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할머니와 함께 요리를 - 토스카나에서 시칠리아까지, 슬로푸드 레시피와 인생 이야기
제시카 서루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밖에서 외식을 하다 보면 가족을 위해 재료 준비,손질하기,레시피에 따른 음식 만들기에 대한 노력과 정성이 소홀해지기 마련이다.특히 부부가 맞벌이를 하게 되면 일의 양에 따라 정신적,육체적 노동에 의해 집안에서 해야 할 일들을 본의 아니게 손을 놓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그래서 자라나는 자녀들도 바쁘게 움직이는 부모의 영향으로 엄마의 정성 가득찬 집밥과 요리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쉽고 빠른 음식들을 배달시킨다든지 인스턴트 음식으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우리집도 그러한 경향이 많은 편인데,아이들이 온기 가득찬 엄마가 만든 음식을 먹을 기회가 줄어들고 있어 마음 내내 안타깝기만 하다.엄마표 음식은 아이들의 정서와 지능,사회성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알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에 맞추기란 어려운 점이 많다.

 

 

 농약과 비료를 거의 치지 않은 친환경적 유기농 작물로 빚어낸 음식은 생각만 해도 몸과 마음이 쑥쑥 성장해 가고 건강이 온몸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그런데 현대 사회에선 고소득,고부가가치적인 영농작법에 의해 생산되고 유통되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 마련이다.사람이 먹을 수 있는 가축,채소 등도 성장 촉진제를 주입시키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실정이다.농부가 손수 씨를 뿌리고 재배하여 수확한 것들을 주 원재료로 하여 만든 '슬로 푸드'는 사람의 정서,지능,사회성 모두 원만하게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 준다.정성 가득찬 음식을 눈 앞에 대하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영양 만점에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슬로 푸드가 시대적 부응에 맞춰 지구촌에서 붐(Boom)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그 가운데 음식 이야기로 넘쳐 나는 이탈리아는 슬로 푸드의 본향이기도 하다.삶의 질을 개선하고 전통적인 음식을 계승해 나간다는 취지하에 시작된 슬로 푸드는 전통 음식을 고수하는 분들의 노력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이방인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더욱이 전원 생활 속에서 친환경적인 유기농 작법과 오랜 세월 축적한 요리 솜씨로 빚어내니 당연 삶의 질이 제고될 수 밖에 없다.특히 이탈리아인들은 만나서 나누는 대화 속에 음식 얘기가 주 단골 메뉴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그들은 식복을 스스로 챙기며 꾸려 가는 지혜로운 민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북부 지방에서 남쪽 시칠리아 섬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음식의 특징은 가지각색이다.밀가루를 주 원료로 하면서 울긋불긋한 부재료들이 시선을 끈다.제시카 서루 작가는 이탈리아 할머니 열 두 분의 음식을 취재하면서 이탈리아의 계절의 순환과 대지,풍요와 곤궁을 경험했다고 한다.음식은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는데 있지 않은 영혼을 살찌우고 몸을 탄력있게 만들어 내는 보배로운 존재물인 것이다.작가 자신이 이탈리아 할머니들을 알아내거나 슬로푸드 조직을 통해 연락처를 갖고 무작정 이탈리아로 날아가서 음식 취재를 했던 글 모음이다.이탈리아 할머니들의 음식은 각 지역의 특색과 풍토의 내음이 깊게 배여 있다.게다가 그것은 오랜 세월 계승되어온 음식들이 이탈리아인들의 내면의 DNA를 유지시켜온 산 증인이기도 하다.이탈리아 음식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탈리아 할머니들의 요리를 보면서 삶의 질은 먹는 일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밀라노에서 시작된 이탈리아 할머니의 요리 이야기는 화려함보다는 소박하고 고색함이 다분하다.산과 호수를 낀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풍경과 대를 이어 요리를 계승해 오고 있는 이탈리아 할머니의 요리 에피소드,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거주지 근처의 묘지들,제과점에서 만날 법한 고급스러운 이탈리아식 빵,케이크,샐러드,수프 등이 선을 보이고 있다.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음식 재료는 단연 대지의 향기를 품고 자란 것들인데,순무,렌틸콩,감자,양배추,옥수수 등이다.홍일점으로 육류 요리가 단 하나 소개되었는데,토끼고기 튀김과 소스이다.어린 시절 딱 한 번 입에 댄 적이 있는 토끼고기는 꿩 고기 맛과 비슷하게 담백했던 기억이 있다.

 

 

 인간의 고통과 병은 불균형적인 음식 섭취에도 있다.값비싼 음식도 좋지만 자신의 경제적 상황,기호(嗜好)에 따라 재료 선택을 하되,너무 짜고 맵고 기름지지 않은 담백하면서 인체의 막힌 기혈을 뚫어줄 수 있는 음식이라면 건강과 행복은 오래 유지할 수 있으리라.열 두 분의 이탈리아 할머니들의 음식 솜씨는 일류 요리사 이상의 재주와 능력의 소유자들이다.앞서도 얘기했듯 전원 생활을 하면서 손수 재료를 재배하여 수확한 산물로 요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현대적인 음식 만들기에서 벗어난 오랜 세월 대대로 이어져 오는 이탈리아 전통 음식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어 이탈리아 현장을 직접 목도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정성 가득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탈리아 할머니들의 넉넉한 순박한 미소와 건강함이 깊게 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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