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인생과 여행에서 짐을 꾸리는 방법은 같습니다. 필요 없는 짐을 점점 버리고 나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남은 것만이 그 사람 자신인 것이니다. 걷는 것, 그 길을 걷는 것은 '어떻게 해도 버릴 수 없는 것'을 알기 위한 과정입니다." -p7

 

 인간은 제한된 돈과 시간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돈과 권력과 같은 삶의 수단과 작용이 과욕과 남용으로 말미암아 인간 세상을 더욱 혼탁하게 있다.돈과 권력이라면 도덕과 윤리라는 인간의 고귀한 가치관도 무용해지고 마는 법이다.더욱이 돈과 권력이 인간 사회의 최고점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모두가 앞,위만 보고 달릴 뿐,옆과 뒤는 생각도 하지 않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개개인을 평가하는 관점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하면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처음에는 가벼웠던 인간의 과욕이 점점 무거워지고 버거워져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를 때, 우리는 어떠한 삶의 방향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무겁고 버거운 짐을 계속 등에 짊어지고 나아가야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불필요한 짐을 벗어 던지고 좀 더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는 각자의 삶의 가치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순수하게 종교의 교리에 맞춰 생활하는 종교인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존경한다. 그것이 불교든 기독교든 상관없다. 교리를 바르게 이해하고 삶의 가치와 의미를 부단히 연마하며 고귀하게 살아가려는 자세와 태도가 무척 가슴에 와닿는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그지없는 존재이기에 조금씩 조금씩 바꾸어 나가려는 긍정적 마인드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서 자신이 타인 및 사회에 활력소를 제공한다면 자신 및 사회의 모습도 조금씩 이상적인 방향으로 변모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종교적 수양을 담고 있는  여행 에세이는 내게 또 하나의 삶의 의미,살아가는 이유를 동시에 던져 주어 읽고 나서도 길게 여운이 남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는 기독교 3대 성지(聖地) 가운데 하나다.이미 알고 있고 관련 도서도 읽어 보았지만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떠나고 싶어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프랑스 남부 생장 지역에서 산티아고까지 800여 키로(서울~부산 간 왕복 거리 정도)를 뚜벅이처럼 '뚜벅 뚜벅' 혼자 걷기도 하고, 세계 각국에서 순례길에 동참한 이방인들과 함께 걸으면서 산티아고 성지 길의 의미를 마음으로 느끼고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시간을 갖기에 족하다.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을 거듭하다 한국인 교수의 조언에 따라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기로 결정한 오노 미유키(小野美由紀) 작가는 마음 속에 담긴 오욕칠정을 모두 비우고 영혼의 자유스러움을 되찾았을 것으로 보인다. 30대 초반의 젊음을 무기로 낯설은 순례길을 36일 만에 산티아고에 두 발을 내디뎠던 것이다.

 

 오노 작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기 전 준비해야 할 것들,스페인어 기초 지식과 순례길에 나서서 겪었던 것들 이를테면 체질에 맞는 순례길 선택,스페인의 미식 거리 등을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걷고 쉬고 걷고 쉬기를 되풀이하면서 자신의 체질에 맞는 순례길도 있었을 것이고 숙박지 및 음식점에서 맛보았던 갖가지 스페인 음식들은 순례자들에게 미식거리로 남았을 것이다. 순례길 구간과 구간 사이를 일기 형식으로 잘 정리해 놓았다. 평지도 있고 언덕길도 있고 산 속길도 있고 오솔길도 있고 고산지대의 길도 있었을 것이다. 순례자는 여러 갈래의 길을 걸으면서 삶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동시에 틀림없이 다음 삶의 활력소가 되었을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흔히 말하는 자신을 한 번쯤 리셋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성 야고보의 묘가 있는 산티아고 성지를 향해 오늘도 묵묵히 걷고 있는 순례자들은 지친 영혼을 위로하고 행복과 자유를 되찾아 가는 삶의 여정에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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