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디 그런 뜻이겄소? 시집도 안 간 딸자석 하나뿐잉게 그 깨끔한 성질에 폐 안 끼칠라고 그랬겄지다."
시집 안 간 딸자식에게 언니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꽃혔다. 비수가 꽂힐 때 알았다. 내가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자식이라는 것을. 아버지가 가족을 등지고 사회주의에 몸담았을 때,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혈육을 뿌리치고 빨치산이 되었을 때, 이런 마음이겠구나. 첫걸음은 무거웠겠고,
산이 깊어질수록 걸음이 가벼웠겠구나. 아버지는 진짜 냉정한 합리주의자구나. 나는 처음으로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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