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고 싶은 남자 - 말 못 한 상처와 숨겨둔 본심에 관한 심리학
선안남 지음 / 시공사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성평등 시대에 능력 위주의 사회로 돌입하고 있다. 가부장적 시대의 봉건적 인습은 개인의 능력과 경쟁 앞에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것은 시대의 흐름과 의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오랜 세월 남성들이 갖었던 남성 우월주의가 시대와 의식의 변화 앞에 무기력한 모습으로 전락했다. 반면 여성은 억눌렸던 잠재력과 개인의 능력을 앞세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당당하게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구촌의 최고 리더자들이 점점 여성의 비율이 커져 가고 있는 것이 눈에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에 보다 유연하고 수평적 사고의 관념과 같은 것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이다보니 종래 남성들 위주의 직업도 이제는 여성들이 얼마든지 갖게 되었다. 개성과 자기계발, 기호(嗜好)와 같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가정에선 주부라는 단어 대신 워킹맘과 같은 단어가 일상어가 되었다. 반면 남성은 양성평등의 시대를 맞이하여 가사, 육아, 훈육 등 가정의 전반에 걸쳐 부부가 동등하게 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 앞에 놓여 있다. 아내가 밥, 빨래, 육아, 가계부를 정리하며 가정을 꾸리던 시절의 모습은 먼 과거의 일로 오버랩된다. 대신 사회적 활동 폭이 커지면서 남성과 대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사회 및 의식의 변화 앞에 저변에 어떠한 심리 상태에 놓여 있을까.

 

 사는 것이 재미없다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불안하고 외롭고 힘들어 하는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남성을 애인으로, 가장(家長)으로, 아버지로,아들로 두고 있는 가족들은 딱하게 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게다가 삶의 질이 전 세계 최하위권을 달리면서 기본적인 생계마저 이어가기 버거운 현실 앞에 남성의 내면은 점점 위축되어 가는 것 같다. 경제적 수입의 고하, 사회적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남성은 가정에선 가장으로서 최상의 역할을 해야 하고, 사회에선 자신의 역할,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기를 쓰고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초조감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리 기를 쓰듯 노력해도 삶의 질은 답보 상태 내지 뒷걸음질 치진다면 개인은 '번 아웃' 현상에 빠져 심신을 달래야 할 것이다. 일종의 삶의 휴지기가 필요한 셈이다.

 

 한국 사회는 겉으로는 양성평등사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남성이 해야 하는 역할은 크게 바뀌지를 않았다. 가부장제, 자본주의, 유교적 가족주의의 굴레가 남성들의 의식을 옭아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의식적 맥락이 남성들의 의식과 내면에 억압과 상처를 안겨 주면서 온전한 삶을 구가하지 못하는 엉거주춤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 대세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삶을 뒷걸음질칠 수는 없다. 어긋난 인식의 틀과 차이를 스스로 허물어 내야 한다. 그리고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거든 심리상담 및 약물 복용을 통해 마음 다스리기를 하려는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면 안에 깊게 파고 드는 종양 및 암세포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 나가야 억압과 상처 또한 원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법이다. 사회의 변화, 의식의 변화가 바뀌었다고 심리적으로 위축될 필요도 없고,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불만일지라도 자포자기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의 체질,능력에 맞게 쉼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자세가 필요하다.

 

 위축되고 불안을 거듭하는 남성들의 자화상을 그린 이 글을 읽으면서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경제적 수입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늘고 길게 나아가기를 남성들에게 바란다. 학벌, 지연보다 능력이 우선으로 돌아가는 시대에선 당연 스펙과 스토리텔링을 균형있게 다져 나가야 한다. 사회는 이러한 양성평등의 시대를 절대 수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남성들이여, 기지개를 펴고 당당하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장 신뢰하고 객관적인 멘토와 자주 자신의 내면을 간담상조하라. 이를 통해 꺼져 버린 심신의 탈진을 긁어내고 새살을 돋게 하라. 평생의 반려자, 사랑하는 사람과도 늘 대화의 문, 소통의 장을 활용하여 심신에 주름이 가지 않게 자신의 내면을 보살피고 위무해야 한다. 가정에서 최소한 '개저씨'라는 말을 듣고 살지 않았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