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개혁신앙이다
라은성 지음 / 페텔(PTL)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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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개혁신앙이다](라은성, PTL)

개혁주의 성경공부 모임에서 읽은 책이다. 600쪽이 넘는 벽돌책이라 다 읽는 데 두 달 가량 걸렸다. 같이 읽으니 읽을 수 있는 거지, 혼자 읽었다면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었을 책이다.

이 책은 기독교강요를 바탕으로 개혁신앙을 고백하는 신앙고백서들을 인용하며 무엇이 개혁신앙인지 설명해주는 책이다. 비록 맞춤법이 틀리는 곳이 종종 있어 읽기에 약간 거슬리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방해되는 정도는 아니다. 처음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을 개혁신앙이라고 부르는지, 용어 정리를 명확하게 해주어서 좋았다. ‘지금도 철학과 신학의 경계선이 불분명하고 신념과 신앙의 구분이 모호합니다. 이런 현상은 개혁신앙을 위태롭게 합니다.‘(20쪽) 개념을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으면 이 사람이 이해하는 개념과 저 사람이 이해하는 개념이 달라 서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교단에 몸담고 있지만 실제로 개혁주의를 배우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런 이유가 가장 클 거다. 개혁주의 교회를 오래 다닌다고 해서 개혁주의에 대해 아는 것은 아니다(물론 이 책에서는 개혁주의와 개혁신학, 개혁신앙을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개혁주의를 표방한다는 예장 합동은 스펙트럼이 너무 너무 넓다. 개중에 고신과 대신이 매우 보수적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고신이 그렇게 보수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교리를 가르치지 않으니 이미 교단의 의미는 사라졌다. 목회자의 성향이 어떤지에 따라 덜 보수적인 교단의 교회가 보수적인 교단의 교회보다 더 보수적인 곳이 되기도 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리켜 개혁신앙이라 하는가? ‘개혁신앙인(또는 개혁파)이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핍박받고 루터파로부터 버림을 받으면서 작성한 고백서가 있습니다. 이것을 가리켜 우리는 ‘개혁신앙‘이라 부릅니다.‘(37쪽)라고 설명하시며 교회사를 통해 어떻게 개혁주의가 형성되었는지 서술하신다. 네덜란드로 이동했던 개혁파들이 자신들이 믿는 바를 고백하여 정체성을 밝히기 위해 여러 가지 교리들을 확립하는데, 그것이 ‘벨지카 신앙고백서‘(벨직신경),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서‘, ‘주네브 교리문답서‘(제네바 교리문답서)를 채택하는 일이었다. 또 돌드레히트 종교회의를 통해 채택된 ‘돌드레히트 신조‘(도르트 신조)에 기초한 신학이다. 이 돌드레히트 신조를 ‘5대 항목‘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TULIP이다. 벨지카 신앙고백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서, 돌드레히트 신조를 연합을 위한 세 형식, 일치를 위한 세 형식이라 부르고, 이 형식들이 영국을 제외한 대륙에서 개혁신학을 따라 살았던 분들이 고백하고 가르쳤던 것이다(40쪽). 그렇다면 ‘웨스트민스터 기준서‘들은? 영국, 스코틀랜드, 웨일즈의 청교도와 장로교도가 고백한 내용들이다(50쪽). 신앙고백서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채택되었는지만 알아도 내가 지금 무엇을 믿고 있는지를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개혁주의, 개혁신앙이라고 외치는 신학교에서, 벨직 신경,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서, 제네바 교리문답서, 웨스트민스터 기준서들을 실제로 가르치고 있는지도 의문이고(주변에 신학생 지인들이 많고 들리는 바가 많아서 생기는 합리적 의문이다. 신학교를 졸업해도 기독교 강요를 끝까지 다 안 읽는다고 하니 말이다.), 교단 총회에서도 이런 신조대로 고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신학교에서는 저 신조를 믿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해야겠지만, 실제로는 신앙의 결이 달라도 다 받아들이고 있고, 그러니 교단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요즘 교회, 신학교, 총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에 대해 생각이 많다.
궁금증도 생겼다. 성도의 교제는 어느 교단, 교파까지일까. 이단만 아니면 다 가능한가? 알미니안에 반대해서 생긴 도르트신조를 생각하면, 현재 알미니안을 받아들이는 교회는 이단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으니 이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 건지?
아무튼, 개혁신앙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개혁주의 성경공부 모임에서 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을 공부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믿음대로 순종하려면 내가 믿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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