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보다 높은 향기
김재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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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의 부딪힘과 소통은 살아가는 동안 끊이지 않을 것이다.부딪힘과 소통을 어떻게 꾸려 가느냐에 따라 관계의 밀도는 높고 낮아질 것이다.단순한 만남이 깊게 이어질 수도 있으며 깊게 이어진 만남이 단순한 만남보다 못한 경우가 있는 것이 인간 세상이고 이치이다.물리적 거리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리움과 아련함은 더욱 깊어만 가는 경우가 있다.반면 늘 곂에 또는 지근 거리에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없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다.중요한 것은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무덤덤한 관계가 삶이 깊어질수록 여러 면에서 내 삶의 반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오래 간만에 자서전적인 성장담을 모은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그것도 작가의 이력의 에피소드를 갈퀴로 긁어 모아 씨줄과 날줄로 잘 교직해 놓았다.학생 가운데 꼼꼼하게 정리를 잘하는 메모광(狂)을 연상케 하는 글의 전개력은 만연체와도 같아 약간은 지루하고 군더더기도 있었지만 솔직,담백한 사랑의 고백,열정은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순수한 로맨스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

 

 김재형 작가는 공학도 출신으로서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이다. 나고야 대학 항공우주공학과 수석 졸업에 미국 M.I.T 항공우주공학과 석사에 동대학 기계공학과 박사를 획득한 인재이다.청소년 시절 축구부에 소속되어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주인공 브든은 둘도 없는 친구 민수를 교통사고로 떠나 보내게 되면서 삶과 죽음,우정,사랑 등에 대해 마음의 방황을 시작하게 된다.브든은 부모가 이혼하여 편모하에서 성장하지만 그늘진 구석은 어디에도 없다.친구 민수를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고 그에게 찾아 온 국비장학생으로 일본 나고야 대학 항공우주공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는데,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 교육차 일본에 체류한 적이 있어 언어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일본에 오기 전 사귀었던 국정원 직원의 딸 유미를 사귀면서 민수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이 조금씩 빛이 바래어 간다.브든은 일본 유학 생활에 충실하는 한편 유미에 대한 그리움이 쌓어 가면서 미국으로 날아가는데.그곳에서 유미는 타이완 출신 보이 프렌드를 소개시켜 주지만 브든의 마음은 이것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 것인지 난감하기만 하다.둘은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고하게 된다.

 

 그런데 사랑은 우연찮게 찾아 오는 것일까.브든이 미국 M.I.T대학 항공우주공학과에 들어가면서 알게 된 동양계 일라라는 아가씨와의 우연찮은 만남이 바로 그것이다.핸드폰을 분실한 주인공이 일라였는데 브든이 습득한 것이다.젊은 남.녀가 만나는 회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애정행각에도 탄력을 받게 되는 법.심리학과 일본어를 부전공으로 삼는 일라는 그녀의 노래 끼를 살려 음반 취입차 일본행에 몸을 싣게 된다.일라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입양된 입양아 출신으로 브든의 친구 서영이네 신세를 많이 졌기도 하다.앨범을 만들어 가요계에 데뷔하려던 일라는 몹쓸 병에 걸리고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브든의 몸과 마음은 일라를 찾는데에 전념하게 된다.그녀를 찾으러 필사적으로 뛰는 브든은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유미에게 간곡히 일라의 행방을 부탁한 끝에 일라가 묵고 있는 호텔을 찾아 가면서 극적인 해후를 하게 된다.

 

 그후 미국 M.I.T석.박사를 취득한 브든은 일라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신혼부부를 위한 여행 안내를 하기도 하는 등 깊고 달콤한 로맨스를 쌓아 나간다.그리고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브든의 실력을 인정하여 수시간 우주 비행 연습을 하고 우주 비행에 나서게 된다.유소년 축구 선수 시절 친구 민수를 잃지 않았다면 브든의 인생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생각해 본다.삶의 확고한 목표와 놀라운 집중력,인내력으로 브든은 초인류의 삶을 걷게 되었던 것이다.또한 삶의 반려자로서 일라와의 삶의 향연을 더욱 향기롭게 펼쳐 나갈 것이다.이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우며 낭만적인 인생이 어디 있을까.평범하고 초라했던 나의 젊은 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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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브라이드
윌리엄 골드먼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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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분량이 꽤 많은 것도 많은 것이지만 읽는 인내심이 없는 독자라면 작가와 출판사를 향해 투덜투덜댈지도 모른다.나는 읽기도 마음 먹었기에 아무 소리없이 하루 반나절에 걸쳐 읽어 갔다.길고도 긴 두 편의 서문과 글의 말미에 등장하는 못다한 이야기까지 원없이 장황하게 전개하고 있다.지루한 것은 잠시뿐 참고 읽어 가노라면 파편과 같았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결합되어 글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으니 그보다 더 홀가분하고 유익한 시간이 어디 있으랴.

