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더 이상 의지나 열정 같은 말에서 의미를 찾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기대야 하는 건자기 자신을 몰아붙이기 위해 반복해서 되뇌던 이런 말들이 아니라, 몸의 감각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가 어느 공간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의미가 되었다. 몸이 그 공간을 긍정하는가 그 공간에선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나를 소외시키지 않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가. 이곳, 이 서점이, 영주에겐 그런 공간이다. - P10

책 읽는 게재미있었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면 힘 하나 들이지 않고 다른 세계로 여행을 온 것 같아 마냥 신이 났다.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가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갑작스레 달콤한 꿈에서 쫓겨난 듯 속이상했지만, 오래도록 그럴 필요는 없었다. 책을 펴면 언제든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으니까. - P17

서점 오픈 전까지 영주는 소설을 읽는다. 소설은 영주를 자신만의 정서에서 벗어나 타인의 정서에 다가가게 해줘서 좋다. 소설 속인물이 비통해하면 따라 비통해하고, 고통스러워하면 따라 고통스러워하고, 비장하면 영주도 따라 비장해진다. 타인의 정서를 흠뻑받아들이고 나시 책을 덮으면 이 세상 누구든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영주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책을 읽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매번 찾는 게 무언지 정확히 알고 첫 페이지를 펼치는 건 아니었다.
수십 페이지를 읽고 나서야 아, 내가 이런 이야기를 찾고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될 때도 많았다. 찾는 게 무언지 정확히 알고서 책을 읽는 경우 또한 있었다. 1년 전부터 영주가 읽어온 소설들은 이렇게 분류할 수 있었다. - P29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생각해낸답이 지금 이 순간의 정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치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또 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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