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다시 불을 켤 시간이야 - 초년생 선생님이 교실에서 만난 경이로운 순간들
이대윤 지음 / 에듀니티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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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다시 불을 켤 시간이야(이대윤, 에듀니티)


감히 한 마디로 이 책을 평가(?!)하자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묵직한 책이다.

예전에 아이들과 함께 잘 지냈던(?) 시절에 내가 행동했던 것들이 생각났다.-되돌아보면 잘 지냈다고 평가하지만, 실제 그 해에는 정말 머리 아플 지경의 일들이 많았다. 그 시절에는 내게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는 말도 들었었는데.ㅠㅠㅠㅠ
졸업한 아이들이 찾아오면 피자 대령에(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반 녀석까지 데려와서 살짝 화를 내기도 했지만), 교실에 있던 사탕은 뺏기기 일쑤였고(심지어 훔쳐먹기도 했었다.), 여름방학 마지막 날에 밤샘하며 썼던 엽서들과(한 어머니는 이 엽서를 액자에 넣어두셨다고..), 귀한 전담 시간 한 시간을 공들여 한 명의 일기에 장문의 답글을 달았던 일까지(이 아이는 정말 나를 잘 챙겨주는 아이였는데, 내가 몇몇 아이에게 관심이 더 많이 가서 불만이 있었던 내용을 일기로 썼었다. 옆에서 슬쩍 봤던 한 아이는 내 답글이 일기보다 길다고 했었다.).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엄마에게 아침밥 챙겨주시라는 말을 들어 감동이었다던 아이도 있었지. 그 아이들이 고3이 되었을 때 수능을 한 달 앞두고 내 결혼식에 찾아왔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뭉클하다(한 명은 심지어 축의금까지 냈다.ㅠㅠㅠㅠ 지금까지 자기가 얻어먹은 게 얼마인데, 라며.).
남자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그 시절 잠깐 보고 있던 해외축구 웹툰 내용을 읊기도 했고(박지성이 맨유에 있던 시절), 동생한테 배웠던 스타크래프트의 주문(?)들-GG 치고 나가라-로 우리 집에 게임 깔려 있냐는 말까지 듣기도 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한때(라 쓰고 2년이라 읽는다.) 잠깐 봤던 MLB로 그 해 유난히 야구를 좋아하던 남자 아이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던 일도 있었다(다저스 타순을 외우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랬다. 이 책은 지난 날의 내 열정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휴직 중인 지금, 복직을 하게 되면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할지 생각이 많은 나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기도 했고, 절대 이 선생님처럼 하지 못할 것 같은 파격적인(?!) 행보도 많았다.
아이들과 학부모, 관리자를 두려워하면서 위축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남는 게 없다는 사실을 최근 몇 년 동안 깨닫게 되었었다.-2013년부터 유난히 남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워낙 번아웃될 때까지 쏟아붓던 시절이 있었기에, 번아웃 안 되려고 덜 쏟았더니 남는 게 없기도 했다.
워라밸을 잘 지키는 것도 나에게는 과제가 될 것 같다.
배움을 목적으로 책을 읽던 시절이 길었던 나에게, 간만에 마음 편하게 시작했으나 끝내는 묵직함으로 내 마음을 심란하게 했지만, 어찌 됐건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과 표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곳곳에 숨어 있는 아이디어들에 자극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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