 

《프린세스 브라이드》는 30주년과 25주년 기념판 서문에다 주인공격인 신부 버터컵과 남편 후보자였던 험퍼딩크 왕자 및 농장머슴 웨슬리와 조연급인 검투사 페직.이니고가 전체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프린세스 브라이드》는 작가 모겐스턴에 의해 쓰여지고 플로린 왕국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진정한 사랑과 짜릿한 모험이 넘치는 고전이라는 부제가 마음을 매료시키면서 몰입케 했다.윈스턴 처칠,셰익스피어 등의 실존 인물이 등장하기에 플로린 왕국도 당연 고대시대에 존재했을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말짱 허구였다.윌리엄 골드먼 작가는 《프린세스 브라이드》라는 이야기의 진행상황을 전달하는 나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플로린 왕국은 독일과 스웨덴 사이에 있었던 왕국으로 해상왕을 차지하기 위해 주변국들과 치열한 해상쟁탈전이 빈번해서인지 해상 및 육상에서 벌어지는 검투는 태풍이 북상하는 해상을 연상케 했다.작은 체구에 과체중의 험퍼딩크 왕자는 사냥이 최고 취미이고 낙농 집안 출신의 버터컵은 정략에 의해 험퍼딩크 왕자와 운명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마음에 없는 연애,사랑은 시대를 막론하고 결과는 좋지 않게 끝나는 것이 상례라는 것을 이 글에서도 명백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플로린과 길드 왕국은 해상왕을 쟁탈하기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격전의 연속이었다.특히 농장머슴이었던 웨슬리는 아버지 도밍고가 육손이에 의해 살해되자 이에 보복하고자 페직과 힘을 합쳐 플로린 왕국에 맞서 싸우는 한편 신부될 버터컵은 험퍼딩크 왕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웨슬린과 혼인을 하겠다는 뜻을 비추면서 왕자의 심기를 극불편하게 한다.그 후로 버터컵은 험퍼딩크의 사주에 의해 납치될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페직과 이니고의 철통같은 보호에 의해 험퍼딩크로부터는 해를 입지 않게 된다.험퍼딩크 왕자는 신부 버터컵을 사랑으로 맞이했을까.농장머슴이었던 웨슬리와 비교하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프린세스의 브라이드(남편)은 누구로 낙찰될까를 염두에 두면서 읽어 갔는데 이미 대세는 버터컵으로 기울어질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문제이다.정략,돈과 물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험퍼딩크 왕자와 생의 반려자로서 사랑으로 끝까지 챙겨주겠다는 검투사 이니고의 마음자세에서 사랑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글의 말미에 소개되어 있지만 버터컵은 어렵사리 제왕절개로 딸 웨이벌리를 낳았다.《프린세스 브라이드》는 미국에서 영화로 상영되어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고전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일깨워 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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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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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인지도에 비례하여 충격적인 사건과 예상치 못한 주인공 그리고 깔끔하면서 박진감이 넘치는 작품을 대하면서 '역시!'라는 찬사가 절로 나왔다.미미 여사로 잘 알려진 미유키 작가는 일본 에도시대의 에피소드를 스토리텔링으로 잘 그리고 있어 시대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나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미유키 작가의 작품을 많이 접하지는 못했지만 구입은 많이 해 놓고 여러 사정에 의해 먼지만 가득 쌓이고 있다.이번 작품을 계기로 일본 추리작가의 작품을 다양화 해야겠다고 마음을 가다듬게 되었다.

 

 일본 도쿄는 23구(區)로서 도쿄 시내를 통과하는 강은 아라카와 천과 스미다가와 천은 물줄기가 마치 대퇴부 복재정맥과 같이 가늘고 길게 드리워져 있다.두 강줄기가 하나가 되지는 않지만 지향점은 태평양 연안이다.특히 아라카와 강 끝부분은 갓사이 해변공원이 있어 여름철에는 아베크족을 비롯하여 도쿄 시민들의 휴게 장소로도 그만이다.미유키 작가가 태어나고 성장했던 곳이 도쿄 서민촌인 고토(江東)구로 여름철엔 불꽃놀이를 구경하려는 인파로 북쩍거린다고도 한다.스미다가와 천변 상류에서 떠내려 온 불명(不明)의 토막 시체를 발견한 젊은 여인이 인근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수사는 활기를 띠어 간다.

