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2 - 내일을 움직이는 톱니바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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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는 시계방,금은방으로 익숙하고 각인된 그곳은 디지털 문화에 밀려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장소로 바뀌어 가고 있다.결혼 직전 아버지와 함께 간 허름한 금은방은 친척이 운영하던 가게였기에 공간은 비좁아도 사람 냄새는 물씬 풍기던 곳이었다.한쪽은 보석,시계 등을 팔고 한쪽은 고장난 시계를 수리하고 금과 은을 녹여 금반지,은수저 등을 세공하는 곳이었다.아버지의 뒤를 따라 금은방에 들렀던 이유는 친척이기에 세공도 잘 해 주고 가격도 착하게 해 주리라는 기대가 있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온기 가득한 이야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나는 시계에 대한 추억은 달콤하지도 포근하지도 않다.학창 시절 나는 시계를 자주 잃어 버린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손목시계를 몇 개나 잃어 버렸는지 집에는 '벌렁꿍'이라고 놀려 댔다.여름에는 손목에 땀이 많이 나서 잠깐 손목시계를 벗어 놓고 깜박하다 잃어 버리고,무더운 여름날 수돗가에 손목시계를 벗어 놓고 손을 씻고 물을 마시다 그만 잃어 버리곤 했다.손목시계는 대부분 선물로 받았던 것 같은데 지금도 책상 서랍에는 두 서너개가 얌전히 놓여 있다.옛시절을 생각하면서 손목시계를 차 보지만 자주 잃어 버렸던 기억과 차지 않은 간극으로 인해 손목시계에 대한 로망과 추억은 사라지고 스마트 폰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대체문명을 살게 해 주는 것 같다.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시리즈 두 번째는 첫 번째와 크게 다르지 않게 쓰쿠모 신사 주위를 공간 배경으로 추억이 담긴 시간에 대한 사연을 하나 하나 소개하면서 타임 머신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추억의 시계의 계자(計字)가 떨어져 나가면서 추억의 시간으로 둔갑해 버린 그럴 듯 하면서도 기기묘묘한 사연들이 등장인물들의 입담을 통해 노변담화마냥 전해지고 있어 정감 어리게 한다.그리 멀지 않은 예전의 기억을 끄집어 낸 추억의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과 아픔과 사랑과 애잔함이 덜 마른 물감과 같이 끈적끈적하게 배여 있다.이야기의 등장인물은 시계 수리사 슈지,미용사 아카리,아카리의 이복 여동생 카나 그리고 쓰쿠모 신사 경내를 청소하는 다이치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오래된 시계의 소리를 들으면서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떠오를 때,상실감은 따뜻한 모포(毛布)에 감싸이듯 안도감으로 뒤바뀐다. -P159

 

 시골 처가에는 명절,여름  휴가를 이용하여 찾아 간다.거실벽에 육중하게 드리워져 기다란 추가 시간대에 맞춰 딩딩 울음을 토해 낸다.특이한 시계방 간판에 이끌려 찾아 오는 손님의 사연을 비롯하여 네 편의 옛추억과 관련한 이야기를 시계방 주인 슈지는 경청하기도 하고 맞장구를 치면서 추억에 담긴 사연거리를 풀어낸다.슈지는 할아버지에게 시계방을 물려 받으면서 쓰쿠모 신사 거리 상가의 주민들에게 성실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쓰쿠모 신사 주위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기댈 언덕'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시계 수리 증서,딸기맛 아이스크림,라즈베리 그림이 그려진 자명 종 시계,학창 시절 운동회에서 우승기념으로 받은 크로노그래프 시계에 얽힌 사연,멈춰 버린 괘종시계의 비밀 등을 전하고 있다.네 편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소개하는 것은 커다란 의미는 없을 듯하다.다니 미즈에 작가는 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바를 슈지의 얘기로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톱니바퀴는 하나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아." "여러 가지가 서로 맞물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사람이라면 저 간판도 톱니바퀴 중 하나라고 생각해."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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