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국인 - 대한민국 사춘기 심리학
허태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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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품성과 기질에 대한 특성을 개성으로 삼는다면,한 나라의 국민성은 해당 국가의 사회제도,시스템과 맞물려 발생하는 의식작용은 아닐까 싶다.개인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한 나라의 국민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심리 현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이를테면 지각.발달.성격.사회.임상심리학과 같은 세부 내용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흔히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듯 개인과 사회의 정체감을 제대로 알아야 시시각각 발생하는 제반 문제에 대해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통해 물질적,정신적으로 상실한 것들이 많다.일반인들에게 못먹고 못배운 것에 대한 회한이 가장 컸을 것이다.일반인들 반대편에는 좋은 부모의 유전자 및 좋은 환경에서 남부럽지 않게 성장할 수 있었던 사회 주도층 자녀들도 있다.어느 시대든 주류계층이 절대 다수를 지배.착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다만 작금 한국 사회의 주류계층은 신자유주의의 진수를 만끽하고 있다.일종의 꿀벌이 힘들이지 않고 꿀을 맘껏 음미하고 있다.이에 반해 절대 다수인 중산층 이하는 점점 더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삶의 희망까지 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겉으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지만 사회 내부는 부정과 부패,뻔뻔스러움 등으로 가득차 있다.국민행복지수 최하위,사회 갈등지수 2위,자살률 1위라는 세계적 오명이라는 태그가 따라 다닌다.

 

 경기 침체는 중산층 이하의 삶을 크게 강타했다.현대판 자본 세력으로 알려진 자본가,관료세력,언론재벌,사설 교육집단 등이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 전체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게다가 근자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들은 지도자의 부재,자본가들의 지나친 횡포,사회 안전망의 부실 등이 대부분이다.이러한 사건.사고 가운데 '세월호'침몰 사건은 한국 역사 속에 불명예로 길이 남을 것이다.아직도 이 문제에 대한 원인 규명,책임자 처벌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고 서글프기만 하다.재미나는 세상이 그리워질 뿐이다.한국 사회가 얼마나 썩어 문들어졌으면 '헬(Hell)조선이니,7포(抛)세대 등의 사회적 불만이 쏟아져 나온단 말인가.그 원인은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한국 전쟁 이후 짧은 기간 안에 이룩한 계획 경제 속에서 오로지 나와 가족만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정신과 오래도록 내려 오는 유교적 관습 속에 남아 있는 인간관계망,자신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자본이 없으면 신분도 출세도 할 수 없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을 사춘기로 진단하는 허태균 저자는 한국 사회는 평균 수명 80세로 가정해 볼 때 15세 무렵의 사춘기로 보고 있다.주지하다시피 사춘기에 놓여 있는 청소년들은 몸 속의 호르몬이 왕성하게 성장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다.누군가의 간섭,조언도 불필요하게 느껴지고,누군가 자신을 건드릴라치면 속에 있는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내기 십상인 시기다.한국 사회의 모습이 이러하기에 사회 구성원 간의 상생과 같은 추상적인 말들은 요원하기만 하다.시대는 빈부 격차를 줄이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보편적인 사회 복지의 혜택을 받으면서 인간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데에 이의(異議)가 없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면에서는 (이념.정책의 상이로 인해) 간극을 좁히는 것이 시간이 걸려야 할 성 싶다.허태균 저자는 한국인의 현재 마음,그것들이 모여 이루는 한국 사회의 심리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현재를 해석해 나가고 있다.주체성,가족확장성,심정중심주의,관계성,복합유연성,불확실성 회피라는 6개의 문화심리학적 개념을 근거로 하면서,다양한 한국 사회의 현상들을 분석.해석하고 있다.

