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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청개구리 이야기
이서경 지음, 조가비 그림 / 지식과감성#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올챙이,개구리를 눈으로 본 지가 꽤 오래 되었다.산촌에서 살던 시절 올챙이,개구리는 봄날부터 여름날에 이르기까지 줄곧 질리도록 보아왔던 생물이다.뭍에서도 살고 수중에서도 산다고 하여 양서류(兩棲類)로 불리는 개구리는 봄날 양지바른 또랑에 점액질의 알을 낳는다.며칠 사이에 정자가 난자를 향해 화살처럼 유영을 하는데 그것이 새끼 올챙이이다.무리를 지어 유영하는 올챙이는 손바닥에 올려 놓으면 불룩 나온 배가 마치 복어와 같다.올챙이들이 물풀과 벌레를 포식하면서 차츰 뒷다리,앞다리 모양을 띄면서 개구리로 거듭나게 된다.초록색을 띠었다고 하여 청개구리로 불리며 나머지 개구리들은 다양한 이름을 띠고 있다.참개구리,무당개구리,맹꽁이,황소개구리 등.
나는 청개구리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이제야 고백하련다.어린 시절 어떻게 된 판인지 내 생식기(고환)의 한 쪽이 함몰되어 한 쪽만 나와 있어 조부모,부모님 모두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7살 때의 기억인데 생식기 문제로 아버지께서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의사는 생식기를 만져 볼 뿐 큰 이상은 없다고 하면서 민간요법을 써 보라고 했던 것 같다.그래서 이것 저것 민간요법을 쓰게 되었는데 최종적으로는 도라지 달인 물이 효험이 컸다.이에 앞서 청개구리를 눈 딱 감고 입에 넣어 삼키면 함몰된 생식기가 정상적으로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봄날 이슬이 맺힌 옥수수 가지에 기어 오른 청개구리를 용기있게 덜썩 잡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입에 집어 넣었다.청개구리는 그만 화학 반응이 한창이었던 위속의 위액과 뜨거운 열기로 삶을 마감하고 나를 위해 희생했던 생물이었다.그렇게 딱 한 번 청개구리를 삼킨 뒤론 청개구리는 그냥 눈으로 보는 대상이고 객체이었다.
자그마한 생물을 매개로 엮어지는 이야기는 언제나 내 마음을 순수하고 편안하게 이끌어 낸다.이른 봄날 만났던 청개구리,올챙이는 어른이 되어 울음 주머니에서 토해내는 울음소리는 수컷만 운다.암컷을 유인하여 짝짓기를 시도하려는 수컷 개구리의 울음소리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주구장창 울어 댄다.특히 모내기철 울어대는 개구리 울음소리와 함께 올챙이들의 개체수는 더욱 늘어만 간다.어린 청개구리를 소재로 만들어진 『꼬리』는 엉덩이 부분에 올챙이적의 흔적이 남아 있는 청개구리이다.청개구리는 초록늪 마을에서 벌어지는 꼬리의 일상은 특별하고 다채롭다.꼬리가 살고 있는 왕버들마을,창포마을,연꽃마을,노랑 어린연꽃마을,가시연꽃마을,북쪽 바위산 그리고 애기부들섬에 개구리 학교가 있다.꼬리는 남생이 등에 올라타서 개구리 학교에 등교한다.개구리 학교에 오는 개구리들은 꼬리보다 모두 몸집이 크고 세상 경험이 많은 인생 선배들이다.게다가 꼬리는 아빠를 수리부엉이에게 먹히고 말아 늘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산다.
꼬리는 엄마로부터 달팽이를 알게 되었고 가끔은 아빠 생각에 마음이 산란해진다.그럴때면 왕버드나무 할아버지를 만나 마음을 달래며 상처를 잊기도 한다.꼬리는 엄마에게 먹이감이 무엇이고 먹이감을 포식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워 나간다.달팽이,지렁이,메뚜리 애벌레 등이다.학교에 가면 자기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센 개구리들로 꽉 차 있다.황소개구리를 받아 들여 대거 개구리들이 포식당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져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한다.개구리 세계도 엄연히 먹이사슬 법칙이 상존하기에 크고 힘이 센 녀석들에게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경험과 직관,지혜를 발휘해야 한다.인간 세계와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꼬리는 한여름 낮의 꿈,개구리학교의 가을 대축제를 겪는다.왕버들 할아버지의 꾐에 빠져 수리부엉이에게 낚이게 되지만 간신히 살아나게 된다.꼬리는 엄마에게 죽은 아빠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한다.겨울이 가까워지면서 개구리 학교는 자율수업으로 들어간다.겨울잠을 자고 내년 봄을 맞이하기 위해 개구리들은 많이 먹어 살찌워야 하고,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해진다.꼬리는 태어나 엄마에게 생존법을 배우고 개구리 학교를 통해서 동류의식과 개구리 세계의 정글 법칙을 터득해 나간다.꼬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한 세상을 터득해 나가는 과정을 사실과 상상력을 가미하여 묘사했다.사교육에 찌들어 있는 어린이들이 보다 더 자연과 친해지고 자연 속의 생물들과의 만남이 많아지기를 바란다.