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종말
롤프 데겐 지음, 박규호 옮김 / 현문미디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내면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기회,상황,이해관계,방어적 본능 등에 따라 선과 악을 조율해 간다고 생각한다.너무 착하게 살아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악하게 살아서도 안되는 게 인간의 조건일지도 모른다.특히나 요즘처럼 '세워 놓고 코 베어 가는 세상'에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방어적인 보호본능이 앞서기 마련이다.눈 앞에서 벌어지는 처참한 상황을 보면서도 본체만체할 뿐 적극적으로 중개역할을 하려고 들지 않는 것도 신체적,물적 위협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적 자기방어 본능이 앞서기 때문이다.그래도 내면에는 분명 악한 일은 물리치려는 의협심이 남아 있을 것이고,좋은 일에는 용기와 격려를 주면서 동반상승하려는 상생의 욕구를 감추지 않는다.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이기적 본성으로 내면에 이기적이고 자기방어 본능이라는 DNA가 고착화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고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일은 이제 비일비재하기만 하다.천륜의 정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다.무엇이 이러한 현상에 이르게 했을까.흔히 쓰는 말로 우발적인 행동을 꼽을 수가 있는데,부모와 자식이 서로가 할 본분을 망각하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스스로를 내몰았던 것은 아닐까.돈과 물질이 극숭배시되는 사회에서 부모,자식 간의 척도 역시 그것이 제대로 지탱해 주어야 서로의 애정과 사랑을 확인받는 시대는 아닌가.근자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천륜이 박살나는 소식을 접하면서 가슴 한 켠 인간의 삶의 조건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것을 깊게 생각했다.도덕과 윤리를 강조하는 종교 집단마저 물신숭배에 깊게 빠져 도덕적 감정의 잣대를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망연자실의 심정이다.

 

 인간에게 야수와 같은 잔인성 연구의 선구자인 롤프 데겐 저자는 다양한 각도에서 인간의 본성을 들려주는 동시에 이를 뛰어 넘어 희망적이고 의미심장한 해석을 내놓았다.고전경제학,진화생물학,뇌과학 등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이고 잔인성은 유전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이러한 이기적 본성을 억누르는 사회적 조건화 및 내면화된 처벌에 대한 두려움은 단편적일 뿐이라는 것이다.잔인성은 비단 인간이 인간에게만 행하는 것이 아니다.비근한 예로 동물에 대한 학대는 목불인견인 경우가 너무도 많다.물론 이러한 행위를 하는 데에는 이를 뒷받침할 상황과 기회이 주어지기 때문이겠지만,이러한 행위를 하는 자에게 죄책감,후회,성찰과 같은 도덕적 감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전시,비상사태의 경우엔 말할 것도 없다.

 

 잔학행위에 대해 죄책감,후회,수치심 등과 같은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 등) 유형과 같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갖은 자가 아니고선 대부분의 인간은 잔인한 폭력,살인행위에 대해서는 공분을 금치 못할 뿐만 아니라 도덕과 법이라는 이름으로 당사자를 격리시키려 한다.그런데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면 인간은 남보다 우위를 선점하고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타자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인간이 삶이라는 정글의 법칙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이러한 비도덕적,비사회적 행위가 당연시 된다고 본다.리처드 도킨스는 이렇게 표현했다."우리는 모두 생존기계다.유전자라 불리는 이기적 분자를 지키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이다.개인들의 이기적인 행동은 바로 유전자에 새겨진 이기주의에서 나온다."라고 했다.아울러 현대 과학은 인간에 내재된 악의 근원을 인간의 진화적 유래와 신경제 구조에서 찾고 있다.

 

 반면 인간은 이기적이고 잔인한 행위를 넘어 이타적(利他的) 행위도 놀라울 정도로 많이 한다.앞서 말했듯 '주고 받기 식'의 보상심리에 따른 행위도 없지 않아 있지만,이타적 행위 자체를 습관화하면서 사회를 보다 밝는 방향으로 선도하려는 사람들도 꽤 많다.또한 일반적이고 수동적인 이타적 행동도 많다.남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과 같은 극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이타적 행동을 일컫는다.인간은 사회적인 동물 또는 존재로서 선과 악이 동시에 내재되어 있는 생물로서,정치적 입장과 상황 논리에 따라 선과 악을 교묘히 왔다 갔다 하는 부류들을 목도하게 된다.수동적인 이타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 구성원 가운데 대부분일진대 사회를 이끄는 실세들의 행위(정치가,자본가 등)를 보면서 선과 악의 기준점을 비정상적이고 모호한 방향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기도 한다.과연 현대사회에서 고귀하고 영원한 도덕 감정을 갖은 지도자는 없는 것일까.

 

 건강하고 활기찬 사회 구현이 되려면 도덕적 감정과 법치 문제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어린이 성폭생,연쇄 살인,무차별 테러와 같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들에겐 그에 상응하는 죄값을 치뤄야 한다.그들 스스로 자신의 과오 행위에 대해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사회의 예절과 윤리적 규범을 준수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도고 법적.제도적 장치를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그리고 그러한 반사회적(사이코 패스,소시오패스와 같은) 인격 장애자들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감정이입을 해야 한다.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른 자들은 형기를 마치고 사회복귀를 하게 되면 동일한 죄를 지을 확률이 크기에(통계적인 면에서) 쉽게 석방시켜서는 안될 것이다.반사회적 행위를 일삼는 인격 장애자들이 '왜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어떻게 하면 사회에 적응하고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는지를 심도있게 조사하고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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