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
최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느긋하게 여행을 만끽해 본 적은 없다.그저 주마간산격으로 사람,거리,풍경들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그런데 내가 관심과 흥미가 있었든 없었든 파편과 같은 편린들이 하나 둘씩 생각날 때가 종종 있다.삶이 무한경쟁에 지치고 찌들려 있을 때 더욱 생각이 난다.화려하고 찬란한 유행의 선도자와 같은 트렌드물이 아닌 다소 시대에 뒤지고 촌스럽게 보이지만 공동체라는 울타리 속에 인정과 배려가 숨쉬는 곳이기에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또한 그리워 다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곤 한다.

 

 생은 내 자신을 버려야 할 때가 너무나 많다.육아,생계,자녀 교육,노후,건강,인간관계 등을 챙기느라 학창시절의 꿈과 희망은 마음 속에 질식되어 버리고 만다.이상과 낭만보다는 현실 속의 삶을 갈무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듯 과외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신 꿈도 꿀 수가 없다.나 역시 그러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시간이 흐르고 나이도 먹어가면서 후회가 되는 것은 삶을 망가트리는 탈선이 아닌 후회없는 멋진 탈선을 좀 해보지 못한 것이다.그것은 내 가슴 속에 비어있는 공허,상실,무의미 등과 같은 결핍된 삶의 증상을 채워 주어야 다가오는 삶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갑수 여행 작가 여행 에세이는 몇 권 읽은 적이 있다.산업화,도시화로 사람과 자동차,건축물 등이 북적북적한 곳을 떠난 한적한 시골 풍경을 스케치한 여행 이야기가 꽤 인상에 남는다.나 또한 북적북적하고 소음,매연으로 뒤덮인 도심(都心) 속의 풍경은 이상형이 아니다.비포장도로에 포플러 가로수가 즐비한 시골길을 좋아하고,살아 있는 시골 풍경이 더 매력적이다.시골 풍경은 아무래도 인간의 순수함과 인간미가 살아있어 더욱 좋다.돈과 물질은 비록 풍족하지 못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가려는 태도와 모습이 보기 좋기만 하다.

 

 이번 여앵 에세이는 최갑수 작가의 다년간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총정리하고 있다.일종의 여행 산문집이라고 할 정도로 문장과 문장들이 차분하고 고요하기만 하다.예비 여행자들에게 "여행은 바로 이런 거예요"라고 강의하는 듯한 느낌이다.그러고 보니 나도 이젠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더 늦기 전에 가고 싶은 곳을 맘껏 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지고 있으니.인생 뭐 별 것 있는가? 라고 누군가 말했듯 사람 구경,풍경 구경,풍물 구경 하다 보면 재미없던 삶,의기소침하던 삶이 조금씩 긍정의 에너지가 충전될 것이다.자동차에 비유하면 휘발유와 같았던 마음이 하이브리드와 같은 친환경적 마음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행성,지구에서 지각력을 갖춘 존재였고 생각하는 동물로 한평생을 살았으니,그 사실 자체만으로 나는 대단한 특혜를 누리고 모험을 즐겼다." -p87

 

 지구촌은 흔히 5대양 6대주라고 불린다.동서남북 어디라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가 있는 세상이 되었다.(일부 적성국가 제외)찌든 삶에서 때로는 일탈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마음만 있으면 안된다.우선 저질러 보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한다.행선지,여행일수,경비,컨디션 등을 고려하여 가보고 싶은 곳을 정하여,여행 준비,떠나기,여행지에서 맘껏 즐기기,여행 체험 공유하기 등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여행지에선 번뜩이는 풍경과 풍물의 순간을 예리학 캡처하고,기록하고 싶은 부분은 반드시 메모하여 다녀 오지 못한 예비 여행자들에게 겸손한 척 자랑해 보기(Humblebrag)를 해본다.현지에선 소소하고 쓰잘데기 없는 풍경도 이방인에겐 보석과 같은 소재가 되어 주기에 센스,감성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

 

 나는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다.내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권도 좋고 비언어권도 용기와 담대,친근감과 우호적인 태도로 여행지의 사람과 풍경,풍물과의 만남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조그마한 한국 땅에서 근시안적인 편협되고 비개방적인 사고가 누적되어 있기에 색다른 세계와의 만남은 내 자신의 그러한 것들을 변화시켜 줄 것이다.여행지에선 내가 품지 못한 폭넓은 사랑의 사연을 풍성하게 담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그래서 여행이라는 두 글자는 국민학교 1학년 때 봄소풍을 기다리며 설레이던 밤의 기분과 똑같다.또한 여행은 설렘이고 동경심으로 가득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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