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들의 전생 기억에 관하여
짐 터커 지음, 박인수 옮김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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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어르신들이 한탄 섞인 어투로 자주 말한 것 가운데,"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런 꼴을 당하는지 모르겠다,내가 갖고 있는 업보(業報)가 왜 이렇게도 많은지 모르겠다"라고 하면서 무당을 찾아가 뒤풀이라도 해야 하겠다고 말씀 하셨다.전생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던 셈이다.특히 한국인이라면 이런 저런 외부적 요인과 영향으로 시달림을 많이 받다 보니 타인에 대한 원망과 한(恨)이 많았다.전생(前生)은 분명 보고 겪지도 않았을텐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내뱉는 것일까.듣기로는 불교에선 윤회사상과 업보라는 말이 있어 선악의 행업에 의한 과보를 중요시하고,한국 사회가 오랜 기간 불교의 가르침과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은 아닐까.

 

 솔직히 나는 전생에 대해서는 믿지 않는 편이다.다만 누군가 내 관상,사주를 통해 "전생은 어떠했고 내생은 어떠할 것이다"고 들려 주는 경우 좋은 것은 무난하게 넘어가지만 좋지 않은 것은 언행에 조심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가려 나가려고 한다.물론 인간관계라는 것이 두부 자르듯이 흘러가는 것이 아닌 만큼 때와 장소,상황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 마땅하다.관상,사주를 보는 사람의 권위에 눌릴 필요까지는 없지만,전생에 대한 얘기에서 좋지 않은 부분은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다.타인의 전생과 현재,미래를 그럴 듯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성심성의껏 손님의 운세를 풀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돈을 노리고 이런 저런 액땜,살풀이를 해야 한다고 억지 주문을 강요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 어린 아이가 전생에 대해 털어 놓은 에피소드를 다룬 『어떤 아이들의 전생 기억에 관하여』/짐 터커 호기심 반 회의 반이었다.3살 남짓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어린이들이 들려 주는 전생에 대한 얘기를 과연 믿어야 할까.속된 말로 전생을 생생하게 일일이 열거하는 어린이들의 얘기는 마치 환상처럼 들리기도 하고,뭔가에 홀린 것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전생에 대한 얘기는 다양하면서 흥미진진하기만 하다.비록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어린이의 뇌 신경계 및 정신 의학계,생명과학과 연관되어 있어 향후 이 분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전생을 털어 놓는 아이들의 얘기는 한결 같지는 않지만 공통점은 당연 어린이가 태어나기 전의 생을 그럴 듯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전생에서의 삶(어린이 당사자 내지 타인 및 불특정 다수 등)은 예언,모반(Nevus),태몽을 통해 전생을 알린다.예언,모반,태몽 모두 어린이가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는 것이다.전생에 대한 얘기는 비과학적이지만 신앙에 근거한 종교적 색채가 강한 점이 특색이다.남부 아시아 국가인 인도,스리랑카,미얀마 등지에서 전생에 대한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전생을 얘기하는 어린이들은 전생에 있어 상처와 모반,해당인의 삶을 묘사하는 진술,감정,별난 놀이,취향,공포증 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1958년 이안 스티븐슨이 감정과 건강의 상관관계 연구하면서 초자연적 정신 현상과 죽음 이후 삶과의 관계에 대한 논문을 공모하면서 시작되었다.제목은 "전생 기억 주장에서 나온 환생의 증거"라는 것이었다.전생에 대한 얘기는 빙의(憑依)와 환생과 결합되어 있기도 하다.이 둘은 초자연적 현상으로 인간의 정령에 깊게 파고 들어오는 불완전하면서도 공포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전생을 들춰내는 어린이들의 얘기에서 느끼는 점은 어린이 당사자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어느날 돌연 나타나는 트라우마와 같은 현상이 현세에 접목되어 누군가와 연결되어 가는 현상은 아닐런지.어린이들이 말하는 전생에 대한 증거,동기는 더더욱 없다.

 

 전생을 위시로 한 이야기는 끝도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기만 하다.전생에선 남자였지만 이 생에선 여자이기도 하고,전생에선 부모,증조부모였는데 이 생에선 아들,딸이 되어 버린 경우도 있다.나아가 죽은 자와 교감 작용을 했던 영매(靈媒)라는 존재도 있다.전생이 과연 있을까.과학적,생물학적 차원에선 설명할 근거가 없다고 본다.다만 초자연적 현상으로 인간의 정령에 들어와 전생에 대한 기억과 습관을 되살리고 있는 생각과 감정,트라우마의 실재를 무시할 수는 없다.환생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물리적 죽음 이후의 생존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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