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지음 / 책구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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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신민경, 책구름) 199쪽(누적 2648쪽)

이소현선생님 픽이다. 삶과 죽음이 한 걸음 차이밖에 안 나는 사람의 글이다. 책을 읽으면서, 몇 달 전 갑자기 일찍 갔던 아이도 생각이 났다. 사실, 그 누구도 자신의 죽음을 예견할 수 없다. 오늘 살아있는 사람이 내일은 죽을 수 있다. 죽음 곁에 있는 글쓴이가 내일 살아 있고, 아무런 지병 없던 사람이 갑자기 내일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갑자기 죽는 죽음과 아파서 죽는 죽음이다. 갑자기 죽는 것은 아기가 마음에 걸려서, 그리고 아파서 죽는 것은 내가 워낙 유리멘탈이라서. 그 중 글쓴이는 아파서 죽음을 앞에 놓고 있다. 얼마나 엄청난 정신력으로 생활했을지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죽음을 마주할 수 있어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아직 마주할 용기가 없다. 그래서 계속 책을 읽는다. 죽음과 마주할 용기를 얻고 싶어서.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성경만으로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동기부여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앞부분은 울컥하는 지점이 많았다. 이 책 한 권을 내기까지 얼마나 고통 속에 있었어야 했을까.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었던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방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27쪽) 심지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 ‘쓰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게 하자. 거창하게 의미 있는 일을 찾으려고 시간이랑 씨름하지 말고.‘(31쪽)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일만 따져야 하는 시간이라니. 게다가, 할 수 있는 일을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하다니. 가끔, 호호할머니가 되면 뛸 수 없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뛰곤(조깅에 가깝지만) 했다. 열정이 넘치더라도 나이와 건강에 따라 젊고 건강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대신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생기기는 하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헤매는 것도 좋지만, 지금 현재의 일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일에서도 가치를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의미 있는 일을 찾기보다, 현재를 의미 있게 살자.-의미 있는 일을 찾는다는 건, 지금 내 일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 테다. ‘그러니 네가 곧 죽는다 하더라도, 애써 특별한 일을 할 게 아니라 그냥 원래 하던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172쪽) 나는 계속, 현재를 무시하며,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40쪽). 죽음을 앞에 둔 고통의 순간에(아파서 죽는 경우), 의료기기를 사용해서 생명이 연장되기를 바랄까, 그냥 고통 없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 글쓴이가 읽었던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을 읽다가 말았었는데, 지금까지 읽은 바로는 의료기기를 사용해서 생명이 연장되도록 하는 것은 고통을 연장하지 않고 죽을 수 있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내용이다. 인간에게 존엄성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전에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원하고 노력하고 기도했는데 이제 큰 바람이 없어졌다. 기적처럼 살게 해 달라고, 건강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 통증이 좀 덜했으면, 오늘 밤 잠결에 고통 없이 떠날 수 있다면, 하는 정도다.
이마저도 욕심일까?‘(67쪽)

전에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지금은 별로 없다. 힘든 일을 겪고 좌절하면 소망이 사라진다. 의욕이 없어지는 그 경험을 해보았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었다. 현재 내 소망(?)은, ‘무너지지 않게 평범함이 지속되는 것‘이다. [전능자의 그늘]이었던가, 지옥을 두려워해서 전능자를 찾는 것 같은 소망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나는 사람이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음을 보았나니 이는 그것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라‘(전 3:2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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