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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갈 용기 - 자유롭고 행복해질 용기를 부르는 아들러의 생로병사 심리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노만수 옮김 / 에쎄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세상에서 까불 시간이 길지 않다고 생각한다.모든 생물과 동일하게 사람도 자연순환의 법칙을 거스를 수가 없다.의학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명 연장을 가능케했지만 본질적인 것은 생로병사에 다름 아니다.다만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죽기 전에 어떻게 삶을 꾸려갈 것인가에 대해 더욱 초점을 맞추어 나아가는 것이 삶다운 삶을 누리면서 죽음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개인이 생각하는 느낌,입장,위치에 따라 시간과 세월의 길이가 달라지겠지만,내 경우에는 삼십대 후반부터 필드에서 뛰는 영업직을 하다 보니 한 주,한 달 간격으로 진행되는 영업목표,달성치 등을 놓고 바삐 뛰다보니 1달이 빠른 물살과 같이 흘러가고 1분기,반 년,1년도 화살 못지 않게 날아간다.그러면서 내 몸에는 세포가 조금씩 사멸해 가면서 검은 색은 흰 색으로 변해가고 피부와 혈관 등도 노후화되고 있다.내.외부적 이유야 어떻든 마음 다스리기를 잘못하다 보니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부쩍 나빠지게 되고,각종 크고 작은 질병이 찾아 왔다.대표적인 것이 안구 건조증과 이명증 그리고 심혈관계 질환이다.
일반적인 얘기이지만 어릴 때는 죽음에 대한 문제가 모호하고 요원하게 다가왔다.내가 얼마만큼 살아야겠다는 것보다는 죽음이라는 문제 자체에 대해 내가 깊게 생각할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설령 주위에서 부고장(訃告狀)을 접한다든지 남편과의 갈등,불화로 자살을 했다는 안타까운 사연,덜 익은 떫은 감을 먹고 체해 그만 저 세상으로 떠난 내 여동생의 어이없는 죽음(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려다)은 마음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50이 넘어 사경(死境)에 가까운 통증과 대수술(전신마취)을 받고 보니 '죽음은 멀지 않았다' '이왕 남아 있는 삶은 삶답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갖게 된다.
심리학자 아들러의 심리학 시리즈와 함께 단골로 소개되는 기시미 이치로 일본 심리학자는 자신의 심근경색과 3.11 동북 일본 대진재 사건을 목도하면서 개인의 죽음을 떠나 우리 모두의 죽음인 사회적 죽음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사람이 어떠한 형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든,동북아 대진재와 같은 천재지변에 의한 불가항력에 의해 세상을 떠나든 죽음을 떠난 삶은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생물에게든 태어난다는 건 애초에 괴로운 일이다." -p16
사람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사람과의 관계의 비율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예기치 않게 닥쳐오는 사고,재해,질병,노화,죽음은 모두 고통과 상처를 안겨 준다.게다가 일과 행복을 위해 만나고 소통해야 하는 대인관계는 내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내가 살기 위해 남을 희생시켜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게다가 의도하지 않게 사건.사고에 연루되어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일도 셀 수 없이 많다.인간관계는 나가고 들어갈 때를 잘 판단하여 임한다면 무난한 삶이 될 수도 있다.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앞에 놓인 장애물을 헤쳐 나갈 수 있다.특히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의 관계는 이익상충이 큰 걸림돌이 되기에 업무 분장,코드의 부합,협력도 등이 관건이 아닐런지.해야 할 때와 해서는 안 될 때를 신중히 가려 처신하되 내가 타인에게 끌려가지 않고 타인이 내게 찾아오도록 인간관계를 잘 조율하는 것이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늙어 병마에 시달리고 죽음에 이르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삶의 여정이다.늙었다는 것을 지나치게 자각하여 스스로 과소평가하게 되면 열등감,우울증에 빠져들고 만다.이왕 살아간다는 삶의 여정은 그냥 흘러 보내기보다는 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노력해야 한다.그렇게 하려면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허영,자만,명예욕을 조금씩 내려 놓으려는 용기와 담대함이 필요하다.그것은 참자기,주체적 삶,자기 삶의 주인되기의 일환이다.기시미 저자가 말하는 인간 사회의 삶과 운명,죽음의 비유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백사장은 사회,바다는 운명,파도는 죽음 -P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