 

 그런데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형사가 출동하면서 단서거리,탐문,알리바이 등을 집중 조사하게 되는데,이 글에서는 형사 야기사와 미치오의 아들 야기사와 준이 사건.사고에 관여하는 특별한 케이스다.사춘기 문틈에 있는 준(順)은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고 가사는 가정부 하나가 맡아 꾸려 나간다.피해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여성으로 모두 두부와 오른쪽 팔이 없는 상태로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처참하게 부패되어 있다.죠토 경찰서가 수사본부가 되어 경감과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치면서 수사 현장은 삼엄한 분위기를 띠는데...

 

 형사 아이 준은 형사물을 좋아하는 동급생 신고(愼吾)와 함께 토막 살인 사건에 관여를 하게 된다.준과 신고는 주민회장을 통해 화가 시노다를 알게 된다.그는 고토 주민들과 잘 엮이지 않는 외톨이처럼 생활하는데 토막 살인 사건과 화가와 일종의 알리바이를 캐기 위해 탐문 조사에 들어간다. 그런데 시노다의 존재가 화단에서 크게 빛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가 일본이 종전(終戰)을 맞이하던 해 도쿄가 미군의 대공습에 의해 초토화되고 자신의 스승마저 화마에 불여귀가 되면서 후광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시노다는 대공습 당시의 모습을 『화염』이라는 제목으로 생생하게 재현하게 된다.시노다가 토막 살인과 관련이 있다는 연쇄 편지가 두 통씩이나 도착하지만 결국 그는 토막 살인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명이 난다.

 

 두 구의 토막 시체가 각각 천변과 자동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것을 두고 준과 신고는 과연 누가 범인인지 알아 낼까.수사는 급진전을 보인다. 아파트 경비원,시노다 부인과 신의 어머니 아키코 등의 탐문이 이루어지지만 용의자는 무대 뒤에서 마치 조종이라도 하듯 수사망을 교묘하게 빠져 나간다.한편 토막 살인의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하던 중 피해자 부모에 의해 시신 확인,피해자의 성명이 밝혀진다.둘의 살해 당한 날짜는 다르지만 동일한 장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가씨들이었다.연예인이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러 간 아가씨는 그만 탈락하고 사귀던 남자가 풀 죽은 기분을 달래주고 헤어진 것이 토막 살인자를 잡는 강력한 단서가 된다.또한 준과 가정부 하나마저 살인 용의자에 의해 입에 재갈까지 물리게 되는 숨가쁜 시간이 이어져 갔다.

 

 준과 하나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조토 경찰서의 경관과 형사들과 조우하게 된다.준은 형사 아버지 미치오를 만나 토막 살인에 관여 하면서 겪었던 체험을 기회로 더욱 성장해 나가려는 의지를 불태운다.한창 공부할 나이이면서 주변기에 속해 있는 준은 형사물을 좋아하는 동급생 신고를 만나 실제로 형사물을 다뤄 보는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이렇게 해서 인간은 조금씩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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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2 - 내일을 움직이는 톱니바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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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는 시계방,금은방으로 익숙하고 각인된 그곳은 디지털 문화에 밀려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장소로 바뀌어 가고 있다.결혼 직전 아버지와 함께 간 허름한 금은방은 친척이 운영하던 가게였기에 공간은 비좁아도 사람 냄새는 물씬 풍기던 곳이었다.한쪽은 보석,시계 등을 팔고 한쪽은 고장난 시계를 수리하고 금과 은을 녹여 금반지,은수저 등을 세공하는 곳이었다.아버지의 뒤를 따라 금은방에 들렀던 이유는 친척이기에 세공도 잘 해 주고 가격도 착하게 해 주리라는 기대가 있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온기 가득한 이야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나는 시계에 대한 추억은 달콤하지도 포근하지도 않다.학창 시절 나는 시계를 자주 잃어 버린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손목시계를 몇 개나 잃어 버렸는지 집에는 '벌렁꿍'이라고 놀려 댔다.여름에는 손목에 땀이 많이 나서 잠깐 손목시계를 벗어 놓고 깜박하다 잃어 버리고,무더운 여름날 수돗가에 손목시계를 벗어 놓고 손을 씻고 물을 마시다 그만 잃어 버리곤 했다.손목시계는 대부분 선물로 받았던 것 같은데 지금도 책상 서랍에는 두 서너개가 얌전히 놓여 있다.옛시절을 생각하면서 손목시계를 차 보지만 자주 잃어 버렸던 기억과 차지 않은 간극으로 인해 손목시계에 대한 로망과 추억은 사라지고 스마트 폰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대체문명을 살게 해 주는 것 같다.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시리즈 두 번째는 첫 번째와 크게 다르지 않게 쓰쿠모 신사 주위를 공간 배경으로 추억이 담긴 시간에 대한 사연을 하나 하나 소개하면서 타임 머신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추억의 시계의 계자(計字)가 떨어져 나가면서 추억의 시간으로 둔갑해 버린 그럴 듯 하면서도 기기묘묘한 사연들이 등장인물들의 입담을 통해 노변담화마냥 전해지고 있어 정감 어리게 한다.그리 멀지 않은 예전의 기억을 끄집어 낸 추억의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과 아픔과 사랑과 애잔함이 덜 마른 물감과 같이 끈적끈적하게 배여 있다.이야기의 등장인물은 시계 수리사 슈지,미용사 아카리,아카리의 이복 여동생 카나 그리고 쓰쿠모 신사 경내를 청소하는 다이치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오래된 시계의 소리를 들으면서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떠오를 때,상실감은 따뜻한 모포(毛布)에 감싸이듯 안도감으로 뒤바뀐다. -P159

