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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일본 작가 가운데 오쿠다 히데오,히가시노 게이고 만큼 한국 독자들의 인기몰이를 하는 작가는 드물 것이다.사건,사고와 관련한 다양한 스릴,추리,서스펜스물들이 독자들에게 재미와 흥미,통쾌와 감동까지 안겨 주기 때문일 것이다.내가 도서를 읽기 시작할 무렵엔 오쿠다 히데오 작품을 열렬팬이 되어 사들였고,그 후엔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되었다.소재는 신변 잡기와 같이 흔히 보고 듣는 것들이 위주여서 친근감과 몰입도를 높여 준다.
부부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연애,신혼 초기엔 장미빛 삶의 연속이라고 착각했던 시절이 있었다.돌이켜 보면 그 시절도 삶의 일부이기에 후회없는 삶이 되도록 서로가 노력해야 하고,삶은 이상이 아닌 극히 현실 속의 전장터일 만큼 치열하므로 부부는 늘 신뢰와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하는게 기본 자세라고 생각한다.또한 연애든 중매든 결혼하여 살아가다 보면 남편과 아내의 장.단점을 알게 되는데,장점 위주로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해 나간다면 부부 간의 이지러진 행태의 모습은 크게 감소되리라 생각한다.
부부는 어떤 식으로 결혼했든 살다 보면 자신의 성격과 기질이 은연 중에 나타나게 된다.무의식 중에 내뱉는 언행과 폭력 행위 등은 내면 속에 깊게 은신하다 돌출 행동을 하게 되는데,본인은 무심결에 내뱉는 것들이 상대에게 상처와 응어리,배신 등으로 남게 된다.연애,결혼 초기에는 부부 누구라도 자신의 헛점,약점 등을 숨기게 되지만 결혼 생활이 시작되면서 말과 행동에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쪽에서 상대에게 약점을 노출시키고 만다.남과 여가 만나 하나가 되고 달콤한 밀월 관계가 어느 정도 끝나게 되면 방약무인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는 말과 같이 평생 애정과 사랑으로 일관하리라 여겼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믿음과 신뢰가 우루루 무너지면서 관계는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오쿠다 히데오 작가는 이번 《나오미와 가나코》라는 이야기에서 남편이 아내를 무차별 구타하기를 반복하자 남편을 제거하자는 친구의 권유에 의해 피해자인 아내와 친구가 어설픈 공모(共謀)를 꾸미면서 사건의 전개는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과 긴박감은 더해만 갔다.백화점 외판영업부에 소속된 나오미와 전업 주부이면서 신혼인 가나코가 등장한다.둘은 대학동창으로 지방 출신이기에 대도시 도쿄에서의 둘은 둘도 없는 사이이다.성격을 말하자면 가나코는 부드럽고 조신한 편이고,나오미는 당차고 딱 부러진 면이 있다.가나코는 잠시 직장 생활의 경험이 있었지만 결혼과 동시에 그만 두고 전업 주부가 된다.은행원인 남편 다쓰로는 업무 관계로 귀가 시간이 늦고 술의 힘을 빌어 잠자리를 요구하는가 보다.가나코는 이에 상황을 내세워 섹스를 거절하다 남편에게 타박상,멍이 들 정도로 구타를 당한다.친구 나오미는 가나코가 겪고 있는 현 상황이 너무도 안타까워 이혼할 것을 제의하는 한편 구타가 반복적으로 지속되자 쥐도 새도 모르게 남편 다쓰로를 죽이기도 결심한다.
요즘은 방범기기가 발달하여 완전범죄를 저지르기가 쉽지 않다.나오미의 구상이 위주가 되면서 가나코는 따라 가는 상황을 연출하는데,나오미는 중국인 사무실에서 가나코의 남편과 빼닮은 남자를 다쓰로로 분장시키고 수고비까지 쥐어 주는 한편,다쓰로가 일본을 떠나 중국으로 출향하도록 한다.동시에 가나코의 남편이 술에 떡이 되어 섹스를 요구하자 또 다시 거부한 가나코는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이를 본 나오미는 함께 교살시켜 자동차 트렁크에 담아 시체를 유기한다.이쯤에서 나오미와 가나코는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는 완전범죄를 저질렀다고 내심 가슴을 쓰러 안게 되지만 남편 다쓰로의 직장 은행부터 시가로부터 가나코는 예기치 않은 질문 공세,추궁을 당하면서 심신이 고달퍼진다.시가의 시누이인 요코가 흥신소 직원을 풀어 사건 전.후의 행적을 면밀히 조사하면서 의문점이 하나 둘씩 나오면서 가나코는 시누이,경찰서(임의 동행)에 조사를 받게 된다.방범기기는 사건,사고 수사에 커다란 기여를 하는 바,가나코는 꼼짝 없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지만,나오미는 시누이,흥신소 직원을 따돌리고 해외로 극적 탈출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흔히 부부 간에 문제가 있을 때에는 대부분 합의 이혼을 하는 경우가 태반인데,이 글에선 피해 당사자의 친구가 주동이 되어 친구의 남편을 목조르고 시신을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시체 유기까지 했으니 당연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가나코의 친구 나오미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하루가 멀다 하고 차고 때리며 구박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구타 행위가 트라우마로 깊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나오미와 가나코는 남편이 아내를,남자가 여자에 대한 가학 행위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주고 있다.가학 행위,살인 행위,시체 유기 모두 들어봄직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전개력이 소용돌이와 같았다.나오미와 가나코가 선택한 길을 두고 꼭 그렇게까지 친구와 힘을 합쳐 남편을 죽였어야 했을까.차라리 이혼 절차를 밟아 새로운 삶을 살아 가는 것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