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지음, 최재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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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감각](앤 라모트/최재경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작년 초에 읽다가 다시 이어 읽은 책이다. 앞 내용이 기억이 날 듯 말 듯 했다. 밑줄 그은 부분을 중심으로 다시 읽으면서 서평을 쓴다.
이 책을 권일한선생님 책 목록에서 봤는지, 최현아작가님 추천 도서 목록에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어쩌다 구입했더라? 책을 한 권 쓰고 보니, 글쓰기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 걸까. 올해는 어찌 된 일인지 글쓰기에 대한 책을 계속 읽고 있다.
이 책은 글쓴이가 수업하는 형태로 서술되고 있다. 글쓰기의 기술도 적혀 있지만, 기술이 다가 아니다. 글쓴이의 삶, 존재 의미가 글 속에 녹아 있다. 권일한선생님이 왜 추천하셨는지 알 것도 같다. 다만, 한 가지 주제 안에 여러가지 비유적인 글과 글쓴이의 삶이 적혀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읽는 데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 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 책이 오랫동안 안 읽혔던 이유인 듯하다.
최현아작가님이 인용한 구절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당신만의 브로콜리가 필요하다.‘(184쪽)이다. 그 브로콜리가 뭔가 했더니 ‘당신의 브로콜리가 하는 말을 들어보라.‘(189쪽)는 거였다. 이유인즉, ‘아마도 브로콜리는 올바른 방향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189쪽)‘나. 나만의 브로콜리는 무엇일까? 내 할 말이 너무 많아서(속에 담고 있는 말이 많아서) 브로콜리의 말 따위는 들을 생각 안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브로콜리가 아는 올바른 방향에는 관심 두지도 않고.

˝왜 우리가 그런 문들을 모조리 다 열어야 하죠? 왜 꼭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만 진실을 말해야 하는 거죠?˝
그러면 나는 잠시 동안 그들을 응시한다.
˝그게 우리 본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요.˝(297쪽)

브로콜리의 말은 본성의 목소리를 의미하는 것일까? ‘당신의 분노와 피해와 슬픔이 바로 진실에 이르는 길이다.‘(300쪽) 본성은 분노와 피해와 슬픔에서 드러남을 이렇게 표현한 거 같다. 그 ‘진실에 이르는 길‘ 때문에 ‘기독교 신자에서 시인으로 개종‘(340쪽)하는 사람이 생기는 거 같기도 하다. ‘그는 거기서 더 큰 영혼의 안식을 얻었다.‘(340쪽) 기독교가 하나의 종교인 이상, 영혼의 안식을 다른 곳에서 얻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왜 글을 써야 하는 거죠?˝
나의 대답은 이것이다. 바로 영혼 때문이라고. 마음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346쪽)

렉티오 디비나를 안 좋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 읽고 보니 렉티오 디비나와 글쓰기는 연결되어 있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나님이 보실 때,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분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분별하려는 것이 분별의 대상인 건지도 헷갈린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의 공통점을 생각한 적이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관심이 많다. 자연을 벗하면서 살아서인지, (내게 없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나는, 도시의 삭막함 속에서,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현실을 살지 못한 거 같다.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았던 거 같다. 후에 시골에 살게 되었을 때는, 이미 도시의 메마름에 길들여진 이후였다. ‘나는 이것이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살 것, 그리고 감탄할 것.‘(169쪽)이라는 글을 다시 읽을 때, ‘도시에서 살면서 현실을 살 수 있나? 감탄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의 추억이라고는 인위적으로 만든 물질문명뿐이니, 메마른 감정은 어쩌면 당연한 걸까. 도시인에게도 감성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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