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약에

동하야, 너 '만약'이란 말 알아?

응, 알아.

만약에, 가온이 누나가 없고 너하고 나하고 아빠만 세상에 있다면 어떨까?

심심했겠다.......가온이가.

....누나가?

응, 우리랑 못 놀았을 테니까.


(2) 척하기

얼마 전에 아이에게 '가짜로 우는 척하기'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엄마, '척' 알아? 난 아는데...

그게 뭔데?

(돼지 코를 만들어 보이며) 난 돼지가 아닌데 이렇게 하면 '돼지척'이야.

아, 그렇구나.

(머리 위로 검지를 세워 올리며) 엄마, 나 뭐 같애?

글쎄, 로봇인가?

아니, 체리야. 난 체리가 아닌데 이렇게 하면 '체리척'이 되는 거지.

그렇구나.


#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거지요?

모두들 보고 싶군요, 만난 적도 없는 당신들이.

저도 잘 있다는 안부 전해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13-08-15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전 여전히 대체로 잘 지내고 있답니다. 반가와요.

sandcat 2013-08-21 21:09   좋아요 0 | URL
조선인 님, 안녕.
해람이는 초등학생이고 마로 반 아이들이 깔빵을 한다고라!
엊그저께 오랜 만에 책을 읽었는데 한국 아이들의 풀어내지 못한 기가 결국 자기 폭력으로 가거나 다른 아이들(학교 폭력)로 간다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고미숙 씨의 <몸과 인문학>인가?
잘 지내신다니 좋군요. 가끔이지만 또 뵙게 되길.


치니 2013-08-1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길요!

sandcat 2013-08-22 00:36   좋아요 0 | URL
새로 만드셨다는 사이트를 며칠에 걸쳐 구경했습니다. 제주로 옮기셨군요.
바람 센 동네와 난방비, 집 구하기, 먹고사니즘 등...덕분에 타지 생활 6년차인 제가 좀 위로를 받았어요.ㅎㅎ
어제 부엌에서 김영갑 작가의 사진을 보고 있는데 Linnea Olsson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어요. 그때 치니 님 생각이 다시 났더랬습니다.
 

