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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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후세계를 굳게 믿는 타입은 아니다.사후세계의 존재 여부는 마음 자세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편으로,현재를 가장 가치있고 유의미하게 살아가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편이다.모든 생물이 심폐정지가 되는 순간부터 망각의 길을 걷게 되고,신앙을 굳게 믿었던 자들은 현세에서 잘못한 것들을 천국에서 용서받고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마음으로 품고 가장 평안하고 고요한 모습으로 모든 것을 내려 놓을 것이다.

 

 원한과 증오를 품고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 영혼의 입장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을 더듬어 가는(플래시백) 이번 이야기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읽어 가다 보면 주인공이 생전 겪었던 가족 관계,사회 생활,로맨스,인간관계 등을 통해 현세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의 의미,삶의 자세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먹고 살기 위해 아귀다툼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삶다운 삶이 될 것인가를 자문자답케 한다.

 

 이시다 이라(石田衣良)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주인공 가케이 준이치가 두 남자에 의해 구덩이 속에 매장되고 얼굴에 축축한 흙이 뿌려지는 악몽을 꾸면서 시작된다.가케이 준이치는 불행한 가족사를 품고 있다.부친은 가케이 준지로로 기업 매수와 재건(再建)을 전문으로 하는 악명 높은 사업가였고,모친은 준이치를 해산과 동시에 사망한다.부친은 작은 엄마를 얻어 그 쪽에 열과 성을 다하고,준이치에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준이치가 성년이 되어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시기에 부친은 10억 엔을 상속금으로 건네는 것으로 부자지간의 인연을 청산한다.그리고 내성적이고 차분한 준이치는 이 돈을 가지고  '게임 프런티어'사무실을 차린다.업무 성격은 『엔젤펀드』로 이야기의 전개는 지금부터다.영혼,유령으로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하는 준이치는 순간이동을 통해 사람과 장소를 접해 나간다.

 

 준이치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후미오라는 여성으로 배우이기도 했다.그녀와 사랑의 행각이 임신으로 이어지게 된다.준이치는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후미오라는 아가씨와 관계를 맺었던 것에 대한 의문점 등을 회상과 기억을 통해 추적해 나간다.이야기는 속도감을 바탕으로 한 스릴감보다는 준이치의 인간성,심리문제를 바탕에 깔고 이어가고 있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벤처캐피털이라는 길에서 만난 다양한 인간군상들,이를테면 영화제작과 관련된 감독,프로듀서를 비롯하여 부친과 오랜 인연을 맺었던 법률 변호사,배우 후미오,폭력 조직배 등이 등장한다.결국 돈과 얽혀 있다보니 자연스레 폭력 조직배들이 등장하기 마련이고,중간에 미인계를 썼던 것으로 밝혀진다.

 

 준이치는 영혼의 인물로 그 곁엔 고구레히데오라는 멋진 영혼과 조우하게 된다.준이치에게 고구레히데오는 삶의 나침반과도 같다.생전과 사후세계의 중간점에서 서로 대화를 나눈다고나 할까.자신을 죽인 사람들의 배후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자신이 뿌린 씨앗을 소중히 여기는 후미오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임신중절 시기를 넘겨 출산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준이치는 그녀가 자신에게 저질렀던 과오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용서한다.일종의 FOR 정신이라는 인간에서 비롯된 것이다.이것이 이시다 이라 작가가 추구하고자 했던 요체가 아닐까  한다.이 글을 통해 느낀 점은 악한 행동을 했던  사람들은 사고사,자살 등으로 이어지고,준이치와 같이 자신을 해친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되 복수는 하지 않는 착한 심성을 되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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