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흐무드, 우리집에서 가온과 놀지 않을래?
역시나 소년은 대답이 없다. 대신 소리 없이 크게 입을 벌리고 웃는다. 오고 싶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엘레는 당연히 따라 올 것이다. 엘레와 마흐무드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정해져 있다. 그렇게 한참을 놀고 나자 가온이 물었다.
엄마, 마흐무드랑 같이 밥 먹고 싶어.  


하필이면 오늘 저녁 메뉴는 간만의 잔치국수다. 멸치다시마육수는 내가 만난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겐 어려운 숙제였다. 하물며 네다섯 살 아이들이야.
그럼 우리 먼저 마그다한테 물어보자.  


마그다는 그들의 엄마다. 외국어를 못해 주로 손짓으로 대화하는 내 이웃이다. 다행히 마그다네 옆집은 같은 애굽 사람이다. 마그다도 괜찮다고 한다. 다만 마그다, 너도 와서 같이 먹자는 말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질 않는 모양인지 아이들이 사라질 때까지 현관문을 반쯤 열어놓고 있다.  


마흐무드와 동하는 한 그릇을 비웠고, 엘레는 삼분의 일, 가온은 네 그릇을 비웠다. 그러곤 이번에는 자기네 집엘 가잔다.
마그다는 아직 밥을 먹지 않은 모양. 우리가 건너가자 음식이 하나씩 바닥에 차려지기 시작했다. 밥에 마가린, 설탕, 소금을 넣고 오븐에 구운 것이랑 호박과 당근을 토마토소스에 볶은 것이 아이쉬랑 같이 나왔다. 마그다는 늘 애굽 방송을 보고 산다. 커다란 안테나를 발콘에 세웠지만 늘 치직거리는 방송. 곧 애굽에 갈 거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5주 후인지, 다섯 달 후인지, 혹은 5년 훈지 모르겠다. 남편인 알리랑 가족 전체가 간단다.  


가온은 이 집에 오면 콜라와 쵸코빵을, 동하는 쵸코빵을 먹으면서 사방군데를 돌아다닐 수 있다. 그러면서 동하는 마흐무드 형아를 줄곧 따라다니고. 나는 심각한 마그다와 앉아 애굽 드라마를 본다. 버림받은 남편과 그의 사랑하는 딸, 자살하기 직전인 아내가 나오는.  


아버지의 영농일지처럼 하루 일과를 간명하게 적으리라. 교정도 보지 않고 꾸역꾸역 삿된 것을 게워내지도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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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09-28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아, 반갑습니다!!! 와락.
잘 지내고 계신 거 같아요. 좋아요 좋아요.

2010-09-28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춤추는인생. 2010-09-28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얼마만이예요 샌드캣님.
가온이..가온이 넘 보고싶었어요.
잘 지내신거지요.

sandcat 2010-10-0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모두 저도 반갑습니다.
글쓰기, 댓글, 대화, 알라딘 모두 익숙해지기 전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