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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역사 e 4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ㅣ 역사 ⓔ 4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역사e 시리즈'는 참신하기 그지없다.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한국 역사의 뒤안길,위정자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민초들의 삶의 무늬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점이 특색이 아닐까.게다가 학창 시절 접했던 역사 교과서라는 것이 역사의 승자라고 할 만한 위정자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기에 역사의 진실은 은폐되고 만다.그래서 일반인들이 자국의 역사에 대한 진실은 늘 '수박 겉핥기 식'이다.참된 역사의 진실을 알아야 그것을 발판으로 또는 거울 삼아 미래를 향해 똑바로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이번 역사e에서 들려 주는 얘기는 사안이 크든 작든 알아야 할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기나긴 세월 타임캡슐 속에 파묻혀 있었던 역사의 기록들이 세상의 광명을 받고 다시 태어난 거나 다름없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역사는 수많은 민초들의 간난신고에서 비롯된다.권력을 쥐고 있었던 왕조,관료 등 지배계층은 자신들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고,피지배계층이었던 천인들은 위정자들의 신분상승을 위해 처절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앞서 얘기했듯 역사e가 가슴에 와닿으면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점은 뭐니 뭐니해도 낯설지만 보석과 같은 역사의 편린들이다.이러한 편린들을 엮어 현재와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고 맞이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역사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근자 역사 국정 교과서 움직임으로 뒤숭숭한데,이것은 현 주류 이데올로기를 쥐고 있는 자들이 아전인수격으로 역사 교과서를 만들려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잘못 만들어진 역사 교과서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의식과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획일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는 국정 교과서 안에 위정자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잔뜩 집어 넣겠다는 발상이 아니고서야 뭐겠는가.
<역사채널ⓔ>는 직접 시청한 적은 없다.도서에 소개하고 있듯 '5분 분량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방대한 내용보다는 핵심적인 장면을 싣고 부족하다싶은 내용은 관련 주제에 보충하고 설명하면서 알차게 내용을 엮었다고 한다.2008년 불탄 국보 제1호 숭례문의 유래,일제강점기 무렵 러시아 땅으로 넘어간 녹둔도,강제징용 한국인의 아픔을 보여주는 하시마 섬의 비극과 대조적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양반들의 특권 의식을 현대 사회의 '갑질 문화'와 연관지어 비판하고 있다.조선왕조의 흥망성쇠를 경복궁 역사에 비유하고 있고,청계천 준설과 청백리 제도,조선 사회의 깨어 있는 의식과 역동성의 상징 만인소,태극기의 발굴,이역 몽고에서 인술을 편 독립지사 이태준,어린이에게 미래를 찾은 방정환 등이 주요 사실(史實)로 나타나 있다.그외 조보,지방지도,태교신기,승정원일기 등에 대한 설명을 생생하게 엿볼 수가 있다.선조들이 남긴 우수한 기록문화의 산실이 아닐 수가 없다.
잊혀지다(忘),지키다(守),기록하다(記)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대별되는 이번 역사e 4는 짧지만 임팩트한 내용들이 참으로 많다.1992년 8월 한산도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귀함별황자총통(龜艦別黃字銃筒)이 '가짜 총통'으로 드러났다는 이야기부터 베이징조약(1860년)에 의해 녹둔도(鹿屯島)가 연해주 땅과 연륙되어 가 버리고 말았다.녹둔도는 현재는 러시아 땅이지만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영토로써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구한말 위정자들의 무사안일이 자초한 결과치이다.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하시마 섬의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는 약 800여 명이지만 누락되고 은폐된 사망자까지 고려하면 희생자는 크게 상회할 것이다.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은 역사적 과오,치부를 은폐한 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했다.강한 국력과 막강한 외교채널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한 것으로 보여진다.일본 정부는 조선인 징용고 관련 사망자들의 유해봉환 및 피해보상은 외면하고 있다.파렴치한 족속이 아니고서야.
그외 눈에 띄는 대목들이 참 많았다.삼국시대 초기에 들여온 감귤은 나라에 진상하는 귤의 수량을 늘리기 위해 감귤나무 수량의 증가를 비롯하여 감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자세하게 실었다.특별 과거시험에서 단 한 명에게만 관직이 주어지고 참여 유생들에게 귤을 나누어주며 귀한 과일의 진상을 축하했다.그러나 감귤 진상 제도가 해가 갈수록 횡포해지면서 감귤 농사꾼들은 나무 심기를 꺼리고 심지어 뽑아버리기까지 했다고 한다.여러 상황을 예상하고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특징인 판소리,판소리,춤,재담을 바탕으로 '판줄'의 원형을 복원한 인간문화재 김대균,관직과 토지를 독점한 양반이 지배계층으로 군림하면서 천민들을 억압과 수탈을 일삼았다.조선 최고의 법궁인 경복궁을 통해 조선 역사의 빛과 그늘을 살필 수가 있었다.1995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선총독부는 역사의 이슬로 사라지고 새롭게 태어난 경복궁 복원사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만들고 파괴되고 재건되고 홀대받았던 경복궁은 뒤늦게나마 복원 중에 있어 다행이다.본래의 기능과 모습은 어렵겠지만 조선의 국체를 다시 한 번 음미할 수 있는 법궁이 경복궁이 아니던가.
이 도서에 소개된 내용을 모두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다만 수미일관 느끼는 점은 역사교양서로써 잘 엮어져 있다는 것이다.게다가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해당 이야기와 관련한 도서를 소개하고 있어 역사학자,연구자,역사 애호가에겐 둘도 없는 참고서가 되어 줄 것이다.또한 『승정원 일기』는 아직도 번역 중에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인력과 예산 부족에 있다고 한다.현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번역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완역(完譯)까지는 약 50여 년이 소요될 예상이라고 하니 내 생전에는 승정원 일기 완역 소식은 들을 수가 없을 것 같다.조선 시대의 비화를 주로 다룬 역사e는 과거 역사의 정체성과 인과관계를 가늠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조상들의 숨결이 고이 흰보자기에 간직되어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