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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게 가난한 사회 - 이계삼 칼럼집
이계삼 지음 / 한티재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녹색평론에서 이름을 자주 보아서 그런지,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저자중 한분인 이계삼 선생님의 글모음집.
도서관에 신청해서 빌려 읽었지만
저자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기도 하고
간직하고 싶은 책이기도 해서 구매.
제목이 정말 근사하다. "고르게 가난한 사회"라니.
그곳은 얼마나 멋진 곳일까.
그곳은 아이들이 초등학교때부터 학원숙제에 치여 놀 시간이 없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곳,
거대 자본의 횡포에 맞서 평생을 살아온 내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
70대 노인이 약을 먹고 죽지 않아도 되는 곳이겠지.
어린 청년이 공기업 직원이 되기 위해 밥도 못먹고 일하다가
어이없이 죽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곳이겠지.
마음아픈 일이 조금만 있어도 되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싶어진다.
나처럼 심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이나마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 것도 돌이켜 보면 우리 부모님이 나를 완전히 방임해 주셨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87쪽)
나 또한 그저 내 인생을 열심히 살 것이다. 자식의 삶에 대해 미칠 수 있는 부모의 영향력 또한 더없이 가녀린 시대에 부모가 자식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기울이는 관심은 대개 이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 스스로의 불안과 그간의 좌절의 기억에서 배태된 보상심리를 투사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많은 경우, 자식에게 뭔가를 가르치려 드는 부모보다 아이들 자신이 더 나은 경우가 많다. (88쪽)
극심한 고통은 참을 수 있지만, 의미 없는 고통은 참을 수 없다. 취업하지 못한 고통은 취업으로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관문앞을 기다리는 궁전의 집사처럼 취업 이후에도 또 그 뒤에도 오늘날 체제가 부과하는 고통은 순서대로 찾아온다. 살아남을 수는 있겠으나 끝내 공허와 환멸이 찾아올 것이다.(99쪽)
밀양송전탑 싸움은 분명 이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막무가내의 핵발전소 증설과 그에 따른 장거리 송전선로가 야기하는 불의하고 모순에 찬 구조가 폭로되었다. 대기업을 위해, 도시 생활자들의 맹목의 소비생활을 위해 누가 어떤 고통의 맷돌 속으로 내던져지는지를 밀양송전탑 싸움은 대낮처럼 드러내 보여주었다. 탈핵운동의 지평이 송전선까지 넓어졌다. 송전선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핵발전소 증설이 억제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게 되었다. 누군가들은 밀양송전탑 싸움으로 에너지정책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 무엇이든 남긴 남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싸우는 것은 아니다. 이 불의한 힘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서로 손을 놓아서는 안되는 분명한 이유는 누군가가 손을 놓아 버린다면 또다시, 좌절과 우울을 견디지 못한 다른 누군가의 죽음이 예비될지도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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