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나라에서 운전면허증에, 사고로 사망할 경우 장기 기증을 할지 안 할지 표시해둔다. ... 장기를 기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사람은 없겠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별생각 없이 이 선택을 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장기 기증률을 비교한 것이 그 증거인데, 이 수치는 문화가 비슷한 이웃 나라들 사이에서도 크게 달랐다. 2003년에 나온 기사에서, 오스트리아는 장기 기증률이 거의 100퍼센트인 데 반해 독일은 12퍼센트에 그쳤고, 스웨덴은 86퍼센트인 데 반해 덴마크는 고작 4퍼센트였다. 

이 엄청난 차이는 질문 형식이 유발한 틀짜기 효과다. 기증률이 높은 나라는 장기를 기증하고 싶지 않다면 기증 거부 칸에 따로 표시를 해야 하는 '거부 선택' 형식을 택한 나라다. 그러니까 이 간단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기증하겠다는 뜻으로 간주된다. 반면에 기증률이 낮은 나라는 기증하고 싶다면 기증 찬성 칸에 따로 표시를 해야 하는 '찬성 선택'을 택한 나라다. 이게 전부다. 사람들이 장기를 기증할지 안 할지를 예견하는 최고의 단일 지표는 해당 칸에 별도로 표시하지 않았을 때 자동으로 선택되는 기본 옵션을 무엇으로 지정했느냐다. ...

중요한 선택은 해당 상황의 하찮은 특징에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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