 

 나는 한국인으로 과연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내면은 유교적 관습과 질서가 축적되어 있고,외면은 극히 서민의 한사람으로 삶의 질이 점점 위축되어 가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는 편이다.개인의 스펙과 노력만으로 더 이상의 고지를 오를 수 없게 되어 버린 사회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절감한다.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고 자식에겐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뒷받침하려고 하지만,자본의 힘에 밀려 자식들에게 지원해 줄 물질적 힘도 한계가 있어 가끔은 한숨만 나온다.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사회적 출세 길이 보장되었지만,1990년대 중.후반부터는 자본의,자본에 의한,자본을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근자 회자되고 있는 태생적 수저 문제도 힘없는 자들에겐 살아갈 꿈과 희망마저 싹뚝 자르고 만다.그렇다면 언제쯤이 되어서야 한국 사회의 모습이 사춘기를 넘어 청년기로 들어설 것인가.

 

 문제는 갖은 자들의 마음 자세,태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자본과 부가 삶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삶을 이끌기 위해서는 물질적,정신적 요소가 잘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아귀가 맞아야 한다.삶의 존재와 의미를 찾는 것이 물질 이상으로 소중하다.흔히 아는 체,있는 체,잘난 체가 한국인들의 주특기가 아닐까.타인과 어울리고 조화롭기를 바라지만 조직 속에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를 좋아한다는 의미다.그래서 빚이 많아도 고급 승용차를 몰고 명품 브랜드를 몸에 지닌다.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한 턱 쏜다'는 말을 내뱉기도 하고 "사장 누구야? 나오라고 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나아가 상식과 사회적 합의와 같은 법률체계나 법규정들은 진실과 상식에 부합하느냐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한국인의 복합유연성을 사법판단이 반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국인으로 한국 사회에서 출세하려면 '열정과 끈기'라는 아이콘을 강하게 심어야 한다.독종이라 할 정도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불사르는 열정과 끈기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노력과 의지의 결과치를 상회하여 목표를 성취할 수가 있다.그 과정은 혹독한 대가를 치뤄야 하고 그렇게 할 각오가 서야 한다.사실 나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해 때론 성공한 자들의 삶에서 그들의 성장 이력과 성공감을 접할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 자괴감이 꿈틀거린다.이러고만 있을 수 없어 '평생 학습'차원에서 독서를 하고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발견해 나가려 애를 쓰고 있다.

 

 농경 민족이고 배달 민족인 한국인의 DNA는 점점 서구식 자본주의,물질 만능주의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조상의 명복을 비는 제사,성묘의 문화에서 개인적인 여가 향유,소비생활을 유감없이 누리고 있다.인간 관계 역시 만나서 대화.소통하는 시대에서 단문자를 위주로 하는 SNS문화를 더 중시하고 있는 세태다.놀고 즐기는 문화의 범위도 매우 협소하기만 하다.먹방,쿡방과 같은 소비문화가 대세를 이룬다.보다 창의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확장적 사고 문화가 실현되었으면 한다.입시 위주,줄서기 문화에서 생각과 사고를 확장하는 창조문화를 어린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생각,사고,분석,통합이 가능한 인재를 양성할 준비를 국가적 차원에서 구상하고 시도해 나가야 한다.누구나 피부로 느끼고 있듯,성적이 인생의 행복 순(順)은 아니기에 개성과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 제도,시스템의 확보가 시급하다.교육적으로 중요한 것 또 하나는 과거에 대한 역사 교육이 (학생 및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사회의 현상을 6개의 문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다룬 이 글을 통해 느끼는 점은 한마디로 말하기엔 어렵다.유교문화적 사회에서 일제 강점기,한국 전쟁을 지나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1세대 어른들 세대에서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현대 한국 사회의 모습은 돈과 물질이 우선시 되고 있다.돈과 물질이 삶을 지탱하는 수단이고 방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다만 이것을 매개로 갑질을 일삼는다든지 삶의 지수,행복도를 빼앗아 간다면 사회라는 이름으로 이 문제를 좌시해서는 안될 것이다.또한 겉으로는 만기친람하는 척 하는 일부 위정자들에게서 뚜렷한 국가관과 철학이 있는가를 묻고 싶다.무한대의 책임을 안고 있는 국정 운영자는 일신을 초개처럼 하고서라도 국리민복에 앞정서야 한다.국가의 앞날,국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알고 실천하는 것이 작금의 잘못된 사회 문화현상을 다듬어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한국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근본적 변화 궁리하고 양심적으로 실천해 가려는 지도자의 자세.태도가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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