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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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세계는 불평등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한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이다.사회적 신분의 고하,경제적 소득의 고하,그리고 더욱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과 벽을 조장하는 '끼리끼리'뭉치기는 완전하게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완화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주위를 넓게 보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에게 좀 더 사람답게 대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련다.물론 오랜 세월 자신의 입장과 신분에 따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굳어졌기에 쉽사리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그런데 자신의 주위에는 자신보다 나은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다.결핍되고 소외된 계층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일반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계층들을 챙기고 배려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만 하다.앞서도 얘기했듯 스스로 성찰하면서 결핍으로 가득찬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배려한다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지금의 이분법적인 삶의 단층(斷層)은 조금씩 접착되어 가지 않을까.

 

 인간은 천생 죄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없을 것이다.결핍.결손된 가정환경과 삐둘어진 인성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고 죄값을 치뤄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이들도 한때는 잘나갔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이해관계,갈등,원망,복수심,좌절 등이 얽히고설켜 개인과 사회에 커다란 부작용을 안기고 만 케이스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사회에서 죄를 지어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는 죄수들도 교도소 생활규칙에 의해 자신의 지난 날을 수없이 성찰하면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 나겠다는 각오로 가득차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게중에는 개전의 정이 없는 이들도 물론 존재할 것이다.그런데 누군가 정신적 결핍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자기 성찰의 시간을 부여하는 것은 상생을 위한 초석이 되고 안정적인 사회기반을 이끄는 토대가 되어 주리라.

 

 2013년 서울대학교와 법무부가 교도소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이후 3년 정도 서울대학교는 한국사회의 낮은 곳에서도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재정과 (교수들의)헌신적 노력에 의해 교도소 수용자들을 위한 인문학 공부 모임을 이끌었다고 한다.이에 앞서 2005년 노숙자들을 위한 인문학 과정이 있었는데 성공회대학교 '성 프란시스 대학'이란 이름으로 삶의 결핍된 자들에게 자신의 자존감의 고양 및 자아 성찰의 계기를 마련했던 것이다.낮은 인문학 과정은 수용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글을 쓰는 과제를 요구했는데,주요 내용은 감명 깊은 강의 및 자기성찰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었다.

 

 8인의 서울대 인문학 교수들의 강의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졌다.철학,종교,역사,문학이라는 삶에 대한 고민과 삶의 방향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주된 강의 내용은 평범하게 보이지만 깊은 사색과 성찰을 요한다.삶의 최고의 가치,행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삶의 존재 이유,'과거'의 기억은 미래를 만든다,나와 우리는 누구인가,우리가 추구할 가치,삶의 목표,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 등을 소개하고 있다.극히 자신 위주의 삶에서 탈피하여 나와 우리 그리고 타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사유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수용소에 있는 자들이 인문학 강의와 과제를 통해 그릇된 생각과 감정,행동을 깊게 성찰하는 동시에 자신의 주변과 넓은 세상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고 이해하는 촉매역할을 했을 것이다.또한 이러한 계기를 통해 수용자들은 사랑과 용서,자비의 정신의 참뜻을 인식하는 동시에 깊고 영원한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수용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서울대학교와 법무부가 주체가 되어 교도소 수용자들에게 가르친 인문학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야 할 길과 최종 목표 등을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서 고찰했을 것으로 보인다.솔론이 말한 행복의 정의가 인상 깊게 다가온다. "잘 살아야 하고,명예롭게 죽어야 한다,그것이 행복이다."(P234) 또한 소유에서 삶의 의미와 목표를 찾으려는 현대인에게 프롬의 『건강한 사회』는 병적인 삶과 사회구조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케 한다.특히 프롬은 자신이 속한 민족뿐 아니라 모든 민족과 인간을 똑같이 사랑하는 사해동포주의를 주창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아울러 인본주의적인 종교 및 철학이 목표로 하는 사랑과 지혜와 같은 인간의 이성적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고자 하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내 삶의 마아트(진리,가치,중용)는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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