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의 시대, ‘오직’을 말하다 단단한 기독교 시리즈 7
신호섭 지음 / 좋은씨앗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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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의 시대, ‘오직‘을 말하다](신호섭, 좋은씨앗)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꾸역꾸역 읽고 있을 때, 이 책을 생일 선물로 받았다. (생일) 선물로 책을 받기는 매우 오랜만이었다. 얇은 책인데 어쩐지 진도는 잘 나가지 않아서 조금 안달이 났다. 운동을 해서인지 겨울이 와서인지 신랑이 불러주는 찬송가에 아기보다 계속 빨리 잠드는 현상으로 밤에는 도통 책을 읽을 수 없고 아침에는 묵상을 주로 하다보니 묵상을 다 하면 아기가 깨는 일이 발생해서 진도가 통 나가지 않았다. 오늘도 여전히 아기보다 일찍 잠들었지만 새벽에 잠이 깨어 잠이 오지 않는 통에 이 책을 다 읽고 서평을 남긴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읽으면서 답답함에 괴로워하다가 이 책을 읽으니 고구마 먹다 사이다를 마신 듯 체기가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궁금해서 앞의 몇 장을 읽다 보니 계속 읽게 되어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와 함께 읽게 되었다. 독서모임 전까지 다 못 읽을까 싶어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얼른 다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먼저 다 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종교개혁의 5대 표제에 대한 책이다. 종교개혁의 5대 표제는 흔히 5 솔라로 말하는데,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 오직 성경이다. 오직 믿음, 오직 하나님께 영광, 오직 성경은 20대 시절 마음에 와 닿아서 라틴어(라틴어식 영어라고 해야 할까..)로 메신저 대화명을 해놓곤 했었다. 그때 5대 표제를 다 알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표제를 아는 것만으로 만족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은 5 솔라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여(실제로는 3솔라, 1솔리, 1솔루스) 이 책의 순서를 정한 의미(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 오직 성경)와 부록(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4대 특징)을 저술한 까닭을 서문에서 밝힘으로써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인식론적 차원에서 오직 믿음을 제일 처음에 두었다고 했고(10쪽), 교의신학에 기초하여 썼다고 했다(13쪽). 교의신학이 무엇인지는 서평 쓰고 나서 더 공부해 보는 것으로 한다(동생한테 물을까.).
5대 표제에 대한 책인 만큼 각 표제가 소제목이 되고, 소제목에 따른 내용이 전개되기 전에 소제목과 관련된 로이드 존스의 강해설교와 칼빈의 기독교 강요 내용 일부가 함께 실려 있어 이해를 도왔다. 그리고 이 책은 하나의 설교집인데, 성경 구절과 5대 표제를 연결지어 설교하신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 같았다. 교단과 교파에 별 차이가 없어보이는 때를 살고 있는 지금은 교리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성경을 읽을수록, 신앙생활을 할수록, 교회사가 궁금해지고, 선조들은 왜 이런 신앙고백들을 했으며, 웨스터민스터 대/소요리문답과 도르트신경을 신앙고백의 골자로 하는 교단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써 내가 믿는 바가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믿는 바를 행할 수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요즘은 교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5대 표제를 하나의 교리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종교개혁 당시 사람들이 만든 표제도 아니지만, 후대 사람들이 이렇게 다섯 개의 표제를 만든 데에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1. 오직 믿음
첫째, 오직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것입니다...(중략)... 바라본다는 것은,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며 의지하는 영혼의 행위입니다...(중략)...이런 의미에서 믿음은, 믿는다는 행위가 아니라 믿음의 대상에 집중하는 것입니다.(19쪽)
믿음이 무엇인가,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보통 믿는다고 하면 사람이 어떤 대상을 ‘믿는‘ 행위에 집중할 때가 많다. ‘사람‘에 초점이 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믿음의 시작은 주님께서 하시고 우리 믿음의 마지막은 우리가 마치는 것이 아니(24쪽)‘라는 저자의 말처럼 믿음의 초점은 사람에게서 하나님께로 옮겨져야 할 것 같다.

2. 오직 은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갑갑했던 이유를 알았었다. ‘...선한 일이 은혜를 낳지 않고, 도리어 은혜가 선한 일을 낳습니다.‘(48쪽)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서평으로 갈음한다.

우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다면, 우리의 노력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은혜가 반드시 열매를 맺게 하실 것입니다.(51쪽)

내 힘으로 열매를 맺으려고 애쓰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오히려, 이 구절을 읽으며 위로를 얻었다.

3. 오직 그리스도
오직 그리스도의 핵심 내용은 아니지만 어떤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구절을 가져온다.

