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억만장자와 결혼했다
오드레 베르농 지음, 유정애 옮김, 목수정 / 한빛비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린아이가 사탕 봉지에서 그 작은 주먹으로 사탕을 한 움큼 꺼내면, 보통 다시 내려놓으라고 충고하잖아요. "그렇게 많이 먹으면 안 돼!"라고요. 그런데 왜 우리는 억만장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죠? 혼자 다 먹어버리면 안 돼. 케이크는 한 조각만 먹어야지. 옷을 입은 채로 수영장에 뛰어드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지든 말든 오직 수익만 생각하고 공장 문을 닫으면 안 돼!

 

당신들 빼고는 전 세계 모두가 다 가난해요. 지금까지 구슬치기를 해오다 이제는 구슬을 몽땅 다 따서 더 이상 상대가 없는 꼴이예요.

이제는 더 이상 훔쳐올 것도 없어요. 이제 그들은 원시시대 때 사용하던 기술로 살아남고 있어요. 그들은 당신한테서 냉장고를 사지 않을 거예요. 휴대폰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다시 시작하기 위한 좋은 해답이 있죠. 이윤을 덜 남기고 사람들에게 보수를 더 주는 것. 이게 해답이예요. 사람들, 피플이 뭔지는 알아요? 그들도 머리가 있고 두 팔, 두 다리가 있는 존재라는 거 알죠?

 

이렇게 아름답고 유머러스하며 세련된 표현력으로 자본주의와 재벌(억만장자)들을 깔 수 있다니!

 

또한 그녀는 아무 반항없이 그들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다른 노동자들의 억압에도 둔감한 우리들에게도 따끔한 충고를 우아하게 날려준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이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어쩌면 아이폰을 가졌던 것 자체가 반인류적 범죄로 간주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는 공장은 자유가 없고 신체적, 정신적 학대에다 모욕이 난무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는 휴대폰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희토류를 위해 광산 채굴로 파괴되고 있어요. 망가진 전자 제품들은 해안가를 나뒹굴면서 지구를 오염시키죠.

 

역사가 우리 세대를 평가할 때, 노동자들을 노예로 만드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던 세대라는 이유로 책임이 면피될 것이라고, 저를 괴물로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여전히 일터에서 사람이 죽고 있어요. 우리는 유일하게 나치 시대의 학대자들에게 그 어떤 배려심도 갖지 않아요. 그렇다면 우리에 대해서는 누가 배려심을 가져줄 것인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 어떤 현명한 경제학자보다도, 그녀는 억만장자들의 해로운 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여러분들 가운데 일하는 사람들 있나요? 당장 그만 두세요! 일을 한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오히려 일은 우리의 깊은 생각을 방해해요.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은 무언가를 샀다가 그것을 적어도 백배 이상으로 비싸게 다시 파는 겁니다. 이건 도둑질이 아니라 이윤 창출이라니까요! 불법이 아니라고요!

 

아, 세금, 그 세금 내는역할을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꼭 있어야 해! 우리가 그런 것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잖아. 그리고 낙수 효과도 있잖아? 부자들이 부를 늘리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거야. 고물이라도 떨어지잖아. 식수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흘러내리는 물도 감지덕지지.

 

워런 버핏이 사후 재산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하며 그녀가 내린 결론은 그 통찰력이 놀랍기만 하다.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의 노동에 빌붙어 살아온 사람이, 그것도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줄까 고민하며 아등바등 살아온 사람이, 그런 면에서 세계에서 세번째로 성공한 사람이, 마지막에 와서야 가난한 사람들에게 뭐라고 한다고요? "서프라이즈~! 지금까지 다 장난이었어!"라고요? 꼭 자신은 낚시를 재미로 한다며 잡은 물고기는 다시 놓아주는 사람 같잖아요. 워런은 스포츠 삼아서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었던 거예요.

 

프랑스어를 1도 못하는 나이지만, 언젠가 파리에 간다면 그녀의 연극을 꼭 보고싶다.

이런 얘기를 무대위에서 던지는 그녀의 모습을 꼭 봐두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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