 

 시골 처가에는 명절,여름  휴가를 이용하여 찾아 간다.거실벽에 육중하게 드리워져 기다란 추가 시간대에 맞춰 딩딩 울음을 토해 낸다.특이한 시계방 간판에 이끌려 찾아 오는 손님의 사연을 비롯하여 네 편의 옛추억과 관련한 이야기를 시계방 주인 슈지는 경청하기도 하고 맞장구를 치면서 추억에 담긴 사연거리를 풀어낸다.슈지는 할아버지에게 시계방을 물려 받으면서 쓰쿠모 신사 거리 상가의 주민들에게 성실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쓰쿠모 신사 주위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기댈 언덕'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시계 수리 증서,딸기맛 아이스크림,라즈베리 그림이 그려진 자명 종 시계,학창 시절 운동회에서 우승기념으로 받은 크로노그래프 시계에 얽힌 사연,멈춰 버린 괘종시계의 비밀 등을 전하고 있다.네 편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소개하는 것은 커다란 의미는 없을 듯하다.다니 미즈에 작가는 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바를 슈지의 얘기로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톱니바퀴는 하나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아." "여러 가지가 서로 맞물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사람이라면 저 간판도 톱니바퀴 중 하나라고 생각해."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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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막요 세트 - 전2권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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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머야요.JPG

 

 통화(桐華)작가는《보보경심步步警心》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일종의 시대극인 셈인데 청나라 강희제 시절 황제와 황태자,궁녀의 궁중 애정소설로 각인되고 있다.열 명이 넘는 황자들이 황제의 신임과 총애를 얻기 위해 피나는 노력과 궁녀를 차지하기 위해 애정다툼은 무릇 권력을 떠나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인간사라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작가 통화는 시대극을 위주로 하면서 중국 역사의 갈래 갈래를 잘 풀어 내고 있으며 인물들의 갈등과 고뇌,타협과 체념 등의 심리묘사도 공감이 크게 갔다.게다가 이야기가 대서사적인 극의 분위기를 띠고 있어 유구한 중국 역사,문화의 일부를 적출하여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또한 시대극에서 없어서는 안될 양념거리인 서정적인 묘사는 독자들의 이목을 심취하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옥근.JPG

 

 원제가《대막요大漠謠》이지만 중국 안방극장에서는《풍중기연風中奇緣》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비 사막 바람 속의 기이한 인연 정도일까.기원전 123∼117년의 서한무제 시기를 다루고 있다.당시 서한무제는 몽골 부근의 흉노족과 싸움이 그칠 날이 없을 정도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서한의 국내정정(政情)도 불안하기 그지 없던 변화무쌍한 시기였다.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늑대와 함께 성장하던 주인공 금옥은 흉노정변으로 유망민(流亡民)이 되어 서한의 장안으로 도피하게 된다.도망하던 도중 알게 된 두 남자가 바로 유상(儒商) 맹서막과 한나라의 영웅 곽거병이다.맹서막과 곽거병은 우선 성격부터 판이하게 다른데 맹서막은 고상하고 기품이 넘치며 재력이 있지만 가문에 대한 책임감 때문인지 여자에게 환심을 사지 못한 채 속으로 끙끙 앓는다.이에 비하면 곽거병은 흉노와의 전쟁에서 영웅답게 딱부러지게 금옥에게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전달한다.