소풍을 갔다. 호수 전체가 꽝꽝 얼어 있었다. 스케이트, 하키, 낚시를 하는 사람들. 얼음 위로 초록 똥을 갈기는 청둥오리들에게 뭔갈 던져주는 사람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많았다. 오늘은 오랜 만에 해도 나고 바람도 불지 않으며 영상인 날씨여서 실은 모두 햇빛을 쬐려는 이들일 터였다. 얼음판에 있지 않은 이들은 모두 어딘가에 앉아 자기 몫의 빛을 몸 속 어딘가에 저장하고 있었다. 소년과 엄마는 위쪽 그네에 앉아 이불을 꺼내 덮고 아예 책을 읽고 있었다. 백발의 남자는 둥글게 스케이트를 타면서 담배를 피우고, 내 앞의 소녀는 맨손으로 얼음덩이를 페트병에 집어 넣으려 애를 썼다. 몇 덩이를 겨우 집어넣은 아이는 이제 내가 앉아 있는 놀이터의 모래를 그 병에 쏟아붓고 있었다. 오늘은 모래도 얼지 않아 꽤 재미있는 놀이가 되었을 것이다. 소녀의 손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행복하게 얼어 있었다. 내 아이와 남편은 나무막대를 얼음판에 던져 누가 빨리 가져오나 시합을 한다. 말은 달려야 한다고, 그게 규칙이라고 하면서 대부분은 일삼아 미끄러져 다닌다. 작은 녀석은 집 앞에서부터 지금껏 자고 있다. 바다나 호수, 배 근처에 가려고 하면 녀석은 꼭 오랜 낮잠을 잔다. 하루에 세 번씩 커피를 마실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재래시장에서 본 노동자를 생각한다. 한 남자가 파란 작업복을 입고 시장에서 핫도그와 빵을 사먹고 있었다. 빵을 한 입 베어 먹고는 그걸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핫도그 한 입 먹고 나서는 다시 그 빵을 꺼내 먹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옷가게 주인남자도 생각한다. 그 남자는 자신의 옷가게-실은 천막으로 만든 텐트-를 떠나 광장에 나와 작업복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아마도 추위 때문이었으리라. 오늘 같은 날씨면 두 사람은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린 유모차를 끌고 얼어붙은 호수를 가로질렀다. 윗집 우즈벡 아저씨가 알려준 아시아 가게를 가기로 한 참이다. 마침 쌀이 다 떨어져가기 때문. 큰 가게 정도로 상상을 했지만 거긴 가락시장 같은 소규모 가게들의 거대한 연합체였다. 난 금방 지쳤다. 실내엔 담배 연기, 독일어가 통하지 않는, 끝도 없이 열지어 서 있는 네일아트, 마사지, 미장원들. 두부와 고구마, 냉동새우와 갈치, 만두피, 맛살을 샀다. 가게에서 만든 생두부 3조각이 2,50유로. 한 조각이 1유로. 언제까지 먹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일하는 남자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지나가는 여자가 대신 3일 밖에 못 먹는다고, 이후에는 신맛이 나더라고 했다. 그런 대화를 곁에서 나눴는데도 남자는 처음에 내가 달라고 한 3조각을 포장하고 있었다. 나는 그 남자의 여윈 팔을 잡고 다시 1조각만 달라고, 고쳐 말했다. 가게의 여자들은 내게 모두 베트남어로 말을 걸어 왔다. 낯선 남자의 팔을 잡은 건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겨우내 우리집엔 손님이 없다. 이젠 내가 했던 일을 사실대로 기록하는 것도 힘이 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니 2011-02-2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곳도 서울의 겨울만큼이나 추웠는가봐요. 모쪼록 따스한 훈풍이 자주 자주 불어주길, 멀리서라도 바랄게요.

sandcat 2011-03-09 05:07   좋아요 0 | URL
덕분에 이곳도 '보옴'이 온 듯합니다. 베란다에 빨래를 널고 가게에선 겨울물건 세일들을 하더군요.
이곳에서 살면서 온기에 대한 감수성은 높아졌을 겁니다. 그저 구들장에 허리 한 번 지지는 게 소원이고 뼈만 잘 꺼내 들고 으글으글 한바탕 햇빛에 구웠으면 싶어요.
알라딘에 들어오면 보고 싶은 책이나 영화를 메모하게 되서 괴롭습니다. 글 올리는 것도 까먹어서 저거 보세요. 읽기 힘드셨지요. 댓글도 어떻게 달아야 하나 선뜻 말이 안 나옵니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아 생기는 병인가봐요. 사자 같은 치니 님, 이라고 쓸려다가 말고, 백야에 관한 말을 할까 싶기도 하고 며칠간 갈피를 못 잡고 댓글을 고민했습니다. 사는 게 꼭 영자판으로 쓴 한글 편지 같아요.

에..그래도 보옴이 좋긴 좋네요.
잘 지내시고요.
 

독일의 겨울에 대해서는 이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 삽심 분은 수다를 떨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이 다 되었고, 틈틈히 하이쭝(라지에타)를 가동하는 중이다. 바람은 또 어쩌고. 삼일 동안 비가 오거나 하면 누구라도 재워주고 싶은 기분이 된다.

솔이네가 영구귀국했다. 1년 반 정도의 독일생활을 청산하고. 집 청소하고 페인트칠하느라 우리집에 이틀 묵었다. 마지막 날 밤엔 솔이가 자기 싫다고 짧게 울었다. 

