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에쓰코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지만 엄마라는 것만은 영원히 변치 않는 사실이었다. 엄마로서의 삶은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인생의 일부였다. - P255256

노아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고, 모든 규칙을 지키며 최고가 되려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적대적인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노아가 그런 잔인한 이상에 사로잡히도록 내버려 둔 것이 선자의 실수였다. 그 때문에 노아가 죽었다. - P282283

"미국에서는 강꼬꾸징조센징이니게 없었어. 왜이라는내가 남한 사람 아니면 북한 사람이 돼야 하는 거야? 이건 말도 안돼! 난 시애틀에서 태어났어. 우리 부모님은 조선이 분단되지 않았을 때 미국으로 갔고." 피비가 그날 하루 동안 편협한 대우를 받았던 일들 가운데 하나를 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왜 일본은 아직도조선인 거주자들의 국적을 구분하려고 드는 거야? 자기 나라에서4대째 살고 있는 조선인들을 말이야. 넌 여기서 태어났어. 외국인이 아니라고! 이건 완전 미친 짓이야. 네 아버지도 여기서 태어났는데 왜 너희 두 사람은 아직도 남한 여권을 가지고 다니는 거야? 정말 이상해."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인들은 북한과 남한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잦았고, 그 선택으로 거주자 신분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피비도 솔로몬만큼이나 잘 알고 있었다. 조선인이 일본 국민이 되기는 여전히 어려웠고, 그런 짓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조선인이 자신들을 억압했던 압제자의 국민이 되려고 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짓이라 여겼던 것이다. - P314315

선자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한수도, 심지어는 이삭도 아니었다. 선자가 꿈속에서 다시 마주한 것은 젊음과 시작, 소망이었다. 그랬다.
선자는 그렇게 한 여자가 되었다. 한수와 이삭 노아가 없었다면 이땅으로 오는 순례의 길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할머니가 된 지금이 순간에도 일상 너머로 아름다움과 영광이 반짝거리는 순간들이있었다.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해도 그것이 진실이었다.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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