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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그리스도인 - 거의 그리스도인이 될 뻔한 사람 ㅣ 잉글랜드 P&R 5
매튜 미드 지음, 장호익 옮김 / 지평서원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유사 그리스도인](매튜 미드/장호익 옮김, 지평서원)
신랑의 소개로 알게 된 책이다. 신랑은 나보다 훨씬 전부터 개혁주의 신앙에 관심이 많았고 고전 책을 읽어왔다. (요즘은 잘 안 읽는 것 같지만) 주로 읽는 책이 로이드 존스, 조나단 에드워즈 같은 사람들의 책이다. 나랑 연애할 때부터 이 책을 그렇게나 말해왔다. 이 책과 더불어 [한국 교회가 잘못 알고 있는 101가지 성경 이야기] 시리즈, [신앙감정론]도 엄청 말했었더랬다. 이제야 이 책을 다 읽었다.
이 책의 부제는 ‘거의 그리스도인이 될 뻔한 사람‘이다. 사실 이 책을 읽다 보면 좀, 아니 많이 무서워진다. ‘나는 그리스도인일까?‘를 계속 생각했다. 두려웠지만 꼭 필요한 논제라고 생각한다. 개혁주의 신앙관을 견지한 사람이라면 이 책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은 최근에 발행된 책이 아니다. 지은이 머리말을 읽고 놀랐는데, 무려 1661년에 쓰여진 책이었다. 저자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조나단 에드워즈보다 이전 사람이었고, 존 오웬과 같은 시기 사람이었다. 뒤에 보면 나오지만, 영국 정부가 이들을 탄압할 때 존 오웬, 매튜 미드가 함께 그 목록(라이 하우스 공모)에 들어가 있다.-교회사 공부하고 싶다!
‘그리스도인이면 그리스도인이지, 그리스도인이 될 뻔한 사람이 있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그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대답은 ‘예.‘이다. 불신자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이 되다 만 사람이다. 따지자면 불신자와 다름 없겠지만, 거의 그리스도인이 될 뻔했다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1장에서 어떻게 그런 사람이 나올 수 있는지 성경적으로 설명하면서 아그립바와 부자 청년, 열 처녀 비유를 언급한다. 바울의 논증으로 거의 그리스도인이 될 뻔했다고 직접 고백했던 아그립바와, 예수님께서 천국에서 멀지 않다고 말씀하셨던 부자 청년, 그리고 슬기로운 다섯 처녀와 똑같이 등불을 들고 신랑을 기다렸던, 단지 차이가 있었다면 기름의 준비 여부였던 어리석은 다섯 처녀에 대한 해석은 내 신앙의 수준이 어떠한가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게 했다(물론 신랑이 워낙 스포일러를 많이 한 탓에 긴장감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2장이 매우 핫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데, 2장 제목이 ‘신앙적인 삶에서 큰 진보를 보였는데도, 단지 유사 그리스도인일 수 있는가?‘이다. 여기에서는 그 답으로 스무 가지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얼마나 꼼꼼하고 세세한지, 읽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실제로 책의 반 정도의 분량을 차지한다.). 이렇게까지 나누어서 설명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은 이런 사례들이 보여도 (개혁주의 교단에서) 교인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통에(웬만하면 사랑으로 감싸야 한다는 둥 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랑으로 감싸더라도 바른 교육은 해야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전혀,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 책에서 말한 대로 한다면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교회 내에 과연 몇 명 정도나 될지 궁금해진다. 그 스무 가지 사례의 소제목 중 충격적인 것만 적어보자면, 큰 은사를 받을 수도 있음, 수준 높은 신앙고백을 할 수도 있음, 죄를 미워하고 대적할 수도 있음, 은혜를 사모할 수도 있음, 말씀을 두려워할 수도 있음, 말씀을 기뻐할 수도 있음,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가질 수도 있음,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음, 그리스도로 인해 손해를 입을 수도 있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수도 있음, 성령을 받을 수도 있음, 믿음을 가질 수도 있음, 하나님의 계명을 잘 지킬 수도 있음, 성화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음‘인데(적고 보니 거의 다 적은 것 같지만), 너무 너무 충격이었다. 적고 있는 지금도 너무 충격이다. 열매로 안다고 하는데 그 열매가 가짜일 수도 있다는 게 너무 소름돋고(비기독교인의 선함은 착한 일 수준이지만 기독교인의 선함은 그리스도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는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부르심을 받았을 수도, 성령을 받을 수도, 믿음을 가질 수도 있는데, 하나님이 ‘넌 가짜‘라고 말씀하신다면 세상 이보다 더 억울할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신랑과 2장에 대한 내용을 말하며 어디에 해당하는 것 같냐고 물으니 두 세 가지 빼고 다 해당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충격받은 소제목을 적은 것만 저 정도이니, 나도 비슷한 지경이다. 정말 읽다보면, ‘내가 회심한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죄를 자각하는 게 회심이 아니라고 하니까, 그저 죄를 인식하는 정도에서 끝날 수도 있다고 하니까 내 상태가 그런 상태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성적인 죄의 각정은 ‘모든 인간에게 있는 이성의 공통 원리의 작용에서 자연의 빛으로부터 죄를 인식하는 것으로서 자연적인 양심의 작용에서 나오는 것‘입니다.‘(184쪽)
한편으로 [천로역정]에서 크리스천이 천국 가는 길에서 만났던 수많은 유사 그리스도인도(검색해 보니 존 번연도 이 시기의 사람이다.) 이 스무 가지 사례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정리해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시간만 많으면 그렇게 해보고 싶다.).
충격받은 소제목의 내용들은 얼마나 더 충격적인지 적어본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것이 그리스도를 시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것과 그리스도를 시인하는 것은 별개의 것입니다.(67쪽)
은혜를 받은 모든 사람들이 죄를 미워하지만, 죄를 미워하는 모든 사람들이 은혜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79쪽)
죄를 범하지 않도록 우리를 돕는 것은 새로운 결심이 아니라, 새로운 본성입니다. 즉, 결심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지만, 새로운 본성이 없다면 결심할 수 없습니다.(81쪽)
그가 하나님의 자녀라면 받은 은혜보다는 자신의 죄를 더 바라보고, 자신의 믿음보다는 자신의 타락을 더 바라보고, 새롭게 하시는 은혜보다는 내재하는 정욕을 더욱 바라봄으로써, 자신이 매우 선한데도 매우 악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194쪽)
3장과 5장에서 유사 그리스도인이 거의 그리스도인으로 보일 정도로 신앙적인 삶의 진보를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6장에서 유사 그리스도인의 상태에 머무르는 원인, 7장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원인을 설명하며 8, 9장에서 어떻게 믿음을 검증하고 확증해야 할지 설명한다.
지은이 머리말에 나오는 구절을 끝으로 서평을 마친다.
여러분의 육신, 즉 여러분의 육욕은 사랑하면서 여러분의 영혼은 무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여러분의 육체를 감싸며 욕망을 채워주면서 영혼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지는 않습니까?(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