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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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문경민, 다산책방)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한 중등 교사의 생애를 다룬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이라고 한다면 30년쯤 전이다. 30년이 지나도, 교육부(문교부)는 같은 일을 반복하려고 했다. 1989년에는 문교부가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무더기 파면, 해임을, 그리고 30년도 더 지난 2023년에는 서이초 선생님 추모 파업(이라 쓰지만 이걸 파업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으로 교육부가 파면, 해임하겠다고 협박했다.

7월 20일, 윤옥은 교감으로부터 파면 서류를 받았다. 문교부는 조합 탈퇴 각서를 쓰지 않은 교사 1500여 명을 파면하거나 해임했다. 해직 교사가 있는 다른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수업 거부와 단식 투쟁이 잇달았다고 했으나 윤옥의 학교에서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교감은 윤옥에게 12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우리가 걷은 돈이에요. 학부모 돈이 아닙니다.˝
윤옥은 꺼칠해진 교감의 얼굴 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고인 눈물이 고마웠다.
윤옥은 돈을 받아 들었다.(159쪽)

내가 어릴 때이니 정확한 사정은 모른다. 빨간색을 지지하시는 부모님 영향으로, 전교조를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보인 행보로 교육이나 인권이 발전한 부분은 있지만, 지금은 정치적 색채가 너무 강해졌고 쇄신하거나 와해되거나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단체든 오래되면 다 그렇게 변질되는 법이다.

나는 이 책 내용보다, 글 끝에 있는 작가의 말에 눈물이 났다. 작년 9월 2일 30만이 넘게 모인 집회 때, 문경민선생님이 추모사를 낭독하실 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이 글에는 그때 이야기가 적혀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온갖 변명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내 이야기가 있었다.

윤옥도 지호 생각을 속으로 삼켰다.
언젠가는 찾아가 보겠다는 혼잣말로 마음을 다스렸다. 어릴 때는 어리다는 이유로, 좀 더 커서는 공부할 시간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대학 합격 뒤로는 엄마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79쪽)

지키고 싶은 세계였기에 꼿꼿하게 끝까지 지켰던 윤옥처럼 지내지 않는다. 그럴 깜냥이 안 된다며 계속 뒷걸음친다. 최근 [예배다운 예배]를 읽으며 직업으로의 부르심을 계속 생각한다. 깜냥이 안 돼서 뒷걸음질하는 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걸까. 잠시 쉬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수님은 ‘죽도록 충성하라‘고 하셨는데. 마음이 갈팡질팡한다. 교감의 변명은 내 변명과 다르지 않다.

˝정 선생님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정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라고 나쁜 사람으로 태어났겠어요?아닙니다. 다들 사느라 그러는 거예요. 우리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입니까? 우리가 그렇게 큰 욕심을 부리던가요? 그건 아니지 않나요?˝(155쪽)

📚내가 읽은 문경민선생님 책
✔️훌훌
✔️화이트타운
✔️열세 살 우리는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
✔️딸기우유공약
✔️지켜야 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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