그들이 남기고 간 것들의 목록을 일없이 적어본다. 냄비, 수저 등 참깨, 수건, 액정이 망가진 노트북, 한국에서 가져온 고시용 독서대, 오리털이불, 오리털쿠션 2, 계피가루, 김, 건어물, 스판 코듀로이 바지...한웅큼의 머리카락. 한국에 짐 부칠 땐 항공편 말고 배편이 싼데(DHL) 그 값이 20킬로에(한국의 경우 30킬로 불가) 86유로 정도. 그들은 다 내버리고 책만 두 박스를 부쳤다. 

오늘 좀 늦게 9시에 아이들을 재우고 나왔는데 텔레비전에서 <타인의 삶>을 방영하고 있었다. 시네큐브에서 봤던 영환데 우연히 다시 보게 된 것. 그때는 몰랐던 몇 가지 것들. 슈타지가 아마 위장용으로 타는 것 같은 차가 다름아닌 생선트럭이었던 것, 슈타지였다가 우편배달부가 된 주연배우가 마지막에 거닐던 거리가 어디쯤인 줄 알겠다는 것. 

어제와 오늘, 기나긴 월동준비를 위해 아이들 벼룩시장을 두 군데 들렀다. 가온이 그림판 하나 1. 50유로, 투피스로 된 스키복을 7유로에 샀다가 지퍼가 고장난 걸 보고 다시 환불했다. 그리고 오늘 간 곳에서는 동하 겨울양말 네 켤레, 동하 스키복 7유로, 가온이 장갑 3유로, 가온이 부츠 3유로. 스키복은 터키여자가 처음에 14유로를 불렀다. 두 말 않고 비싸다며 다른 데로 가버리자 나중에 그 여자의 친구인 듯한 남자가 나를 불러 세웠다. 얼마면 살래? ...7유로... 좋아, 이 털모자까지 덤으로 줄게. 

동하가 말이 많이 늘었다. 쉴새없이 하루종일 떠드는데 맨 나중까지 안 자겠다고 버티는 놈도 동하다. 오전에 내가 밥은 안 먹고 장난치는 아이를 보고 "밥상에서 음식 갖고 누가 장난 치냐?" 했더니 이 녀석이 "공하."하고 대답하는 거다. 동하는 역시 우습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니 2010-10-0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도 이제 가을이 없어요. 벌써 추워요. 그리고 비가 자주 내려요. 스키복 값으로 배추 한 통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네요.
왠지...(아무리 다른 것들이 좀 힘들더라도) 지금 거기 계신 게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sandcat 2010-10-12 06:30   좋아요 0 | URL
한국을 떠나 있는 게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8, 버티기 힘들다 2 입니다.
남쪽 독일에 사는 아는 언니가 목요일날 배추를 수십 포기 절여 온다기에 제가 그랬어요. 어디다 묻을 데도 없는데 너무 많이 갖고 오지마.

urblue 2010-10-1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는군요.
남편이 알려주었어요, 샌드캣 님 글 올라왔다고. 그러고는 둘이서 가온이 얘기 했답니다. 이제는 다 컸겠구나 하면서 말이죠. 저한테는 안기지 않으려 했던 그 날의 가온 얼굴을 아직 기억하는데, 지금 보면 알아볼까 모르겠어요. ^^

sandcat 2010-10-13 18:33   좋아요 0 | URL
며칠 전, 작정하고 한 일이 즐겨찾기한 서재를 일별하는 거였어요. 블루 님 서재는 여적 새글이 없어, 무슨 일일까, 궁금했지요. 몇몇 분들이 알라딘을 떠났고, 더 이상 새글이 올라오지 않는 곳도 제법 있었어요. 뭐, 한꺼번에 근 3년의 시간을 뛰어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실감합니다.
두 분 다 다 잘 지내시는 거지요? 블루 님은 파란 스웨터 입고 남편 분은 티셔츠 입고 조용히 웃고 얘기하던 거 저는 고스란히 기억하는데 말이지요...
 

