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간인가 - 존엄한 삶의 가능성을 묻다
오종우 지음 / 어크로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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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만든 문명은 물질적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동시에 삶의 질을 제고해 온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탈산업사회의 중심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상대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배려와 같은 실천적 정신은 약하다.반면 생산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일반인들이 느끼는 생각과 감정은 오로조 경쟁에서 타자를 이겨야만 하고 실적을 내야 하는 강박관념이 크게 작용한다.그래서 함께 일하는 동료와 상.하관계가 인간적으로 띠를 형성하는 것이 아닌 조직 속에서 하나의 기계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것이 지배적인 생각이다.

 

 정치적 색깔을 달고 사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민생을 챙겨야 하느니,국민들의 삶을 보다 더 풍료롭게 해야 한다느니,일자리를 더욱 창출해야 한다느니 등 요란한 과시적 광고,선전에 열을 올린다.그 속을 찬찬이 들여다 보면 실현 가능성이 큰 것보다는 정책 사항으로 희망 사항에 가까운 요식적이고 자기기만적 공약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정치인들이 한 나라의 정책과 살림을 좌지우지하는 큰 영향력과 권력을 갖고 있기에 그들이 국민과 사회에 대한 정책과 실천적인 움직임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대다수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과 인간의 존엄성 등이 피부로 와닿기 마련이다.그런데 작금 한국 정치계의 풍향은 진보,보수 성향의 정치가를 막론하고 모두가 자기 밥벌이와 얼굴 알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이 농후하다.사회 안전망과 개개인의 삶의 질,인간의 존엄성 모두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사람은 사회적 실체를 통해서든 고전과 같은 문학작품을 통해서든 인간의 삶에는 밝고 희망이 넘치는 강구연월의 세태라기 보다는 개인의 안위와 안락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이기주의 풍토 속에 살고 있다.계층 간 빈부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개개인의 부채도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부자는 돈이 많아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주체를 할 수가 없고 그렇지 못한 계층은 근근이 살아가기 바쁘기만 하다.IT기기 산업이 발달하면서 타인과의 관계망도 간접적인 대면 형식을 빌리고 있다.소셜 네트워크망이 사람과의 거리감,소통의 부재를 매꿔주고 있는 셈이다.그런데 이러한 SNS망을 통해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고) 극히 피상적이고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기호,거래,동호인 등의 모임이 주를 이루고 있기에 시간이 경과하고 심정적으로 변화를 일으키게 되면 그 관계는 단절되고 만다.첨단 기기를 활용한 인간 관계망을 통해 진정어린 타자에의 존경심과 배려가 얼마나 형성되어 갈까.그것이 의문이다.

 

 오종우 저자의 《무엇이 인간인가》는 시종일관 러시아 대문화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 《죄와 벌》을 비롯하여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백치》《악령》 등의 작품 속의 내용과 등장 인물들이 펼치는 어두운 풍경과 음모,모략이 뒤섞여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것이 싹트기를 기대해 보는 여정을 갖게 되었다.상기한 도스토옙스키 작가의 작품은 사 놓기만 하고 진지하게 읽지를 못해 저자의 해설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를 묻고 대답하게 된다.

 

 사람이 사는 동안에는 늘 감내하지 못할 고통과 불시착에 가까운 좌절,분노 조절이 안되는 공황상태 등이 수도 없이 인간의 내면 세계를 휘젖는다.인체 하복부에서 상복부 그리고 발끝에서 머리 정수리에 이르기까지 신경 전달 체계가 마비가 될 경우가 종종 있다.당연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한다.연후에 정신적 엔진을 서서히 가열시키면서 삶의 지향점을 향해 매진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도스토옙스키 작가의 《죄와 벌》의 주인공 로쟈의 삶의 전반을 다루고 있다.로쟈의 초반적 삶과 중.후반의 삶을 인간의 속성,속물주의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이것이 꼭 나쁘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인간이란 신(神)처럼 완벽하지 않는 존재이지도 않은 선과 악마가 마음 깊은 곳에 늘 상존(尙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을 중시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일대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말로만 떠들어 대는 인간의 존엄성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이념과 사상이라는 커다란 물줄기도 중요하겠지만 사람이 사람답게,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의지가 우선일 것이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삶의 지향점과 행동에 걸림돌이 될 제반 제도와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예리하게 짚어 가고 개선해야 할 사항은 개선하고 발전 계승해야 할 사항은 인간의 삶의 향상에 기반을 두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좋은 정책일지라도 어떠한 세력,집단에 의해 좌초된다면 이를 믿었던 사람들의 비탄과 절망은 누가 위무하고 보상해 줄 것인가.그래서 정치 지도자의 힘과 권한이 커진 세상에선 그들의 이성적 의지와 냉철한 판단력,대세를 볼 줄 아는 중용의 힘만이 지도자다운 지도자이다.개개인도 마찬가지다.개개인의 가능성을 최대화하면서 열린 마음과 긍정의 힘으로 살아가려는 노력과 의지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성실과 관용,뚜렷한 삶의 목표 즉 건강하고 행복한 경지를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삶의 너머까지의 영혼까지 고요한 향기를 품어낼 수 있어야 한다.《죄와 벌》이라는 고전 속에서 인간의 존엄한 삶을 사색해 보는 인문학적 시간을 갖게 되어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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