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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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연수를 들으면서 독서토론 실습을 했다.
주제는 현수의 엄마는 진짜 엄마로 볼 수 있다이고, 나는 반대편에서 논거를 펼쳤다. 다듬을 곳이 많지만, 일단 올린다.
참, 이 책은 3월에 한 번, 4월에 한 번, 6월에 한 번, 총 세 번을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독서연수에서 쓸 줄 모르고 읽었고, 4월에 읽을 때는 독서연수 질문 만들기를 위해, 6월에는 독서토론 실습을 위해 읽었다.


현대 사회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챗GPT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었고, AI가 이세돌을 이기는 시대를 살고 있다. ‘로봇에게 감정이 생긴다면?’이라는 질문이 더 이상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감정을 가진 로봇이나 휴머노이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내게 감정을 가진 AI 엄마가 생긴다면, 그 엄마를 진짜 엄마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엄마는 진짜 엄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애초에 현수의 엄마는 현수가(현수 아빠가) 주문하고, 택배 상자를 받아서 집까지 옮겨서 하나 하나 조립해야 했던 생명‘장난감’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방점은 ‘생명’이 아니라 ‘장난감’에 있다. 마지막에 아빠가 데려온 현수의 엄마는, 더 이상 장난감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마음이 생기면 장난감이었던 게 장난감이 아닐 수 있는가? 현수의 엄마는 앞으로 고장날 일이 전혀 없을까? 피를 흘린다면 현수의 엄마는 파란 피를, 현수는 빨간 피를 흘릴 것이다. 사람과 장난감이라는, 다른 종에서 오는 이질감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부분이 현수의 엄마가 진짜일 수 없는 첫 번째 까닭이다.
이 책에서는 (아마도) 현수의 실수로 엄마에게 마음이 생겼다고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사실은요, 엄마를 조립할 때 손가락을 찔려서 피가 났어요. 핏방울이 엄마 가슴에 떨어졌는데 닦아 내기 전에 스며들었어요. 그래서 엄마가 불량품이 됐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진짜 엄마처럼 안 되는 걸 거예요.”(72~73쪽)
만약 현수의 손가락이 찔리지 않고 조립을 끝냈다면 현수의 엄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마음을 가지지 않은 엄마도 현수의 엄마라고 볼 수 있을까? 현수의 엄마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이 ‘마음’이 큰 작용을 한다. 이 우연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엄마가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면, 현수가 엄마라고 생각했을까? 마음을 가진 엄마를 진짜로 볼 수 있다면, 마음을 가지지 않은 엄마는 진짜로 볼 수 없다는 건데, 같은 생명장난감으로서 마음의 유무로 진짜와 가짜를 가린다는 게 과연 합당할까? 이런 예는 현대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학대하는 엄마와 ‘마음’이 있는 선생님. ‘마음’이 있어서 무조건 엄마가 될 수 있다면, 이 시대의 엄마는 누구로 봐야 하는가?
이 책에서는 현수가 직접 조립한 생명장난감(엄마)에만 현수의 마음을 두었기 때문에 현수에게는 더 이상 엄마를 구입할 마음이 없어서 생기지 않은 일이었지만, 만약 다른 엄마를 사오고, 현수가 부품에 손가락을 또 찔려 피가 다른 엄마의 가슴에 스며들어 그 엄마에게도 현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현수의 진짜 엄마는 여러 명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
넷째, 생명장난감은 깨어나서 처음 본 사람을 따르게 된다(23쪽). 현수의 피가 스며든 현수의 엄마가 깨어나서 처음 본 사람이 민지였다면, 엄마는 민지에게 마음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그러면 그때는 민지의 엄마를 진짜로 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현수의 엄마는 현수가 하는 대로 따라했다. 현수가 책을 읽어주면 책을 읽어줬고, 인사를 하면 인사를 했고, 현수가 웃으면 함께 웃었다. 현수는 가르치고 엄마는 배움으로써, 현수가 원하는 엄마를 가질 방법을 알게 되었다(75쪽). 이 엄마는 현수의 진짜 엄마가 아니라, 현수가 ‘원하는’ 엄마인 것이다. 만들어낸 엄마였다. 내 입맛에 맞도록 만든 엄마를 진짜라고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은 진짜 같은 가짜에 열광한다. 그러나, 진짜는 존재하는 것이고, 가짜는 만들어내는 것이다. 만들어낸 엄마를 진짜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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