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생활을 하면서 교양다운 교양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세속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수신(修身)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사회적 명사,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지위,명예와 걸맞게 정신적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은 분들도 꽤 많다.이를 접할 때면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왔는가'라고 성찰한다.그래서 정신적 수양이 가득찬 이들을 보면 스스로 겸허해지고 성찰하게 된다.

 

 서양권과 달리 동양권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양인 구체적으로는 중국 문화의 DNA가 면면이 이어지고 있는 동북아 3국은 문화,언어,인습,사회질서,예절 등에 이르기까지 생각과 사유의 밑바탕이 중국 문화에서 기인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시대가 바뀌고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서양 문화를 깊게 수용하여 체질화한 사람들도 꽤 많겠지만 동북아 3국의 전체적인 인습,분위기는 중국 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듯하다.

 

 나는 중국 언어를 중심으로 중국어를 배웠던 사람으로 언어 이외의 중국 고전이라 할만한 사서삼경은 중점적으로 접하지를 못했다.고작 접했던 중국 고전은 논어와 대학이었고 깊이 있는 지식을 채우기에는 시간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일천하기 그지 없다.또한 고루하고 비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중국 고전을 기를 쓰고 파고 들려는 젊은이들도 많지 않을 뿐더러 사회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도 이를 외면하다시피하는 상황에서는 중국 고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폭은 넓지 않은게 자명하다.

 

 신영복 저자의 『강의』는 앞서 얘기했듯 중국 고전은 중국 춘주전국시대라는 난세에서  꽃을 피웠다.난세에서 영웅이 출현하듯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百家爭鳴)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신영복 저자는 중국 고전에 대한 체계적이고 해박한 지식을 잘 버무려 강의를 들려 주고 있다.저자가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을 녹취하여 인터넷 신문에 연재된 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중국 고전에 담긴 뜻깊은 내용을 응축하였다. 오늘날 우상시되는 물질화에 밀린 정신적인 궁핍화를 되살려 보자는 의도가 깊게 깔린 것으로 보인다.중국 고전이 탄생될 무렵을 재조명하고 그것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모색(謨索)해 나가려는 것을 관점으로 삼고 있다.

 

 시대는 기원전 7세기부터 기원전 2세기에 이르는 춘추전국시대의 사상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사회 변혁기의 사상을 대상으로 한 춘추전국시대는 부국강병을 국가적 목표로 군사,경제,사회 조직에 이르기까지 국력의 극대화가 최우선시되던 무한 경쟁의 시대였던 것으로 보인다.수록된 중국 고전은 『시경』.『서경』.『초사』.『주역』.『논어』.『맹자』.『노자』.『장자』.『묵자』.『순자』.『한비자』 등이다.백가들의 다양한 사상과 원리가 함축되어 있는 고전 강의는 읽고 또 읽어 스스로 뜻을 이해하고 현실에 이입시켜 나가는 것이 고전 읽기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와 원리를 터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실에서 늘 부딪히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사회의 본질 이해(부끄러움),공존과 평화의 실체까지 알아야 한다.비록 현실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인간의 본질은 보다 나은 삶과 질높은 문명을 획기적으로 열어나가는 데에 있기에 중국 고전을 통해 폭넓은 인간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그러기 위해서는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전에 담긴 깊은 뜻을 새기며 스스로 체화해 나가려는 의지와 노력이 핵심이지 않을까.개인적이고 실용위주의 학문이 서양의 철학이라면 사회 공동체 실현과 내면 세계의 확장이 동양 고전의 요체가 아닐런지.중국 고전 강의를 읽으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명구가 있다.논어에서 인을 강조한 극기복례와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다.'스스로 자신을 이겨 예로 돌아갈 것과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바를 남에게 시키지 마라'이다.개인주의와 갑이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이것만큼은 마음의 수양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정신이 곪게 되면 약도 치료법도 없으니 예방하고 조심하는 것이 최상이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