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너무 오래된 표현  가운데 "알아야 면장을 살아 먹지"가 있다.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쌩뚱 맞은 얘기일지도 모른다.내 또래 및 위세대는 이 말을 가끔씩 쓴다.머리 속에 지식,정보가 들어 있어야 세거센 세상에 맞서 살아갈 수 있는 밑바탕이기도 하다.그래서일까.어린 시절엔 이 말이 내 귀에 꽂혀 공부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나름 열심히 학업에 정진했다.그런데 세월이 지나 깨닫게 된 것은 장차 먹고 살 궁리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책을 접하고 수험준비를 했던 것이 전부였다는 것을 알고 보니,내 가슴 깊은 곳에 남는 것은 아찔하기 짝이 없는 공허함과 밀려오는 해일과 같은 후회막급이었다.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대견스럽기만 하다.무한 경쟁 시대에서 이것 저것 챙겨야 할 것들도 많고 스스로 방어해야 할 것들도 많다.고민,번민,갈등의 연속이 인간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근래 많이 생각한다.모든 것이 저절로 되는 것도 없지만 혹간 불로소득과 같은 요행이 있을지라도 그것은 내 몸과 마음을 희생시켜 얻는 결과가 아니기에 스스로 몸과 마음에 기름칠을 하여 몸도 마음도 쌩쌩 잘 달려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지금에야 실감하고 있다.돈,명예,권력 모두 인간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가장 큰 비중은 생계의 밑바탕인 금전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다만 현대사회가 돈과 물질에 우선 순위를 두는 듯한 분위기여서 인간의 정신적 내면 세게가 결핍되어 빈약한 상태에 이르지 않았는가 우려스럽다.

 

 노벨문학수상자인 일본의 오에겐자부로(大江健三朗) 작가의 『읽는 인간 요무닝겐』 은 지성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독서에 있다고 역설한다.주된 내용도 간결명료하다.산다는 것과 지독하게 읽는 이유가 그의 인생 편력이 아닐런지.오에겐자부로의 작품을 완독한 것은 없지만 실존적인 관점에서 독서를 하고 사회부조리,불합리성에 저항하는 양심적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특히 이 작품은 소설 인생 5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평생에 걸쳐 읽어온 보물 같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벌레,애독가들에겐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도 좋을 듯 하다.그이 독서 인생은 고전을 통해 시작되었다고 한다.《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통해 미지의 세상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또한 매일 서점에 살다시피하면서 책을 꼼꼼이 읽고 책을 구입하고,여러 서점을 돌면서 신중한 선택을 한 뒤 읽을 도서를 결정했다고 한다.작가는 불문학 전공이라 프랑스 문학 작품에 깊게 심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랭보 시집》,《포 시집》을 애독하면서 문학에 대한 영감과 감수성을 키워 나갔던 것 같다.

 

 오에겐자부로 작가는 책을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닌 두 번 이상 읽어야 자신의 것이 된다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사람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다.처음 만나 인사를 나눌 때엔 형식적이고 서먹한 관계로 끝나지만 두 번 이상 만나게 되면 조금씩 서로를 알아갈 수 있기에,책읽기의 관계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꾸준한 독서를 통해 책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가는 법인데,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가 정해지면 한 분야에 꾸준히 독서이력을 거쳐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세계를 정립해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일종의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우뚝 솓을 수가 있다.인상적인 부분은 작가가 고서점가(街)을 자주 들러 헌책과 신간을 찾아 과거와 현재,미래를 통찰해 나가려는 점이다.이러한 독서편력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적용하는데,인간이 살아있다는 자체, 즉 실존의 문제를 잘 조립하고 있다.비탄,슬픔,소외,부조리와 같은 음지에 사는 인간의 처연한 모습을 그렸다고나 할까.

 

 한 사람의 소설가가 지닌 인간을 바라보는 견해,사고방식,소설가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자세와도 이어지는 것이죠.그것이 '문체'이며,결국 우리는 이것을 읽어내기 위해 소설을 읽고 소설로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p82

 

 장애 아들을 둔 결핍된  가정과 돈 문제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부인의 내조 속에서 오에겐자부로는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토대로 소설 쓰기를 한다고 한다.특히 아들 오에 히카리와의 공존을 매개로 한 작품(개인적인 체험 등)은 그의 실존적 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그가 지독하게 읽는 이유는 단테의 《신곡》에서 발견한다.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거대한 여행을 지옥,연옥,천국이라는 여정 속에 있고,이것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면모를 읽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그는 1957년 <기묘한 일>로 데뷔하면서 줄곧 읽고 쓰는 인생으로 살아오고 있다.삶의 종점이 멀지 않는 노작가 오에겐자부로는 읽고 외우고 과정이 바로 인생이라고 한다. 고교시절 민속학자 야나기다 구니오의 책을 읽고 '인생의 습관'이 독서에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도 산다는 이유를 책에서 찾고자 한다.내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고 확장해 나가는 책읽기의 본연의 자세를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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