마흐무드, 우리집에서 가온과 놀지 않을래?
역시나 소년은 대답이 없다. 대신 소리 없이 크게 입을 벌리고 웃는다. 오고 싶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엘레는 당연히 따라 올 것이다. 엘레와 마흐무드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정해져 있다. 그렇게 한참을 놀고 나자 가온이 물었다.
엄마, 마흐무드랑 같이 밥 먹고 싶어.  


하필이면 오늘 저녁 메뉴는 간만의 잔치국수다. 멸치다시마육수는 내가 만난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겐 어려운 숙제였다. 하물며 네다섯 살 아이들이야.
그럼 우리 먼저 마그다한테 물어보자.  


마그다는 그들의 엄마다. 외국어를 못해 주로 손짓으로 대화하는 내 이웃이다. 다행히 마그다네 옆집은 같은 애굽 사람이다. 마그다도 괜찮다고 한다. 다만 마그다, 너도 와서 같이 먹자는 말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질 않는 모양인지 아이들이 사라질 때까지 현관문을 반쯤 열어놓고 있다.  


마흐무드와 동하는 한 그릇을 비웠고, 엘레는 삼분의 일, 가온은 네 그릇을 비웠다. 그러곤 이번에는 자기네 집엘 가잔다.
마그다는 아직 밥을 먹지 않은 모양. 우리가 건너가자 음식이 하나씩 바닥에 차려지기 시작했다. 밥에 마가린, 설탕, 소금을 넣고 오븐에 구운 것이랑 호박과 당근을 토마토소스에 볶은 것이 아이쉬랑 같이 나왔다. 마그다는 늘 애굽 방송을 보고 산다. 커다란 안테나를 발콘에 세웠지만 늘 치직거리는 방송. 곧 애굽에 갈 거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5주 후인지, 다섯 달 후인지, 혹은 5년 훈지 모르겠다. 남편인 알리랑 가족 전체가 간단다.  


가온은 이 집에 오면 콜라와 쵸코빵을, 동하는 쵸코빵을 먹으면서 사방군데를 돌아다닐 수 있다. 그러면서 동하는 마흐무드 형아를 줄곧 따라다니고. 나는 심각한 마그다와 앉아 애굽 드라마를 본다. 버림받은 남편과 그의 사랑하는 딸, 자살하기 직전인 아내가 나오는.  


아버지의 영농일지처럼 하루 일과를 간명하게 적으리라. 교정도 보지 않고 꾸역꾸역 삿된 것을 게워내지도 않으면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니 2010-09-28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아, 반갑습니다!!! 와락.
잘 지내고 계신 거 같아요. 좋아요 좋아요.

2010-09-28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춤추는인생. 2010-09-2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얼마만이예요 샌드캣님.
가온이..가온이 넘 보고싶었어요.
잘 지내신거지요.

sandcat 2010-10-0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모두 저도 반갑습니다.
글쓰기, 댓글, 대화, 알라딘 모두 익숙해지기 전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요.
;)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가온과 남편, 저 모두 무척.

7분 후엔 이사가야 하는데

하필 그 집이 전화도 안 되고 인터넷도 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숲속의 오두막.

6월까지는 거기서 지낼 겁니다.

그때까지 안녕.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08-02-10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분이라. 님이 못 보더라도 인사를.

푸하 2008-02-10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속의 오두막'의 이미지와는 좀 다르게 뭔가 급박한 느낌(7분)이 드는 근황이네요.^^
자알~ 지내시기 바랍니다.

사야 2008-02-14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도착하셨나 궁금했습니다
감기는 이제 떨어진건가요?
샌드캣님이 보는 독일풍경이 궁금했는데
인터넷이 안된다니 참아야겠군요.
이제 점차 해도 길어지고 금새 적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가온이에겐 최적의 조건일테니까요.
저게 숲속의 오두막 주소인거죠?
사는 동네 이름 한번 죽입니다..ㅎㅎ
엽서라도 띄우겠습니다


2008-04-22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08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