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 - 피할 수 없다면 즐겨요. 어떻게...?
로먼 겔페린 지음, 황금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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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로먼 겔페린/황금진 옮김, 동양북스)-전자책

책 제목이 재미있다. ‘나‘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밖에서는 이리 저리 잘 움직이지만(?), 집에서는 손도 까딱하고 싶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다. ‘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 나는 이렇게 반문한다. ‘정말 하고 싶은 거 맞아?‘ 하고 싶으면 방법을 찾고 하기 싫으면 핑계를 찾는다고 했다. ‘하기 싫어‘가 본심이다.
1장에서는 다섯 명의 사례를 든다. 실제 사례는 아니지만 실제 나인 것 같은 모습도 몇몇 보인다. 쉽게 미루고, 쉽게 결심을 포기하고, (일시적) 중독에 빠진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게 무엇일까? 그들은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함으로써 얻는 결과’를 원하고 있다.‘(31쪽) 그렇다. 나는 ‘행동함으로써 얻는 결과‘를 원한다. 운동보다는 뱃살이 빠지기를 원하고, 집안일보다는 ‘깔끔한 집‘을 원한다. ‘행동 자체에 대한 개인의 심리(감정)와 그 결과에 대한 심리(감정)가 특정한 행동을 수행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동기‘(34쪽)이다. 지금 일을 하지 않으면 몸이 편안하다(이 책에서는 쾌락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일을 하려면 노력이 필요한데, 노력하는 것이 힘들다(이 책에서는 불쾌라고 표현한다.) 결과적으로는 일을 하고 나면 개운한 마음(쾌락)이 들긴 할 것이다. 이렇게 쾌락과 불쾌가 갈등을 일으키며 두 힘 중 더 센 놈이 이기게 되고, 인간의 성향상 더 센 놈이 누가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인간의 동기 대부분은 부정할 수 없이 이 요인, 즉 쾌락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57쪽) 또, ‘감정뿐 아니라 신체적인 욕구 또한 중요한 동기‘(39쪽)이다. 사실 나는 신체적 욕구에는 둔감한 편(?)이라 몸이 소리를 지를 때까지 무시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이 책에서는 신체적 욕구도 감정과 묶어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활동을 시작하는 데 있어 필요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진입장벽‘(42쪽)이라는 녀석도 있다. 이 세 가지가 ‘활동을 구성하는 세 가지 심리적 요소‘(43쪽)이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할 때 인지, 행동, 감정의 순서가 어떤지에 대해서 고민했었다. 어떤 이론은 인지가, 어떤 이론은 감정이, 어떤 이론은 행동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로렌스 크랩의 경우는 인지가 원인이라고 했고, 이 책에서는 감정이 원인이라고 보는 것 같다(59쪽). 아무튼 이 쾌락원칙은 매우 신선했다. 동기부여 요소가 인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쾌락이 원인이 된다니. 무의식적으로는 내가 쾌락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읽었던 [이것이 개혁신앙이다]에서 ‘... 그러면서 제멋대로 살고자 하는 감정이나 죄성을 따르지 않습니다. 이런 경건의 훈련은 내적 고통을 가져옵니다.‘(268쪽)라는 문구를 읽고 보니 쾌락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제멋대로 살고자 하는 감정‘을 따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적 고통(이 책의 용어로는 불쾌)을 겪지 않으려고 선을 행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면 진심으로 회심했는지 의문이 안 생길 수 없다. ‘지상에서 경험하는 내적 고통은 지옥에서의 영원한 고통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습니다.‘([이것이 개혁신앙이다], 268쪽)
그리고 한 가지, 내가 기억해야 할 문단이 있었다.

주의력을 동기부여 수단으로 사용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우리는 주어진 주의력을 전부 소진하려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의력을 전부 활용하지 못하면 불쾌감을 느끼며, 활용하지 못하고 남아도는 주의력을 어떻게든 쓰려고 한다.(71쪽)

주의력을 전부 활용하지 못하면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일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는 까닭은 주의력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이 주의력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데, 주의력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정신력이라고 한다. 정신력은 무의식적 쾌락을 이겨내지 못할 때가 많다.(73쪽) 이 책에서는 정신력을 기르는 것보다 무의식적 쾌락의 심층적 기능에 호소함으로써(78쪽) 행동을 제어하라고 말한다. 이후 쾌락의 정도와 주의력으로 무의식적 쾌락을 제어하는 전략을 세우는 데 뒷 지면을 할애한다.
6장에서는 ‘몸이 알아서 움직이게 만드는 16가지 전략‘이라는 소제목으로 쭉 나열되어 있는데,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연상하기([미라클모닝]에도 나오는 방법이다.), 동시에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것, 무엇을 한다는 상상, 더 재미있는 일은 일부러 피하기 정도였다. 나머지는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네 가지라도 건진 것에 감사한다.
7장에서는 1장에서 나온 등장인물을 다시 등장시키며 그 인물들이 어떤 전략으로 무의식적 쾌락을 제어할지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솔직히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동기부여를 무의식적 쾌락 법칙에 근거해서 풀어나간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웠고(그것은 아마 내가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적용해봐야 할 것들도 있었다. 내가 어떤 일을 미루려고 할 때 쾌락과 불쾌를 찾아봄으로써 좀더 부지런해질 수 있지 않을까. 다음 문장을 끝으로 서평을 마무리한다.

우리 삶 속에 늘 존재하는 이런 무의식적 체계는 언제나 만족을 좇는다.(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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