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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반양장) - 개정판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4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9월
평점 :
[마틸다](로알드 달 글/퀸틴 블레이크 그림/김난령 옮김, 시공주니어)
돌봄교실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있다가 발견한 책이다. [마틸다], 많이 들어봤는데, 생각하다가 한 장 두 장 넘기니 왠지 권일한 선생님이 이야기한 책인 것 같았다. 표지를 살피니 로알드 달 책이다. 권일한 선생님 책에서 [로알드 달의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 책을 언급하신 기억은 있는데, [마틸다]도 언급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쨌든 로알드 달 책이니 잘 골랐다고 생각하며 신나게 읽었다.
이 책은 신나는 책이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편견을 가지기 쉬운 다섯 살짜리 꼬마 여자아이가 자기 부모님을 혼내고, 교장선생님을 혼내는 이야기다. 물론, 자기가 그렇게 했다는 것을 들키지 않고서. 아무 때나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고, 부당하게 자신을 대할 때 머리를 써서 어른을 혼냈다. 어떻게 저런 발칙한 상상을 할 수 있을까?(물론 마틸다는 그 상상을 행동으로 옮긴다.) 마틸다의 복수를 읽으면 사이다를 마시는 느낌이다.
복수는 기독교적인 측면에서 불편한 이야기이다. 용서와 사랑을 외치는 기독교에서 복수를 말하는 것은 금기나 다름없다. 그래서 마틸다가 하는 행동들을 읽으며 대리만족에 통쾌한 기분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부당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일까? 억울한 적은 종종 있었지만, 그 때문에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혼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마틸다는 구체적인 계획 아래 복수를 하는데, 나는 그런 구체적인 계획조차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나와 밀착된 관계에 있는 사람이었고, 그 관계를 깨뜨리면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혼낼 마음이 있을까?
마틸다는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을 알았다. 교장선생님도 사랑하지 않았다. 마틸다가 그들을 혼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마틸다를, 그리고 마틸다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헤꼬지를 하는 것은 그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로 돌아간다면, 혼낼 마음이 있을까, 라고 묻는 것 자체에서 내가 그 대상을 사랑하고 있기에, 그리고 그 대상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에-그 대상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내가 원하는 것과 달랐지만- 갈등하는 것이 아닐까.
이론적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비어있는 소리다. 설교 시간에 사랑해야 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랑해야 하는 것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의 진심이 느껴지면, 사랑할 수 있다. 아직까지 내 단계는 여기까지다. 예수님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되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더 나아가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다른 사람이 나를 잘 대접하면 나도 그렇게 잘 대접하겠다는 생각이 드러난다. 남에게 대접받은 대로 내가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대접할 수는 없을까.
이 책을 보다보니 매우 옛날에(수십 년 전이므로) TV로 어린이드라마처럼 [마틸다]를 상영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 마틸다는 초능력을 부릴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그 아이가 이 아이였나 보다. 그 어린이드라마(?)보다는 책이 훨씬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책을 넘어서는 영화는 이때까지 보지 못했다.
로알드 달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도서관에 또 가게 된다면 [로알드 달의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