 

 한편 금옥은 맹서막의 주선에 의해 낙원방이라는 가무방에 적(籍)을 두면서 춤과 노래로 시름을 달랜다.금옥은 야생마와 같은 늑대와의 생활이 몸에 배이면서 몸은 여자이지만 마음은 심지가 곧은 감추어진 야성이 있다.게다가 서역에서 흘러 들어온 빈한한 출신의 이연(李硏)이라는 여자는 금옥보다 더 권력과 야망에 심취해 있는데 후일 이연은 황제의 후궁으로 들어가 고귀한 신분인 황비가 된다.그런데 이연이라는 인물이 기방에 들어오면서 맹서막과 곽거병에게 사랑을 빼앗기니 금옥은 누구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투척하지도 못한 채 또 다시 초원의 야생시절도 되돌아 가게 된다.

 

"난 예쁘고 연약한 꽃이 되진 않겠어요.아무도 깔보지 못하고 크고 높은 나무가 될래요." - 1권 P41

 

 영리하고 도도한 금옥은 내심 맹서막의 사랑을 받고 싶은데 그는 지체 높은 가문을 이어가야 하는 책임감과 보수적인 기질에 책만 탐하다 보니 맹서막은 금옥에게 자신의 애틋한 마음을 쉬이 전달을 못하고 금옥의 마음마저 수용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사랑으로 끝나고 만다.반면 곽거병은 진취적이고 활달한 면이 있어서인지 금옥에게 사랑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간다.몸과 마음이 뜨겁게 달아 오르는 숨막히는 사랑도 젊은 시절의 특권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서역 출신의 이연은 서한무제 유철의 총애를 받으면서 황비로 앉게 된다.일국의 황비가 된 몸이라 청아하고 교태가 어린 얼굴은 가냘프고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이연이 궁중에 들어가 황비가 되었던 것도 금옥의 심정적 지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금옥후테.JPG

 

 금옥은 자살한 양부(養父)를 생각하면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붓글씨로 유려하게 써 내려간다.

 

 행복은 마음속에 까닭 없이 피는 꽃이다.아름답고 요염하며,은은하게 감도는 달콤한 향기가 스며들게 한다.사람의 기억이란 거짓과 같아서,언젠가는 나도 오늘의 행복을 잊어버릴지 모른다.(중략)행복이든 슬픔이든 다 내가 살아온 흔적일 것이다.그래도 나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겠다.-1권 P141  

 

 황실 사람들이 들썩거리면 태자,황자들,대장군과 신구 귀족들,조정의 중신들이 모두 모여 성대한 잔치가 되는 기이한 풍경을 이룬다.수많은 사연과 아름다운 전설을 남긴 이연도 복사꽃 지듯 운명을 달리하고,금옥의 남편 곽거병도 세상을 떠나게 된다.맹서막은 곽거병과 금옥을 놓고 벌였던 자신의 잘못된 행실에 대해 후회하게 된다.금옥을 '언제 또 만날지 모르겠구려'라고 하면서 맹서막은 기이한 미소를 띤다.

 

 정은 깊으나 인연이 얕으니 어찌하리.하지만...... 후회하지 않네...... 단지 그리워할 뿐...... - 2권 P599

 윤중거.JPG

 

 이 글은 기원전 2세기 경의 서한 시기와 주변국 이를테면 흉노족,서역(중앙아시아 주변국) 등을 떠올리게 한다.흉노의 정변을 피해 서한으로 피신했던 금옥은 두 남자를 만나면서 밀고 당기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중국 전통 악기인 호적(胡笛)의 가락에 맞춰 변주하고 있는 것 같다.분위기는 그리 밝게 피어 오르지는 않지만 두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는 고비사막을 더욱 활활 타오르게 하고 있다.늑대와 같이 야성을 길렀던 금옥은 사랑의 관계에서도 뚝 부러지는 나무가지가 아닌 버들가지와 같이 낭창 낭창한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또한 통화 작가는 제자백가의 사상까지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어 문맥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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