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아이야, 천천히 오렴 - 아이와 엄마의 ‘처음들’의 기록
룽잉타이 지음, 이지희 옮김 / 양철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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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천천히 오렴](룽잉타이/이지희 옮김, 양철북)-전자책

8월 책뜰안애에 갔을 때 권일한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책이다. 권일한 선생님이 추천해 주시는 책을 계속 읽으니 선생님의 감수성(?)이 어떤지 조금 알 것 같다. 선생님이 추천해주시는 책들은 전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따뜻함‘이 있다. 이 책도 따뜻한 책이다. 룽잉타이의 다른 책도 읽을 예정이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부제(?)대로 ‘아이와 엄마의 ‘처음들‘의 기록‘이 적혀 있는 책이다. 글쓴이가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먼저 경험한 내용을 글로 풀어주어 좋았다고 할까. 이 책은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들을 소개해 본다.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에 나오는 부분이다. ‘어차피 긴 시간 성장해나가는 동안 이 아이는 인간 세상의 온갖 추악한 일을 수없이 목격할 것이다. 그런데 굳이 두 살 때부터 사람들 사이의 원한에 대해 알게 할 필요가 있을까.‘(21쪽) 아마 부모라면 누구라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글쓴이가 고르는 책들마다 다 비슷한 내용이 펼쳐지고, 그런 책들을 아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다가 ‘엄마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이것이야말로 검열이 아니고 무엇일까? 책들을 미리 검사하고 금지시키는 것이니 말이다. ...(중략)... 검열도 별것 아니구나. 민중을 두 살짜리 어린아이로 여기는 것일 뿐.‘(22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검열이 필요한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서평이 길어지니까 여기까지.

˝그렇게 많은 너의 꿈과 계획이, 엄마가 되고 나서 모두 실현할 수 없게 된 거지?˝
엄마는 녹초가 된 몸을 소파에 기대며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그래서, 후회하니?˝
...(중략)...
잠시 후 엄마가 입을 열었다.
˝아니, 그렇지는 않아.˝ 그리고 다시 침묵. ˝어떤 경험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거든......˝(29쪽)

나는 다른 엄마들에 비해 덜 힘들게 육아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 시간 동안 지금처럼 서평도 쓰고, 책도 읽고, 피아노도 친다. 하지만 내가 아기와 놀지 않는 시간 동안은 분명, 아기와 멀어지고 있다. 아기가 옆에 있는 순간은 힘들지만 괜찮은 순간이다.
‘아이를 가진 제자에게‘에서 글쓴이는 이렇게 편지를 썼다. ‘두 사람의 아이이니, 아이를 낳는 것 역시 두 사람 모두의 일이야.‘(35쪽)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아이 엄마가 가장 큰 ‘권한‘을 지니게 되고, 어느 누구라도 ‘생모‘의 권리를 존중해주어야 하지. 아기는 먼저 엄마의 아들이고, 그다음으로 자신의 손자라는 사실을 내 어머니는 분명히 알고 계셨어. ...(중략)... ˝물론 결정은 엄마인 너의 몫이야.˝ ...(중략)... 사랑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풀어나가기가 어렵지 않아. 두려워해야 할 것은 증오야. 사랑이 아니라.‘(37쪽) 감사하게도 나는 시댁이 매우 가까운 편이라, 시어머니께서 아기를 매일 봐주신다. 내가 키우고 싶은 방식과 어머니가 키우고 싶으신 방식은 다르고, 물론 충돌할 때가 있다. 제일 스트레스 받았던 것은 신생아 때였는데, 모유를 먹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가 울면 모유를 먹여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였다(지금 생각해도 스트레스다.). 모유 먹이는 간격을 점차 늘려가야 하는데 아기가 배고파서 우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친정 엄마랑도 이 문제로 날선 분위기를 만들 때가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물론 결정은 엄마인 너의 몫이야.˝라는 말을 듣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그럼에도 그런 말들을 하시는 건 아이를 사랑해서일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기는 한다(아기가 울면 불안해지기 때문에 빨리 울음을 달래려는 목적으로 모유를 먹이라고 말한다면 싫겠지만.).
신기했던 이야기는 ‘여와 이야기‘였다. 여와는 중국 고대 신화 속의 여신인데, ˝여와는 기뻐하며 진흙인형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단다. 아주 단순한 이름이었지. ‘사람‘이라고 말이야.˝(41쪽)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와란 이름 자체에서 ‘여호와‘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고, 글쓴이가 마지막에 말한 부분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중국에도 이런 신화가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처럼 여기 저기 퍼져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이야기를 해주는 와중에 아이의 발견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엄마, 엄마 눈 속에, 눈동자에, 내가 있어. 안안이 있어. 정말이야......˝(41쪽)
아이를 키우면서 분명 아이와 나의 갈등은 존재할 것이다. 아이가 하기를 바라는 행동이 있을 것이고, 아이는 그 행동을 하기 싫어할 수 있다. 그럴 때 내가 글쓴이처럼 ˝좋아, 엄마가 강요하지 않을게. 하지만 네가 컸을 때 엄마가 억지로 시키지 않았다고 거꾸로 엄마를 원망하지는 말아줘.˝(105쪽)라고 말하면 아이는 이해할까? 이해해주면 좋겠다. 열아홉의 안안처럼 ‘하지만 지금 나는 나와는 다른 엄마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런 엄마가 자랑스럽다.‘(107쪽)고 말해주면 좋겠다. 아기에게 나의 시간을 좀더 내주어야겠다. 나에게 책 읽는 시간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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