부적인 힘으로만 움직여지는 떡. 인간의 수동성은 이 떡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원의 문제 역시 이런 거라고 생각했다(자꾸 ‘인간이 믿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믿게 해주셔야 믿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믿음‘이 능동적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감각과 영성이 대치(?)되는 지점에 있는지는 좀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예상밖으로 괜찮은 책이었다. 하지만 초신자에게는 권하지 않고, 어느 정도 성경과 교리에 대한 지식이 있고 교회 생활에 의문이 있는 분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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