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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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 모리아티 작가는 『허즈번드 시크릿을』통해 알게 되었다.여주인공의 남편이 남긴 편지 한 통이 불러온 파장은 흥미진진하기만 했다.이번 작품도 세 명이 여성이 주된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세 가족 모두가 물질적,정신적으로 결핍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즉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고 분열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사람은 '끼리끼리'어울리고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적대,배타,우월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미혼모이면서 싱글맘인 제인이라는 여성,이혼가정으로 새 남편과 살고 있는 매들린 그리고 셋 중에서 남부끄러워할 것 없이 잘나가지만 모욕감을 느끼고 비위를 거스르게 하여 폭력을 당하는 셀레스트는 세 쌍둥이 엄마이기도 하다.이야기는 호주 피리위 반도 예비초등학교에서 전개된다.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미혼모인 제인은 아들 지기와 함께 피리위 반도로 이사를 오게 되고,사십대 아줌마인 매들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진다.또 한 명 셀레스트 아줌마는 세 쌍둥이를 두고 있는데 남편이 업무관계로 자주 해외출장을 다니는데 모욕을 느끼고 비위가 틀어지면 인사불성이 되어 셀레스트에게 폭행을 가하곤 한다.

 

 피리위 예비초등학교 설명회를 앞두고 스토리의 발단이 시작된다.소소하다면 소소하고 심각하다면 심각할 수도 있는 문제다.다섯 살 먹은 제인의 아들 지기(Ziggy)가 레나타의 딸 아마벨라의 목을 졸랐다는 소문이 학교 관계자,학부모 사이에 퍼지게 된다.한국사회라면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 부모를 찾아가 싹싹 빌면서 용서를 빌텐데,호주라는 나라는 다섯 살 먹은 아이에게 학교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도록 퇴학 시키려 탄원서를 받고 있었다.지기의 엄마인 제인 편은 매들린과 셀레스트 밖에 없는 상황이어 수적으로 불리한 형세다.지기는 아마벨라 소녀를 목조른 일이 없다고 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기색에 축 져진 모습이다.타지에서 온 지기를 누군가 얕잡아 보고 모함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이 이 글에 잘 나타나 있다.제인,매들린,셀레스트가 모이면 일상사,남편과의 관계,예비학교에서 벌어진 일 등을 가감없이 수군수군,쏙닥쏙닥 거리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특히 매들린 아줌마가 성격이 활달한 가운데 수다의 꽃을 피운다.제인은 '원 나이트'에서 만난 남자와 혼외 정사를 하여 이른 나이에 지기를 낳았고,매들린은 네이선이라는 전 남편과 헤어져 살고 있지만,극히 우연찮게 전 남편의 자식과 현재의 자식이 피리위 초등학교에 다니게 될 줄이야.사랑과 우정이라는 것이 있는가 보다.매들린은 전 남편의 아내 보니와 의붓자식들과 얘기를 편안하게 나눈다.얌전한 척 하면서 어느때 폭력의 손길이 찾아올 지 모르는 셀레스트,광풍과 같은 시간이 지나면 평온한 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과연 제인의 아들 지기는 퇴학을 당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이야기가 중.후반에 이르면서 제인의 남편이 셀레스트의 남편 페리의 남동생이라는 얘기도 허무맹랑하지만 그럴듯하게 다가오고,열네 살 된 에비게일은  아동 결혼과 성매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웹사이트를 개설한다.제인의 아들 지기가 과연 급우 아마벨라의 목을 졸랐을까.소녀의 엄마 레나타가 영국으로 이민가기 직전 찾아와 지기의 무죄를 밝히며 용서를 빈다.또한 셀레스트의 남편 페리는 퀴즈대회가 있던 날 대취(大醉)하여 발코니에서 난간으로 떨어져 죽게 된다.발코니에서 벌어진 싸움으로 퀴즈의 밤은 난장판이 되어 버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다.

 

 제인이 피리위 반도 예비초등학교 쪽으로 이사오면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고 퇴학 위기까지 갔지만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듯 위기에서 벗어난다.결핍된 가정환경과 미혼모에 나이 어린 학부모라는 생각으로 피리위 토박이들이 깔보았을까.꼭 그렇다는 증거는 없지만 심증은 간다.피해자 모(母)가 직접 제인을 찾아와 사과했으니 말이다. 미혼모인 제인은 이성 톰과 친구로 남을지 연인으로 갈지 기대를 모은다.특히 인상 깊은 구절은 가족과의 관계가 사랑으로 가득찼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관계는 '사랑의 계좌'를 관리하는 것과 같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배우자에게 친절을 베푸는 건 예금을 드는 행위다.배우자에게 나쁜 말을 하는 건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행위다.모든 관계는 사랑의 계좌에 항상 잔고가 남아 있게 관리해야 한다.아내 머리를 벽에 찧는 행위는 엄청난 돈을 인출하는 거다.아이와 함께 일찍 일어나 아침을 만들어주는 건 예금을 하는 거다.

-p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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