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 - 2009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생각하는 책이 좋아 6
인그리드 로 지음, 김옥수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인그리드 로/김옥수 옮김, 주니어랜덤)

권일한 선생님의 추천으로 산 책이다. 몇 달 전부터 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소설과 동화류는 왠지 사는 게 아깝게 여겨져서 잘 사는 편이 아니지만 권일한 선생님의 픽을 믿고 사게 되었다. 최근에 사려고 보니 본품은 품절이라서 중고로 구매했다.
2주 전에 읽은 책이다. 1학기말(9월까지 1학기이지만) 평가를 해야 해서 평어를 적어야 하지만 너무 하기 싫은 마음에 집어들었다가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저자 이름부터 매우 낯설다. 검색을 해봐야겠다. 책날개에는 매우 따뜻한 감성을 소유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 저자가 쓴 다른 책은 어떤지도 궁금해진다. 밉스의 초능력 때문인지 [마틸다]가 잠시 떠오르기도 했다.
밉스는 다섯 명의 남매 중(끝에는 여섯 명이 될 것은 예고하고 있기는 하지만) 셋째이다. 위에 오빠 둘, 밑에 여동생 한 명, 남동생 한 명이 있다. 밉스의 가족은 아빠를 제외하고 모두들 초능력이 하나씩 있다. 밉스의 동생들에게는 아직 초능력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것은 열세 살 생일 때 초능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밉스 오빠들이 초능력을 잘 다루기까지(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기다리기 위해서 이사도 다녔고, 학교에 가는 대신 홈스쿨링을 해야 했다. ‘초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초능력을 가져서 얼마나 불편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어떤 초능력을 가지고 싶은가?‘ 나는 초능력을 가지고 싶지 않다. 이 책에서 서술하는 것처럼 너무 너무 불편할 것 같다. 초능력을 가져서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있다. 잘하는 것보다 평범한 게 더 좋은 것 같다.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넘치는 것보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기쁘고 슬프다고 느끼는 것도 주관적인 것이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가운데서도 기쁜 일을, 또는 슬픈 일을 발견할 수는 있겠다. 누군가에게는 기쁜 일이 될 수도, 누군가에게는 아무 일이 아닌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너무 너무 슬프고 힘든 일을 겪고 보니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평범한 날이 반복되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으로만 그치는 나를 보며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 사람들이 따르는 행복을 따르는 것이 넓은 길로 가는 것일 텐데, 나에게 진정한 행복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밉스와 같은 초능력을 가진다면 어떨까?‘ 전혀 밉스와 같은 초능력을 가지고 싶지 않다. 내 마음도 버거운데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살핀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지치는 느낌이다. 내가 상담을 공부했던 건, 나를 알고 싶어서였다는 것을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힘들다고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마치 집안일이 힘들어서 하지 않는 것과 같고, 공부가 하기 힘들어서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초능력을 가지지 않은 일반 사람과 같은 사람이다.‘ 초능력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르다‘고 평가받는다. 너와 나는 소속이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사회에는 다르다고 평가받는 사람이 많다. 장애인이 그렇고, 다문화가정이 그렇다. 조금 더 세밀하게는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 인서울 대학을 나온 사람들과 소위 지잡대를 나온 사람들, 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권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다르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무수히 많다.
남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외로운 사람들이다. ‘나는 남들이 겪지 않은 고통을 겪었어.‘ PK로서 받는 혜택은 혜택대로 받고, PK라서 받는 슬픔과 어려움은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외로워했다. PK 모임에 갔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는 어려움을 겪어.‘ 그때는, 다른 사람에게도 나 못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

˝목사님 딸로 살아가는 게 힘들어?˝
바비가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니?˝
˝사람들은 언니가 늘 완벽하길 기대하지만, 언니는 다른 사람처럼 편하게 살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다 보면 끔찍하게 외로울 때가 종종 있을 것 같아.˝(180쪽)

하지만 지나고 보면, 다른 사람과 같다는 시각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크게 보면, 밉스, 우리 버몬트 가족도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거든. 다른 사람처럼 태어나 살다가 죽는 거야. 그러는 사이에 우리도 다른 사람하고 똑같은 행복과 슬픔을 겪고 사랑을 하고 두려움에 시달리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병이 들어.˝(80쪽)

한편, 초능력을 꽁꽁 숨기려는 밉스에게 밉스를 좋아하는 윌이 이렇게 말한다. ˝말해 줘, 밉스. 너희 버몬트 식구는 왜 그렇게 ( ).˝(96쪽) 윌은 밉스에게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았고, 다르다고 주목해서 보지도 않았다. 밉스를 좋아하는 그 마음 자체로 밉스를 보았다. 윌의 이 말이 나를 울렸다.

어쩌면 우리도 모두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머릿속에는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가 늘 뒤죽박죽 엉켜 있을 것이다. 내 머릿속에서도 엄마 아빠 목소리가 툭하면 튀어나와 옳고 그름을 알려 주지 않던가! 애쉴리 빙과 엠마 플린트가 곁에 없는데도 걔들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오며 나를 괴롭히지 않던가, 그래서 내가 풀이 죽지 않던가! 나는 가슴에서 일어나는 나 자신의 큰 목소리를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구분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189쪽)

나는 여전히 내 목소리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 목소리는 뭘까? 내 목소리를 따라야 할까? 나를 확신할 수 없어서 여전히 여기 저기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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