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더클래식)-미니미니북 + 독서모임 후기
이번 달 성서교육회 독서모임 책이다. 내가 고른 책이기도 하다. 굳이 왜 시집이냐고 물으신다면, 시를 잘 몰라서라고 답한다. 다른 사람들은 시를 어떻게 읽는지 궁금했다. 학교에서 국어 수업을 할 때 제일 난감한 게 시 수업인데, 교과서 시를 버리지도 못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시를 잘 아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교과서 시가 괜찮은 시인지(그 중에 괜찮은 시도 있다고 하니까) 안 괜찮은 시인지 구분도 잘 못하는, 시에 대해선 문외한이 바로 나다. 그래서 시를 알고 싶었다. 또, 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시를 공부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를 좋아하면 알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시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어릴 때, 유치환 시를 외웠다. 김영랑, 김소월 시가 좋았다. 이육사의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듣고 그 시를 다시 보게 됐다. 알쓸신잡에서 심훈의 소설과 시를 함께 보며 ‘그 날이 오면‘을 다시 보게 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시를 오래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시가 알고 싶어졌을까? 가르치려면 알아야 하니까. ‘가르침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이 질문은 여기에서 더 다루지는 않겠다.
수많은 시 중에 왜 윤동주 시였을까? 살아있는 사람의 작품을 다루고 싶지는 않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 ‘동주‘라는 영화를 봤다는 게 두 번째 이유, 그 중에 집에 있는 책이 이 책이었다는 게 세 번째 이유다.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지금까지 그의 시가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을 터.
사실 시를 읽는 동안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윤동주의 시적 감수성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는 여러 번 읽어야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법인데, 한 번에 이 시집을 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되었다. 거기다가 내가 고른 책이니 꼭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나를 짓눌렀다. 이번 시즌부터는 책을 선택한 사람이 발제문을 준비하기로 해서, 발제문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결국 내가 생각한 발제문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와 그 까닭‘, ‘내가 시를 이해하는 방법, 시를 가르치는 방법‘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길‘과 ‘팔복‘이라는 시가 좋았는데, ‘길‘에서는 마지막 연이 마음을 울렸다.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누가복음 15장이 생각나기도 했다. 아, 이 시에 대해서는 함께 나누면 참 좋을 것 같다.
독서모임에서 다른 선생님들이 윤동주를 이해한 내용을 듣고서야 윤동주의 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 점이 참 감사했다. ‘서시‘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다 나오는 줄도 몰랐고, 서시와 종시가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다(윤동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큰 그림을 알려면 시를 여러 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윤동주가 저항시인인지도 잊고 있었다. 일제 시대에 우리 글로 시를 쓴다는 게 얼마나 용기있는 일이었을지 생각하지 못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윤동주가 직접적으로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독립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렸던 것을 용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말하기도, 시를 쓰기도 부끄러운 감정들을 용기있게 시로 써내려갔다. 치열하게 살았던 윤동주의 삶이 오늘날을 사는 우리의 삶이어야 하지 않을지. 윤동주는 제 식대로 용기있게 살았는데, 부끄러운 것은 윤동주가 아니라 나다. 부끄러운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괴로워해야 할 것을 괴로워하지 않는 나.
‘태초의 아침‘과 ‘또 태초의 아침‘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독서모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또 태초의 아침‘에서 가죽옷이 아닌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시 나눔도 정말 멋졌다. 시 하나를 가지고 시 모임을 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들 어쩜 이렇게 윤동주를 잘 이해하고 있으신지. 나에게 없는 눈이어서 부러웠다. 어쨌든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볼 수 있어서 윤동주의 시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게 참 좋았다.
(결국 시를 이해하는 방법은 나누지 못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