여러분은 무슨 이유로 목사를 잘 섬깁니까? 목사가 그리스도의 신실한 종으로, 오직 우리의 유일한 중보자이시며 우리를 위해 대속물로 자신의 몸을 드리신 그리스도를 가장 잘 설교하는 영광스러운 설교자의 직분을 맡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귀히 여기고 존경해야 합니다.(66쪽)

사실 이 이유로 목사님을 잘 섬기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이때까지 들어왔던 것도 그렇고. 얄팍하게 복 받으려면 목사님을 잘 섬겨야 한다고 하니까 거부반응이 드는 것을.

중보자이시고 대속자이시며 유일한 주님(the Lord)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하면서 그분께 삶을 드리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믿음으로 얻는 죄 사함은 좋아하고, 의롭다 함을 얻는 것을 기뻐하며, ‘오직 예수‘라는 찬양을 부르기 좋아하지만 정작 예수님께 생명을 드리지는 않습니다. 구원은 좋지만 나의 삶은 간섭하지 말라는 것입니다.(67-68쪽)

대학원에서 마지막 학기에 발달심리 강의를 들을 때, 교수님이 자주 하신 말씀이 있다. 그 일을 했을 때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는 것. 사람은 자기가 얻는 것이 있는 쪽으로 행동을 하게 되어 있다. 예수님을 믿음으로 죄 사함을 ‘얻는 것‘과 의롭다 함을 ‘얻는 것‘은 좋아하지만 정작 고통을 ‘얻는 것‘은 싫어한다. 그리고 내 것(실제로는 내 것이 아니지만)을 내어주는 것도 싫어한다. 손해보기 싫어하는 마음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4. 오직 하나님께 영광
이 소제목 옆에 있는 로이드 존스 목사님 강해를 읽을 때 갸우뚱했는데, 이 대목 때문이었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그 어떤 것이라도 진정으로 알게 되었다면, 우리는 담뱃불을 끄고 파이프를 멀리 던져 버렸을 것입니다.‘(70쪽) 실제로 로이드 존스는 골초였다고 하고, 금연을 하게 된 것도 건강상의 이유로 금연을 하게 된 것이라고 신랑이 말해주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건가?
그리고 다음 구절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영광이 하나님께, 또는 하나님을 향해 영광이 있다는 말입니다. 영광이 하나님께만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의 행동으로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없습니다.‘(73쪽) 종종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자는 말을 많이 하고, 사람이 어떻게 해야만, 내가 어떻게 해야만 하나님이 영광스러워지시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만해도 한참 교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 영광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이미 영광스러우신 하나님의 영광을 인정하고 바울처럼 그것을 찬양하는 것입니다.(75-76쪽)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것은 마치 거울처럼 자꾸만 하나님의 영광에 나를 비추어 보고 고쳐 나가는 것입니다.(84쪽)

5. 오직 성경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을 정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교회로 하여금 정경을 받아들이게 만든 것입니다.(96쪽)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책임을 부과하시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책임말입니다.(96-97쪽)

하나님이 말씀하신다는 것의 의미를 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단순히 ‘나는 말했으니 너는 지켜!‘가 아니라는 것은 생각해볼 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니까.

부록에 나오는 루터의 종교개혁 4대 특징은 신학의 개혁, 미사(예배)의 개혁, 말씀의 개혁, 많은 이들이 조력한 개혁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사실 루터는 말만 많이 들었지 실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잘 몰랐다. 루터가 굉장히 다혈질적인 사람이었다는 것도, 루터와 츠빙글리가 무엇으로 논쟁을 했는지도(루터와 츠빙글리가 논쟁을 했는지도 몰랐지만) 이 대목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성찬의 요소에 그리스도께서 임재하시는지 아닌지의 문제로 분열되었다고 한다. 루터는 공재설(떡과 포도주에 그리스도의 몸이 실재한다)을 말했고, 츠빙글리는 떡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상징하는 기호로만 보았다.
그리고 이어 나오는 추천도서는 5대 표제에 대한 추천도서이다. 5대 표제 전체를 볼 수 있는 추천도서와, 각각의 표제를 볼 수 있는 추천도서가 있었다. 그리고 루터 관련 추천도서도 따로 정리되어 있었다.

듣기만 하고 잘 모르는 분야(교리)여서 서평이 더 길어진 것 같다. 워낙 주옥 같은 말씀이 많기도 했다. 교리 쪽 책을 계속 보다보면 서평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긴 하다. 이렇게 쓸 수 있는 것도 휴직 중이고 아기가 자고 있으니 가능한 일. 나는 새벽에 왜 잠이 깨었나. 책 읽고 서평 쓰라고 깨어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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